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서 성인, 그리고 노인이 되면서 겪게 되는 신체적 퇴화는 삶의 많은 것을 바꿔 놓는다. 나이가 들수록 관절과 뼈는 약해지고 근력도 눈에 띄게 줄어든다. 일상생활에 불편함들이 하나 둘 늘어가며 결국 작은 걸음조차 내딛기 어려운 노인이 된다는 것. 누구나 겪게 될 삶의 한 과정이지만 조금 더 행복하게, 조금 더 건강하게 보내길 바라는 것 또한 누구나의 바람이다
아름다운재단과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는 2011년부터 노인 낙상예방 보조기구 지원사업을 해오며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의 곁에서 든든한 지지대가 되어 오고 있다. 다양한 보조기구 지원으로 어르신들은 이동권을 확보하고 이를 삶 전반의 개선으로 이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어르신들이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돕는, 적극적인 의미의 ‘예방’이라는 점에서 사업이 존재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 김은평 팀장을 만나 노인 낙상예방 보조기구 지원사업의 의미, 현장에서 어르신들과 나누는 따뜻한 소통, 그 이야기 들어봤다.
보다 적극적인 의미의 예방
“65세 이상의 노인이라면 누구나 신체적인 어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노화라는 건 피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어르신 ‘모두’에게 ‘낙상’은 큰 위험 요소라고 볼 수 있습니다. 노인 낙상예방 보조기구 지원사업은 이런 어르신분들이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고 더 큰 사고를 방지하고자 시작되었습니다.”
5년 동안 노인 낙상예방 보조기구 지원사업을 함께 한 김은평 팀장은 이 사업의 가장 큰 장점을 ‘예방’으로 꼽았다. 국가에서도 공적급여를 통해 노령 인구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그 안에 보조기구 지원사업도 포함되어 있지만 대개의 경우 이미 사고가 발생하고 난 후에야 보조를 받을 수 있거나, 대상에 선정되기까지의 과정이 매우 복잡하다.
“어르신 낙상사고가 발생한 뒤 치료를 위한 의학적 처방과 지원도 중요하지만, 사고가 일어나기 전 낙상예방 보조기구 지원을 통한 ‘예방’도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다른 사고와 달리 낙상사고는 보조기구 사용으로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비율이 매우 높기 때문이죠. 낙상사고의 경험이 있는 어르신들의 경우에는 신체적 불편함을 완화하는 것은 물론 외부 활동이 가능해져 적극적으로 사회 생활을 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대상자 한 명 한 명에게 꼭 맞는 맞춤 서비스
노인 낙상예방 보조기구 지원사업은 대상자의 신체 상황과 주거 환경을 고려하여 가장 알맞은 기구를 지원할 수 있도록 신청부터 지원까지 대상자 중심의 맞춤형 서비스로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보니 매년 복지관, 주민센터, 보건소 등 다양한 기관을 통해 약 500건의 신청서가 접수되고 있는 상황. 선정 인원의 2배가 넘는 신청률이다보니 최종 지원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은 무엇보다 높은 전문성을 요하는 까다롭고 복잡한 일이다.
서류심사와 전문요원의 현장평가 그리고 외부 심사위원의 최종심사까지 거치다 보니 신청 후 보조기구 지원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평균 4개월 정도. 김은평 팀장 역시 사업 평가시 아쉬운 점으로 ‘다수의 절차와 기다림’을 꼽기도 했지만, 그 기간을 더 이상 줄일 수 없는 이유를 덧붙였다. 바로, 여러 차례의 심사 과정을 통해 대상자에게 꼭 필요한 보조기구를 지원할 수 있다는 것. 어르신들의 신체 상황, 생활 환경에 적합하지 않은 보조기구가 제공될 경우, 자칫 ‘예방’이 아닌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뇌졸중 진단으로 한쪽 손을 거의 사용하지 못하는 어르신께서 보조기구를 신청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현장방문 당시 타 기관에서 지원받으신 보행보조차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양쪽 손으로 브레이크를 잡는 방식이었죠. 그런데 이런 경우 어르신이 한쪽 손으로만 브레이크를 잡았을 때 보행보조차가 한 방향으로 쏠리면서 더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어르신의 상황을 고려해 한손으로도 양쪽 바퀴에 브레이크를 잡을 수 있는 보행보조차를 새롭게 지원해드렸습니다.”
많은 어르신들이 보조기구 신청 서류를 작성할 때 본인의 신체적, 환경적 상황을 정확하게 기재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청하는 보조기구가 본인에게 적절한 기구인지도 판단하기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차례의 심사, 특히 현장평가에서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김은평 팀장의 설명이다. 어찌보면 노인 낙상예방 보조기구 지원사업에서 ‘기다림’은 대상자이신 어르신 한 분 한 분을 지극한 정성으로 살피고자 하는 사업의 의미와 놓을 수 없는 연결고리인 것이다.
기부자들의 마음이 전해지는 사업
보조기구가 지원된지 두달 후, 어르신들의 집에 다시 한번 반가운 손님이 찾는다. 손자를 반기듯 어르신들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를 띄게 하는 사람은 바로 김은평 팀장이다. 기구가 고장난 곳은 없는지, 사용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으신지 재방문을 하며 확인하는 것이다. 직접 방문이 어려운 경우에는 전화 연락을 통해서라도 꼼꼼히 확인하고 있다.
“짧은 기간이지만 보조기구를 사용하시며 일상 생활의 불편이 많이 해소됐다는 말씀을 해주세요. 무엇보다 집에만 계시던 어르신들이 외출도 하시고 이웃의 친구분들과 어울리며 삶의 만족도가 높아진 모습을 볼 때는 남다른 보람을 느낍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어르신들의 삶에 큰 변화를 만들어드릴 수 있구나…’ 업무가 늘어나더라도 더 많은 어르신들께 보조기구를 전달해 드리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도 하죠.”
마음과 마음을 통해 하나로 이어지는 ‘함께 사는 세상’
“어르신들을 찾아뵐 때마다 늘 고맙다고 하시는데, 그럴 때마다 저도 한 분 한 분의 기부자님께 감사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을 통해 나눔이라는 것이 한 사람의 행동으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님을 많이 느낍니다. 기부자분들이 아름다운재단을 통해 기부를 하고, 아름다운재단이 경기도재활서비스연구지원센터와 파트너쉽을 맺어 사업을 운영하고, 제가 어르신들을 만나 보조기구를 설치해 드리기까지의 모든 순간. 이 순간이 기부자님들의 마음과 어르신들의 마음이 연결되는 나눔의 과정이 아닐까요?”
활짝 펴지는 어르신들의 얼굴을 마주할 때마다 기부자들의 마음이 느껴진다는 김은평 팀장. 기부자와 아름다운재단, 그리고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센터가 함께 빚어내는 아름다운 화음이 어르신들의 일상에 날개를 달아 보다 편안하고 행복한 삶으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
글. 이경희 | 사진. 김흥구
[사회적 돌봄] 배분사업이 바라보는 복지는 ‘사회로 부터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을 권리’ 입니다. 주거권, 건강권, 교육문화권, 생계권을 중심으로 취약계층의 사회적 안전망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빈곤1%기금]은 기본적 삶조차 누릴 수 없는 위기상황에 놓인 이웃에게 물질의 도움을 주는 것 외에 그들이 건강한 사회인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경제적 심리적 자활을 위한 다양한 지원을 통해 빈곤이 세대를 잇는 대물림을 막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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