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활동가 네트워크 지원사업은 소속과 영역을 넘어 다양한 가치와 활동 경험을 가진 모임간의 자유롭고 독창적인 사업을 지원합니다. 단체 간 네트워크 사업이 아니라 다양한 단체, 영역에서 활동하는 모임들의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개별 단체, 단일 영역의 단체 네트워크 활동으로 진행되기 어려운, 다양한 단체, 영역에서의 활동 경험을 기반으로 모임의 네트워크를 통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사업을 지원합니다. 이 글은 2019 공익활동가네트워크지원사업에 선정된 [산재 피해가족 네트워크 ‘다시는’]에서 활동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최민님의 후기입니다 |
‘다시는 내 아이와 같은 죽음이 없어야 한다’
故김용균님의 사고 후, 산재 피해가족들이 김용균 님의 부모님을 만나서 위로를 나누는 시간들이 이어졌습니다. 같은 아픔을 겪은 사람들만 주고받을 수 있는 위로의 시간을 통해, 피해가족들이 모일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자라났습니다. 그런 공감과 위로가 무책임한 회사와 정부와의 싸움을 이어가는 큰 힘이 되기도 했습니다.
산재 피해가족 네트워크 ‘다시는’이 출발하게 된 배경입니다. ‘다시는 내 아이와 같은 죽음이 없어야 한다’ ‘다시는 나와 같은 아픔을 겪는 이가 없어야 한다’는 산재 피해가족들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리도록, 손을 맞잡기로 했습니다.
함께 모여 얘기하고 싶은 의지는 높은데, 어디서부터 준비해나가야 할지 막막할 때 아름다운재단에서 공익활동가 네트워크 지원사업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살던 산재 피해가족들이 한두시간의 기자회견과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선뜻 시간을 내 주실 때, 교통비라도 지원할 수 있었고, 함께 어울려 울면서 트라우마 치료에 참여할 기회도 가졌습니다.
네트워크 다시는의 산재 피해가족들과 활동가들은 2019년 한 해 동안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제대로 만들라고, 죽음의 특성화고 현장실습을 이제는 멈추라고, 진짜 책임져야 할 사람과 기업이 책임지도록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자고 시민과 노동자, 위정자들과 언론을 만났습니다.
매해 돌아오는 명절과 떠난 가족들의 기일에는 함께 추모하는 자리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2019년에는 『가장 보통의 드라마』, 『김용균이라는 빛』,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나 조선소 노동자』등 일 때문에 세상을 떠난 노동자들을 기억하는 책들이 많이 나와 책을 통해, 북토크나 북콘서트를 통해 더 많은 시민들과 떠나간 이들을 그리워하기도 했습니다.
위로를 넘어 활동의 모임으로
최초로 구성된 산재 피해가족 네트워크로, 시작부터 언론과 시민사회의 큰 관심을 받았고, 이런 마음에 부응하려고 공부도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여러 차례의 토론을 통해 네트워크 구성 가족들은 서로 위로하는 것을 넘어, ‘노동안전보건활동’을 하고자 하는 가족과 활동가의 모임으로 ‘다시는’을 꾸려가기로 했습니다.
이를 쉽게 결정할 수 있었을 정도로 그 동안 이미 왕성하게 발언, 인터뷰, 기고, 간담회 등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물론, ‘내 가족의 고통스러운 사건에 대한 대응을 하는 것’과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하는 것 사이에는 여러 차이가 있기도 했습니다. 지난 한 해의 활동은 피해가족의 활동이 단순히 문제를 드러내는 역할에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다양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배우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갈등과 어려움도 있었으나, 여전히 산업재해로 가족을 잃은 이들이 아픔을 딛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라며 활동하는 모습은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다시는’ 가족들 역시 다른 가족들에게 이런 아픔이 없기를, 혹시라도 비슷한 일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는 서로가 위로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2020년은 2019년 활동과 평가에 기반하여, 가족들과 활동가들이 좀 더 긴밀하면서도 지지적인 관계를 맺기 위한 노력,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 제도 개선에서 피해가족 운동의 강점을 살린 활동을 할 수 있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습니다.
글, 사진 ㅣ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바로가기] 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