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은 공익활동을 하고자 하는 시민모임, 풀뿌리단체, 시민사회단체를 지원합니다. 특히 성패를 넘어 시범적이고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지원함으로써 공익활동의 다양성 확대를 꾀합니다. ‘2019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에서 어떤 활동들이 진행되는지 그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소나기( 위기청소년 자아성장심리치유 프로그램 소․나․기)를 참가할 때 우리는 모두 서약합니다.

하나, 과정 중에 모두가 평등합니다. 폭력(왕따, 계급, 행동으로 가해지는 폭력 등)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만약 발생 시 모두에게 책임이 있으므로 바로 과정은 종료되어지는 것을 서약합니다.
하나, 그룹 안에서 나눈 이야기나 다른 사람의 고백에 대하여 반드시 비밀을 지킬 것을 서약합니다.
하나, 소나기 멘토 및 활동가는 참가자들의 의사결정 없이는 외부(부모 및 외부기관 등)에 인터뷰 및 자료 등을 공개할 수 없음을 서약합니다.
하나, 프로그램에 관해 서면으로 안내를 받았으며 내용을 숙지하였고 동의합니다.

이렇게 소나기 학교는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는 나이, 성별, 학교, 외모 등에 따라 서로를 평가하거나 무시하는 언어, 태도는 이 자리 그리고 이 공간에서는 허용되지 않으며, 오로지 ‘나’와 ‘너’가 만날 수 있도록 평등한 구조부터 첫 시작을 열었습니다.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말’과 가슴에 모아둔 ‘감정’들이 많습니다. 소나기 학교에서는 그동안 지나쳐버린 감정 그리고 미처 발견하지 못한 감정을 찾아보고 스스로 풀어내기 위한 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사진출처 : 여성인권동감]

감정이 뭘까? 우린 매번 감정 이야기를 할 때 부정적인 부분이 먼저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감정을 나타내는 건 내‧외적으로 약한 사람만이 표현이고 강한 사람은 힘들어도 힘들다 라는 말도 안 하고 눈물도 보이지 않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자리에서 만큼은 힘들면 ‘힘들다’라고 말하고 눈물이 나면 억지로 참지 말고 흘릴 수 있는 게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사진출처 : 여성인권동감]

아무 말 하지 않았지만 서로 눈을 보면서 새로운 감정을 느끼고 눈동자에 비친 나의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안아주고 싶다’는 마음을 표현하는 친구들이 나타나면서 새로운 나의 모습을 발견하였습니다. 나의 감정을 접촉하는 동시에 친구들의 감정을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사진출처 : 여성인권동감]

쑥스럽지만 나를 표현하고 나의 마음을 받아주는 친구가 생겼습니다. 아직은 많이 어색하지만 들어주는 친구가 생겨서 다행입니다. 매번 웃고 심각하지 않는 대화가 주였다면 소나기 학교 친구들과의 대화는 심오하고 그동안 말하고 싶지 않았던 이야기가 줄줄줄… 그때마다 듣고 있는 친구가 ‘지겨워하지 않을까?’,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평가하지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감정은 감정일 뿐이고 그것을 표현하는 게 당연한 것이고 그럼으로써 내가 조금씩 편안해지고 친구들과 가까워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사진출처 : 여성인권동감]

‘내가 잘못해서 이런 일이 생긴거야’, ‘나로 인해 문제가 생겼어’가 아니라 ‘너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너가 정말 불편했겠다’, ‘어떻게 참았어’, ‘나도 그런 경험이 있어’, ‘나도 그래’ 이런 말을 듣고 같은 마음을 느끼는 친구가 생겨서 좋았고 꼭 나만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 그래서 편안해지고 위로를 받았다고 합니다.

위로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리 크고 대단한 게 아니라, 아주 소소한 부분부터 오는 것이라는 것을 조금씩 알고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작업은 분노까지 치닫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가정에서 학교, 알바 등지에서 겪었던 이야기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는데 성인들이 생각하는 폭력과 차별에 대해 친구들의 경험은 그 이상이었습니다. 친구들이 일반적인 룰에서 벗어나서 생활한다는 이유한가지로 돈을 떼이고 문제아로 평가받고 그냥 있는 그대로 봐주면 좋은데 그게 아니고 나의 외모와 환경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시’, ‘넌 원래 그런 애야’라는 낙인되어 결국 그렇고 그런 아이로 살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사진출처 : 여성인권동감]


난 원래 그렇고 그런 아이 그리고 우리 부모님도 그렇고 그런 사람이야. 그렇고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알까요? 왜 모르면서 함부로 말하고 평가하는지 도무지 모르겠고 그로 인해 상처 받는 나는 그냥 문제아로만 남아있는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말을 들어보려고 하지 않고 무조건으로 너가 잘못했다 그리고 왜 핑계냐는 단답형의 대화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는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이제야 말하지만 억울하고 너무 화가 난다고 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이지 않은 기준의 잣대는 어디서부터 시작이고 어디서부터 꼬였는지 친구들과 작업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친구들과의 마음을 나누면서 우리의 잣대가 얼마나 폭력적이고 낙인을 시키고 있었는지 뚜렷하게 나타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사진출처 : 여성인권동감]

완강히 거부합니다. 이유 없는 차별과 폭력에 대해 우리 친구들은 거부하고자 내면의 힘을 키우기로 약속하였습니다. 진정으로 강한 사람은 나를 제대로 알고 나를 표현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며, 그리고 타인의 이야기를 왜곡하지 않고 집중하여 듣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출처 : 여성인권동감]


지금 우리가 함께 나눴던 이야기는 ‘나’와 ‘너’ 그리고 다른 이들과 함께하기 위한 첫발걸음입니다. 이제부터 우리가 걸어 나가야할 길은 더 구불구불할 것이고, 가다가 넘어지기도 할 것입니다. 넘어질 때마다 자포자기가 아니라 내가 가진 힘으로 일어서서 다시 걸어 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너에게 손도 내밀 것입니다. 우리는 차별과 폭력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고 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되겠습니다.

[사진출처 : 여성인권동감]

글, 사진 | 여성인권 동감

댓글 정책보기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