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재가 치매노인 보조기기 지원사업’은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이하 센터)와 함께 저소득 치매 어르신과 돌봄자의 신체적•심리적 부담을 낮추고 지역사회에서 오랫동안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치매 어르신을 위한 맞춤형 보조기기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치매국가책임제와 같은 굵직한 발표에도 어르신과 돌봄자를 위한 국가 차원에서의 보조기기 지원체계는 부족한 현실인데요, 기기 지원을 넘어 지원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연구를 위해 연구진과 센터 담당자가 이미 지원체계를 갖춘 영국과 아일랜드를 다녀왔습니다. 그 이야기 함께 들어보실까요? |
‘치매 어르신을 위한 보조기기’ 들어보셨나요?
아름다운재단과 2017년부터 함께 치매 어르신을 위한 보조기기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지만, 아직 한국에서 공식적으로 치매어르신을 위한 보조기기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2016년 ‘장애인•노인 등을 위한 보조기기 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보건복지부 장애인보조기구 품목의 지정 등에 관한 규정’이 있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치매 어르신들을 위한 보조기기 품목과 관련 정책은 전무한 상황입니다. 재단과 함께 지원사업을 시작하며 2018년에 치매 어르신을 위한 보조기기 기초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고 이 과정에서 아일랜드에서 연구된 한 매뉴얼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영국과 아일랜드는 치매 어르신을 위한 보조기기 지원체계를 잘 갖추고 있어 국내에 적합한 지원체계 연구를 위해 센터와 연구진은 해외 선진기관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아일랜드까지 가는 항공편은 직항이 없고 가장 빠른 항공편은 영국까지 이동 후 아일랜드의 더블린 공항으로 이동하는 것이지만 방문 기관과의 연락이 쉽지 않아 촉박하게 연수를 준비하게 되어 인천에서 홍콩을 경유하여 이동하게 되었는데요. 더블린 공항까지 도착하는데만 약 20시간이 걸렸습니다.
아일랜드 : 아일랜드 치매 보조기기 서비스 정책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장거리 비행으로 여독이 채 가시기 전 방문단은 아일랜드 더블린에 위치한 트리니티 컬리지의 한 건물에서 앞서 말씀드린 매뉴얼 발간 프로젝트의 연구책임자였던 Fiona Keogh 박사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Fiona Keogh 박사는 우리에게 아일랜드의 치매 보조기기 서비스 정책에 대해 말해주었는데요. 아일랜드 역시 초창기 노인에 관한 서비스 투자에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했고, 2011년 아일랜드 출신의 미국 사업가가 기부와 제안을 통해 프로그램 개발과 정부 제안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아일랜드 정부는 치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 부분에만 투자를 했는데, 기부를 통해 조성된 기금으로 최근 한국에서도 정책화되고 있는 커뮤니티 케어*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고 합니다.
* 커뮤니티 케어 : 주민들이 살던 곳에서 거주하면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누리고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 보건의료, 요양, 돌봄, 독립생활의 지원이 통합적으로 확보되는 지역 주도형 사회서비스 정책(보건복지부)
2012년 아일랜드의 Health Department(보건부, 우리나라의 보건복지부에 해당)의 산하기관인 HSE(Health Service Executive, 의료서비스행정부)가 동참해 분야별로 펀딩을 하였는데 분야 중에는 보조공학* 과 치매를 전문적으로 케어하는 사람들에 대한 교육이 포함되어있고 치매 어르신이 꼭 해야 하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집 밖에서의 활동을 돕고 어르신들이 무언가를 계속할 수 있도록 돕는 지원 또한 정책에 포함되었습니다.
* 보조공학 : 노인이나 장애인이 겪는 신체적 불편함을 줄여주고 재활을 돕는 데 사용하는 기기나 기술을 개발•연구하는 학문
아일랜드에서 치매 보조기기를 지원하고 가이드를 개발할 때 처음에는 보조기기를 지원해도 실제 어르신들의 사용 빈도가 낮거나 정부가 지원하지 않는 보조기기들도 포함되어있었다고 하는데요. 한국과 달리 돌봄자가 보조기기를 직접 구매해서 사용해야 하는 점이 있어서 어르신들이 실제로 보조기기를 사용해 볼 수 있는 방을 꾸며놓고 사용해볼 수 있도록 지원하였다고 합니다. Fiona 박사는 아일랜드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통해 치매 어르신과 가족이 실제로 무엇을 원하고 필요로 하는지에 대한 연구를 모아 가이드를 제작하였다고 말해주셨습니다.
아일랜드의 치매 어르신을 위한 보조기기 센터, Memory Technology Library
Fiona 박사의 만남에 이어 방문단은 더블린에서 차로 약 2시간 반 떨어진 South Tipperary주에 있는 Memory Technology Library(이하 MTL)를 방문했습니다. 앞선 만남에서 아일랜드 치매 보조기기 정책에 대한 이론을 학습했다면 MTL에서는 현장을 경험할 수 있었는데요.
이름에서 느끼실 수 있겠지만 MTL은 치매 어르신들이 겪는 인지장애와 기억에 겪는 어려움을 보조기기를 통한 서비스를 진행하는 곳으로 아일랜드 각 지역마다 있습니다. 이곳에서 방문단은 HSE(의료서비스행정부) 매니저와 작업치료사, 간호사 등으로 구성된 직원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2014년에 설립된 이곳은 Fiona 박사에게 들었던 프로젝트의 시작으로 설립된 기관이었는데요, MTL에서는 실제 치매를 겪는 사람에게 상담평가 및 정보제공, 보조기기의 적용 및 추천, 대여 서비스까지 진행하는 점에서 치매 어르신을 위한 보조기기 센터와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영국 : Alzheimer’s Society
아일랜드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방문단은 더블린 공항으로 이동해 영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런던에 위치한 Alzheimer’s Society라는 기관을 방문하기 위해서였는데요. Alzheimer’s Society는 치매를 겪는 사람들을 위해 연구와 캠페인을 하는 영국 자선기관 중 한 곳으로 이곳에서 방문단은 영국이 치매에 대응하고자 하는 2020~2050 전략에 대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전략 가운데에는 기술과 관련된 내용도 포함되어있다고 하는데요. 치매를 겪는 사람이 지역사회에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치매 보조기기와 관련된 3가지 권고사항으로
첫 번째는 많은 사람이 다양한 보조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두 번째는 유비쿼터스*를 정착시키는 것
세 번째는 지원에 대한 근거를 찾아 효과를 알아보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
이 포함되어있다고 합니다.
* 유비쿼터스 : 사용자가 컴퓨터나 통신망 따위를 의식하지 않고, 때와 장소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통신환경
방문한 Alzheimer’s Society도 이런 부분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하려 하고 있다고 하였는데요. 영국에서 최근 사물인터넷 개념의 ICT(정보통신기술), 센서를 통한 바이오메카니컬(생체공학적)한 정보수집을 통한 행동 분석 등이 연구로 진행되고 있고, Alzheimer’s Society 역시 AI(인공지능) 케어 시스템, AT(보조공학) 테크놀로지 활용에 대한 연구를 수행 중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아일랜드의 치매 어르신을 위한 정책은 마치 아일랜드의 아름다운 자연과 여유로움처럼 지역사회 안에서 보조공학(주로 적정기술) 등 도움을 통해 치매 어르신들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당사자가 꾸준하게 무엇인가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세계적인 도시 런던에서는 정말 빠르게 진화하는 첨단 시대에 맞춰 치매 어르신을 위한 과학기술도 함께 연구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특히, 아일랜드에서의 정책은 아름다운재단과 센터가 치매 어르신을 위한 보조기기 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것과 같이 기부를 통해 사업이 시작되었고 정책으로 반영되어 치매를 겪는 분들이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변화되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번 방문을 통해서 본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사업이 밑거름되어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치매 어르신을 위한 보조기기 서비스 체계가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글, 사진 | 김은평(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
박현숙
아버지 치매로 고민이 많습니다.
치매에 필요한 보조기가 많아졌으면 합니다.
의미있는 프로젝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