첫 입주하던 날

가을(가명, 19세)과 영훈(가명, 18세)은 청소년 미혼 부부입니다. 가을 씨 부모님도 청소년 부부로 어머님이 18세일 때 가을 씨 언니를, 20세일 때 가을씨를 낳으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가을 씨가 백 일되던 무렵 집을 나간 엄마, 자매를 오롯이 돌보기엔 너무 어렸던 아빠. 부모님의 부재 속에 가을 씨는 방황하는 청소년기를 보냈습니다. 비슷한 가정 환경의 영훈 씨를 만나 서로 공감하고, 의지할 수 있었지만 임신 사실을 알게 된 후 찜질방을 전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분홍빛 벽지와 침구와 인형이 놓인 아담한 방

입주 준비가 완료된 인큐베이팅하우스

아기를 함께 낳고 키워야한다는 의지는 강했지만 곧 태어날 아기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학교 졸업, 진로, 취업문제 모두 막막할 때 청소년미자립가정(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청소년 미혼모 또는 미혼부모) 지원단체인 <킹메이커>를 만났습니다. <킹메이커>에서는 가을 씨와 영훈 씨가 가정을 이루어 자립할 의지가 있는지, 어떤 지원과 관리가 필요한지 확인하기 위해 여러차례 초기 상담을 진행했고, 주거와 의료지원 심리·진로상담이 필요하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현재 임신 8개월인 가을 씨는 킹메이커 지원으로 아기 아빠인 영훈 씨와 함께 인큐베이팅 하우스에서 안전하게 태어날 아기를 맞이하고, 안정적으로 자립을 준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입주식에는 킹메이커 활동가뿐만 아니라 지역 이웃들도 참석해서 격려해 주었습니다. 인생의 가장 큰 고비라고 생각했던 순간, 기댈 수 있는 언덕이 생겼습니다. 아늑하고 따뜻한 보금자리에 들어서니 잘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이 생깁니다.

인큐베이팅하우스 입주를 축하합니다

인큐베이팅하우스 입주를 축하하는 카드

태어나는 아이들을 맞이하고 품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아름다운재단 ‘2019 주거영역 통합공모 사업’ 선정단체인 <킹메이커>는 위기 상황에 있는 청소년미자립가정을 위해 인큐베이팅하우스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인큐베이팅하우스는 긴급주거지 개념으로, 입주 후 약 1년간 밀착사례 관리를 통해 생활과 양육 훈련, 안정적인 주거지 마련 등 지역사회 정착을 위한 자립을 준비하게 됩니다. 

청소년한부모(미혼모, 미혼부, 미혼부부 포함)는 일반적인 한부모와는 구별되는 고유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청소년기에 경험한 임신과 출산, 양육으로 인하여 교육과 취업 참여에 한계가 있고, 안정적인 주거공간을 마련하기도 어렵지만 현재 공공주거 서비스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주거 문제와 동시에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상태의 육아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킹메이커>와 컨소시엄 단체인<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는 인큐베이팅하우스 지원사업을 바탕으로 실태조사, 선행사례 분석 등 현재 미혼모 시설 중심의 주거 지원 제도를 개선하고 ‘청소년미자립가정’에 대한 적정주거지원 모델을 제시하기 위한 연구 활동 또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업을 통해 어느 가정에서 태어나든지 아이의 존재가 축복이고 선물일 수 있도록, 맞이하고 품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고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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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주거영역 통합공모 사업’을 통해 선정된 <청소년미자립가정 인큐베이팅하우스> 지원사업은 이적 기부자의 달팽이기금으로 지원됩니다.

달팽이기금은 2012년에 조성되어 ‘어린 학생들이 돈이 없어 거리로 내몰리는 현실에 반대’하는 기부자의 뜻에 따라 아동·청소년을 위한 주거지원사업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적 님은 달팽이처럼 천천히 가더라도 꼭 필요하고, 의미 있는 길을 꾸준히 가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기금 이름을 정했습니다. 이름의 의미처럼 달팽이기금이 소중한 씨앗이 되어 꾸준히 많은 분들이 미래세대를 위한 나눔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글 | 오수미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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