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은 사업명에도 드러나듯 공익단체의 프로젝트에 ‘스폰서’가 되어 주는 지원사업입니다. 사업 기간이 3개월로 다소 짧지만 그만큼 알차고 다양한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2019 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으로 어떤 일들이 생겼는지 그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이하 아덱스)는 2년마다 열리는 방위산업 전시회입니다. 세계 각국 군수업체와 정부 방위산업 담당자가 모여 수많은 무기거래가 이루어집니다. 전시회에 참가하는 군수업체들은 자사 무기가 얼마나 더 효과적으로 빠르게 목표물을 제거할 수 있는지 홍보하며, 전시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될수록 더 많은 무기가 거래됩니다.
올해는 10월 15일부터 20일까지 성남 서울공항에서 개최되었고, 34개국 430개 업체가 참가해 210억 달러(한화 약 24조 8천억 원)의 수주 상담을 달성했다고 합니다. 또한 주말에는 20만 명이 넘는 시민이 행사장을 방문해 최신 전투기들의 화려한 곡예비행을 관람하고, 각종 첨단 무기를 전시 체험했습니다. 그러나 화려한 에어쇼로 포장된 무기박람회의 진짜 이름은 ‘살인 무기 전시회’입니다.
5년이 넘게 끝나지 않고 있는 예멘 내전 지역에서 한국산 무기가 발견됐습니다. 또한 한국 방산 기업의 사우디 수출 확대, 예멘 내전에 개입하는 UAE 특수전 부대를 훈련하는 한국 아크부대는 한국 정부가 예멘 난민 발생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말해줍니다. 무기가 쓰이는 곳에는 ‘죽음과 파괴’만 존재합니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등에 쏟아 부은 무기들로 5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죽었습니다. 강대국 개입으로 8년째 계속되는 시리아 내전으로 약 50만 명의 사람들이 죽거나 행방불명됐고, 5년째 계속되는 예멘 내전으로 9만 명 이상 사망했습니다. 이 참혹한 파괴가 시작되는 곳이 무기박람회입니다.
이에 평화운동단체들과 활동가들이 연대하여 무기전시회가 살상무기를 사고파는 죽음의 시장임을 알리고 이에 저항하는 다양한 대응 행동을 진행했습니다. 무기 산업이 초래하는 비윤리성과 인명 살상, 군비경쟁, 정부 방위산업 육성 정책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비판하는 기사 연재를 통해 화려한 에어쇼와 학생의 날로 포장된 무기박람회의 진실을 드러냈습니다. 또한 예멘 난민을 초대해 열어 무기 거래가 난민 발생에 미치는 영향과 우리의 책임과 역할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토크쇼를 열었습니다. 아덱스 개최 기간에는 각국 무기거래상과 방산업체 관계자들이 모이는 환영 만찬회에 달려가 피 묻은 돈을 뿌리며 “전쟁장사를 멈춰라!”라고 외쳤으며, 아덱스 행사장을 찾는 시민들에게 아덱스의 실상을 알리는 대중캠페인도 진행했습니다. 또한 올해 최초로 열리는 일본의 국제 무기견본시 개최 반대 활동을 하는 일본 시민들을 찾아가, 함께 저항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한국 정부는 ‘방산 한류’를 표방하며 세계 곳곳으로 점점 더 많은 한국의 무기들을 수출해 나가고 있습니다. 방위 산업이 발전할수록, 더 좋은 무기가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더 좋은 무기가 의미하는 것은, 효율적으로 목표물을 타격하고 부수는 강력한 살상력을 가진 무기를 의미합니다. 최첨단 과학기술, 국가경제 성장이라는 포장으로 무기가 팔리고 쓰여지는 곳에는 반드시 생명의 파괴가 뒤따릅니다. 시리아와 예멘 난민이, 내전과 분쟁 지역에서 고통에 신음하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올해 아덱스에 전시되고 팔려진 무기들을 미래의 어딘가에서 살상과 파괴를 위해 사용될 것입니다. 무기박람회는 폐지되어야 합니다.
글, 사진 | 전쟁없는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