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시나리오 여러 단위 사업들 중 거의 유일하게 활동가 개인을 지원하는 사업이 있습니다.
다름 아닌 활동가 재충전 지원사업으로 2002년부터 매년 진행되고 있습니다. 2014년부터 [2015 변화의 시나리오 활동가 재충전 지원사업]은 휴식 부문과 함께 해외연수 부문을 별도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5년 [해외연수] 부문에 총 8팀 22명의 활동가들이 선정되었고, 각자 활동하고 있는 이슈와 관련한 해외연수를 진행하였습니다.
최강민 님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활동가인 김수원 님과 함께 일본 고베에서 열린 피플퍼스트 대회에 참가하였습니다. 21년째 발달장애인당사자들이 모이는 행사에 참여하면서 일본의 당사자들을 만나 발달장애인들의 잠재된 힘과 자립생활의 의의를 확인할 수 있었고, 이러한 경험을 기반으로 한국 피플퍼스트 대회도 열 수 있었다고 합니다. 최강민, 김수원 님의 후기를 따로 싣습니다.
처음 일본을 간다고 했을 때 사실 나는 일본에 대해서 너무 아는 것도 없고 별 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5월에 준비회의를 다녀오고 나서는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많이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5월 준비팀 방문은 일본 피플퍼스트 주최의 회의에 참여하면서 발달장애인당사자들이 직접 의견을 내고 회의를 진행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발달장애인 특유의 행동이나 소리에도 놀라지 않고 기다려주고 그 사람들의 의견을 존중해주었다. 옆에서 조력을 해주는 조력자도 이래라 저래라 하는게 아니었다. 글을 읽다가 말문이 막히면 단어 정도를 알려주거나 반복해서 문장을 읽는 사람이라면 그 다음 문장을 알려주는 식으로 조용히 눈에 띄지 않는 점도 신기했다.
또한 한국에서도 이번 피플퍼스트 대회에서 발표를 하고 싶다고 의견을 낸 것이 받아들여진 점도 특이했다. 한국의 단체라면 자신들만의 행사일텐데 일본의 분위기는 많은 것들이 수용되고 함께하려는 자세가 보였던 것 같다.
일본 피플퍼스트 대회가 어떨지 굉장히 기대가 되었다. 드디어 피플퍼스트 대회가 열리고 일본의 전역에서 모인 당사자들이 대회장을 가득 메우고 지역별 피켓을 들고 입장행진을 하였다. 그리고 ‘전국의 동료를 돕자’. ‘시설에 반대한다’ 등의 슬로건을 외치는 모습이 마음속을 크게 울렸다.
지진피해에 대한 발표를 했을 때 매우 놀랐던 것은 일본이 지진이 많은 나라이다 보니 많은 당사자들이 지진으로 피해를 입었고 서로를 위로하고 공감하는 자리가 되었다는 것이다. 당사자들은 굉장히 구체적으로 몇시경에 지진이 나서 천장에 있던 형광등과 책장 등이 떨어지고 너무 무서워서 엄마가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지만 몸이 흔들려서 숨어 있다가 부모에게 갔던 이야기, 그리고 부모님이 다치거나 돌아가셨다는 이야기, 살 집을 잃어서 시설로 보내진 이야기 등 자신의 일상적인 생활을 이야기 했다.
자신의 감정적인 부분과 상황들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니 그 때의 상황을 대리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었다. 말로만 듣던 지진 피해의 심각성과 이런 상황을 접하는 많은 동료들에게 왜 모금을 하고 지원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질문을 받았을 때에도 자신들의 지진피해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을 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논리적인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의견을 피력할 시간을 주고 기다려주는 모습이 좋았다.
원폭 피해에 대한 발표도 들었다. 지진으로 인해서 원전이 누출이 되고 그 곳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왔던 당사자가 부모와 같이 자신의 고향을 떠나온 이야기를 해주었다. 아버지는 그 곳에서 여전히 농사를 짓기를 원하지만 사람이 먹을 수 없는 농사는 포기하셨고, 위험한 그곳은 여전히도 폐허가 된 채로 있다. 자신이 살던 곳을 버리고 떠나 올 수밖에 없는 당사자의 이야기에 가슴이 아팠다.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에 다른 당사자들은 원폭피해를 입은 사람들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현재 일본 정부가 자위대가 아니라 군대를 가지고 앞으로 전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서 “전쟁에 반대한다. 전쟁이 일어나면 우리들은 더 살기 힘들어 질 것”이라면서 의견을 모았다.
학대에 대한 발표는 야마구치현의 오후지엔이라는 곳에서 일어난 학대상황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다. 3명의 직원이 당사자들에게 학대를 일삼고 ‘바보’라고 놀리고 협박과 위협을 하는 시설에 대해서 이야기가 한국의 시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당사자들은 학대를 방지하기 위해서 그 시설을 고발하였지만 세 명 중 한 명은 체포당했다 금방 풀려나고 처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시설은 현재 입소해 있는 다른 이용자들이 있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운영 중이고 학대를 막겠다고 감시카메라를 달았지만 그것은 다시금 당사자들을 감시하는 구조가 되었다. 직원들은 보호자에게 사과를 했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사과를 하지 않는 등 여전히도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책임자를 처벌하지 않고 체포되지 않는 지금의 상황을 뒤엎을 학대를 없애는 법률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동료들의 아픔을 알리고 학대가 나쁘다는 것을 외치자며 이야기를 했다. 감동스러운 순간이었다.
왜 처벌이 되지 않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발표자는 “학대방지법이 있지만 교사나 주변의 사람들이 가까이 알지 못하기 때문에 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답했다. 그것을 더 알리는 법으로 우리가 만들어야 하고 학대를 없애기 위해서 학대를 알려야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많은 당사자들이 자신들도 학대의 경험이 있다는 것을 공유하고 학대는 혼자 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안한 감정이 들어 다시 입을 다물게 되기 때문에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다.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한다며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동료라는 말이 와닿는 순간이었다. 다른 동료들을 지지해주고 걱정해주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격려해주는 모습이 참 따뜻했고 대단해 보였다.
발표시간은 폭발적인 인기코너였다. 발언 기회를 얻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손을 들고 자신도 발언을 하고 싶다고 의지를 표현했다. “핸디캡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도 할 수 있다”, “차별을 없애고 싶다”, “전쟁에 반대한다”, “장애인은 애가 아니다, 장애인도 보통사람도 별다른 것은 없다” 등등 차별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권리를 스스로 이야기 하는 시간이었다.
일본의 피플퍼스트 대회는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스스로 만들고 진행하는 대회로 일본에서는 21년째 진행되고 있는 대회다. 그런 만큼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의 역량이 매우 크고 조력자는 당사자가 하지 못하는 최소한의 지원을 한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차별하고 권리를 짓밟아서는 안 된다고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외치고, 장애인이라도 인간으로서 존중받아야 하고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동료들을 돕고 공감하는 따뜻한 마음까지 느껴진 대회였다.
한국에서도 2015년 11월 21일부터 발달장애인지원법이 시행이 되었다. 생각보다 꽤 자주 발달장애인들과 관련된 기사가 뜬다. 매우 충격적인 이야기도 있고, 그런 발달장애인을 거부하는 모습들도 눈에 많이 띄는 것 같다. 그렇게 발달장애인은 지금 이 시기 중요한 이슈가 되었고 조금 더 근본적으로는 인간의 권리가 무엇이고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던지는 것 같다.
일본 고베 피플퍼스트를 통해서 그리고 한국에서도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을 만나며 모두가 발달장애인에 대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할 때 나는 피플퍼스트 대회를 통해서 ‘그렇다’ 라는 인식이 생겼다. 발달장애인들의 숨겨진 힘, 애써 사람들이 부정하던 것들을 뛰어 넘는 잠재력을 만났다. 세상을 떠들썩 하게 달구는 뉴스기사보다 많은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나도 사람이다”, “조금 느릴 뿐이다”, “내게도 이 세상을 살아갈 이유가 있다”고 말하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보았다.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내고 내가 있다고 외쳤고, 그 울림은 더 뜨겁게 세상을 달구고 있으며 그 누가 대신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런 세상을 만들 것이다.
현재 한국의 상황은 그런 발달장애인들이 사회와 만날 기회를 얻고 더 지역 사회에서 살아갈 틈을 주지 않았다. 기다려주지 않고 세상의 기준으로 그들을 쟀다. 그렇게 팔이 잘리고 다리가 잘린 발달장애인들은 이 세상의 주인으로 살아가기가 힘든 구조 속에 있었지만 일본고베 피플퍼스트 대회를 발돋움 삼아 한국에서 열린 피플퍼스트 대회는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의 권리를 높여주는 것이고, 발달장애인지원법은 당사자들의 손과 발이되어 발달장애인도 함께 살 수 있는 조금 더 사람을 따뜻하게 품을 수 있는 세상이 만들어 가는 길이 될 것이다.
글ㅣ사진 김수원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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