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일시적으로 재택 근무을 하던 어느 날, 전화벨 소리가 적막함을 깨트렸습니다. 수화기 너머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자신의 생일을 기념하며 지인들과 기부 이벤트를 하고 싶은데 가능한지 물어오셨습니다. 금액이 적을 수도 있다며 미안해 하시던 따뜻한 마음이 여전히 기억에 남습니다. 그후로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분들이 동참해주셨다는 기쁜 소식을 나눠주셨습니다. 나눔이 있어 조금 더 특별했던 박영수 기부자님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선한 영향력, 가치 있는 변화

안녕하세요. “선한 영향력, 가치있는 변화”라는 가치관을 가지고 조금이라도 가치관에 맞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며 영화와 술을 좋아하는 평범한 서른셋의 청년 박영수입니다. 영화와 술을 좋아하다 보니 지금은 신촌에서 영화를 보며 맥주를 마시는 ‘되새김펍’이라는 공간을 운영하면서 작게나마 생일기념 기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주변 사람들의 생일을 하나하나 다이어리에 적어놓고 챙겼지만, 요즘에는 카카오톡에서 쉽게 생일인 사람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작은 관심만 있다면 주변에 많은 사람의 생일을 알 수 있게 되었죠. 그런데 중 작년에 한 친구의 생일날 프로필 사진을 보게 됐는데, 조금은 특별했습니다. 축하를 감사한다는 글귀와 함께 기프티콘 등의 선물은 정중하게 사양하고 대신 오랜만에 연락 한번 하자는 내용이었습니다. 제 친구의 행동을 보고 단순히 다른 사람의 생일을 쉽게 챙길 수도 있지만, 생일인 당사자는 주변에 많은 사람에게 무언가를 손쉽게 알릴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내년 저의 생일에는 생일축하 대신 후원금액을 모아 생일을 조금 더 특별하게 의미 있게 보내고 싶어졌습니다.

박영수 기부자가 활짝 웃고 있다

박영수 기부자님 다시한번 생일 축하드립니다!

나눔이 있어 조금 더 특별한 날

생일기념 후원을 결심하고, 틈틈이 후원기관을 찾아봤습니다. 모두 좋은 곳에 의미 있게 사용되지만, 저의 생일인 만큼 조금은 제 가치관이 이뤄질 수 있는 곳으로 찾고 싶었습니다. 생일을 3주 정도 남기고 “열여덟 어른”의 캠페이너로 나선 신선씨의 스토리를 알게 됐는데, 자기 자신이 아닌 자신의 경험을 나눠 비슷한 어려움을 가진 이들을 돕고자 하는 부분과 사회적 인식과 제도적 문제를 바꾸기 위해 나비의 날갯짓처럼, 작은 영향력으로 시작한 부분이 굉장히 저의 생각과 가치관과 비슷하다고 생각해 아름다운재단을 후원기관으로 정하게 됐습니다.

우선은 정기기부 형태인 “열여덟 어른” 후원이 일회성 기부가 가능한지 재단을 통해 확인해 봐야 했습니다. 재단 담당자에게 별로 큰 금액이 안 모일지도 모르지만 가능 여부를 묻자. “기부금의 액수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기부자님의 마음이 중요합니다.” 이 두 마디 말이 다소 조심스러운 저에게, 이전보다 추진력 있게 진행할 수 있는 용기를 줬습니다. 기부가 가능한지 확인을 받은 저는 다음으로 생일인 하루 동안 카카오톡 상단에 노출되는 저의 프로필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도록 만드는 것이 과제였습니다. 재단에 캠페인 내용과 신선씨의 스토리를 참고해 이미지를 만들어 배경에 넣었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도록 사진을 바꿨습니다. 간단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제 마음과 진심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장작 2일 동안이나 글을 쓰고 오탈자를 체크하고 이미지 작업을 하고 설정했을 때 잘 보이는지 확인하고 다시 수정하는 작업을 반복했습니다. 초등학교 때 소풍 가기 전날 설레서 잠을 설치듯이 잠을 자지 못했고, 밤새도록 프로필 작업을 했습니다.

박영수 기부자 프로필에 열여덟어른 기부 캠페인 글을 올리고 생일 축하 기부를 독려했다.

카카오 프로필과 인스타그램에서 진행한 생일 기념 기부 이벤트

나눔이 이어준 소중한 관계

생일날 자정에 맞춰 이미지를 바꿀 수 없어서 생일 전날 미리 이미지를 바꿔놨습니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제 프로필을 보지 못할 때였죠. 하지만 평소에 연락을 자주하지 않던 지인분이 프로필을 보고 미리 후원해도 괜찮은지 물어보셨습니다. 시작이 좋았고 기분이 묘했습니다. 제가 프로필을 바꾸지 않았다면 이런 기부도 연락도 하지 않았을 관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더 감사했습니다. 그렇게 3월 21일이 되었고 많은 분들이 연락을 주셨습니다. 생일이 지나고 프로필 사진을 내렸지만 24일까지도 후원은 이어졌습니다. 무엇보다 감사했던 점은 생일이 아닌 후원이기에 연락을 나눌 수 있는 많은 분들, 그리고 저에게 한결같다고 칭찬해주시는 분들이었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요? 다음 생일에는 지금 장사하는 곳에 하루 매출도 포함해서 후원해 보자고 다짐했습니다!

Pay it Forward

앞서 소개에 영화를 좋아하는 청년으로 저를 소개했는데, 제 가치관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영화 한 편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2000)’라는 영화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서 자기 주변 3명의 사람에게 선행을 베풀고 다시 그 3명이 ‘새로운’ 사람에게 선행을 베푼다는 내용입니다. 이 영화에 영어 원제는 “Pay it Forward”, 자신의 선행이 자신에게 돌아오는 “Give and Take”가 아닌 또 다른 사람에게 전달한다는 뜻입니다. 이 영화의 제목처럼 이번 생일기념 기부를 옆에서 지켜봐 주신 분들이 저와 함께 간접적으로 행동하면서 느꼈던 따뜻한 마음이, 앞으로 비슷한 선행과 행동으로 앞에 사람에게 이어져 나갈 길 바라고, 이러한 행동이 나비의 날갯짓처럼 큰 태풍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박영수 기부자 추천 영화 - "Pay It Forward" 포스터

박영수 기부자 추천 영화 “아름다운세상을 위하여 – (원제)Pay It Forward”

 

글, 사진 | 박영수 기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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