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은 공익활동을 하고자 하는 시민모임, 풀뿌리단체, 시민사회단체를 지원합니다. 특히 성패를 넘어 시범적이고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지원함으로써 공익활동의 다양성 확대를 꾀합니다. ‘2019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에서 어떤 활동들이 진행되는지 그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
👆🏻 띵동! 저는 전라도에 사는 청소년 성소수자인데요, 띵동식당은 서울에서만 열리나요?’
👆🏻 띵동! 포항의 청소년 쉼터 종사자입니다. 저희 기관에 성소수자 청소년이 찾아왔는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이 됩니다. 자료 같은 걸 얻을 수 있을까요?
띵동이 서울 한자락에 터전을 마련하고 상담을 시작한지 5년차, 띵동은 방문상담 뿐만 아니라 카카오톡 채널을 통한 상담신청, 전화상담 등을 운영하고 있어 비서울 지역 청소년들과의 상담도 꾸준히 진행해 왔습니다. 사실 너무나 당연하듯, 띵동에 상담을 요청해 준 청소년 성소수자 중 절반 이상이 비서울 지역에서 생활하는 이들이었습니다. 지금껏 한 번도 맘 편히 털어놓아 본 적 없는 자신의 정체성이나 고민들을 띵동 상담을 통해 처음으로 이야기 하면서,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는 성소수자 청소년 커뮤니티나 띵동같은 지원단체가 없다는 것에 많은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지요.
지난 3년 동안 성소수자 인권에 있어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퀴어문화축제가 전국적으로 개최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2017년과 2018년에는 띵동도 전국에서 열리는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하면서 그 지역 청소년들을 직접 만나는 프로그램인 ‘움직이는 띵동식당’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2018년 대구, 광주, 전주, 제주). 지역 퀴어문화축제에서 띵동 부스에 찾아온 청소년 중에는 그동안 띵동과 전화로만 상담을 나눠왔던 이들이 있었습니다. 얼굴 한번 본 적 없지만 목소리만으로도 서로를 알아보고는 반가움과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일도 있었어요. ‘움직이는 띵동식당’은 홍보를 할 때마다 신청자가 하루도 안 되어 모두 모집되는 등 청소년들에게 호응이 좋았습니다.
띵동의 문을 두드리는 것은 청소년 성소수자들만이 아닙니다. 각 지역의 학교, 상담기관, 청소년 쉼터, 문화의 집, 성문화센터, 꿈드림센터 등 청소년들을 직접 만나는 교사나 청소년 기관 종사자들로부터도 그동안 많은 문의전화를 받아 왔어요. 자신이 만나는 청소년 중에 성소수자 청소년이 있는데, ‘이 사람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는 아주 막막한 질문에서부터, 성소수자 청소년을 보다 잘 지원하기 위해 교육이 필요하다는 구체적인 요청까지… 직접 청소년 성소수자를 만나고 지원하는 현장의 목소리들이 조금씩 많아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특히 탈가정 청소년들이 찾아간 청소년 쉼터에서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입소를 거절 당하거나 혐오표현을 경험했다는 상담사례가 축적되면서 청소년 기관 종사자들에 대한 교육이 곧 청소년 성소수자의 위기지원으로 연결된다는 생각도 점점 강해졌습니다.
그냥 가만히 기다릴 수는 없어서, 변화의 시나리오의 시작!
비서울 지역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나눠준 이야기를 잘 듣고, 청소년 기관종사자들의 요청에 그때그때 응답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느낌이 계속해서 들었습니다. 띵동과 같은 단체가 전국에, 정부지원으로 생겼으면 정말 소원이 없겠지만… 그때까지 그냥 가만히 기다릴 수는 없다는 생각이 띵동 활동가들의 몸과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로 신청한 사업은 ‘무지개 도움닫기’와 ‘움직이는 띵동식당’이었습니다. ‘무지개 도움닫기’는 각 지역에 청소년 성소수자 지지 커뮤니티를 만들고자 기획된 프로그램이에요. 전국 17개 시도에 최소 1곳 이상 청소년 성소수자를 지지하고 환영할 수 있는 기관과 사람을 찾고 지속적인 협력을 구축하기 위해 시작되었지요. 언제 어디서든 청소년 성소수자들을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분들을 만나 ‘청소년 성소수자를 어떻게 만날지’ 교육하고 서로의 고민을 나누는 네트워크 시간을 갖고자 했어요. 비수도권 지역의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각종 위기상황에 더욱 취약하기 때문에, 이들의 존재를 지지해줄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 그 목적이 있는 프로그램이지요.
띵동은 2019년 하반기를 전국으로, 그야말로 ‘무지개 도움닫기’하며 아주 바쁘게 보냈습니다. 대구, 인천, 광주, 부산, 창원, 대전. 총 6개 지역의 204개 청소년 유관기관에 ‘청소년 성소수자를 잘 이해하고 잘 지원하기 위한 교육’의 홍보공문을 발송했습니다. 그 결과 총 74명의 활동가들을 만났고, 약 20개 기관과 소통의 첫 물꼬를 틀 수 있었습니다! 띵동으로서는 엄청난 성과이자 큰 변화를 위한 작은도약이라고 생각해요. 띵동의 활동 초기부터 다른 청소년 기관과의 교류를 통해 청소년이 있는 곳은 어디라도 성소수자 친화적인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던 바람이 어쩌면 멀지 않은 미래에 가능할 수도 있다는 희망을 발견한 순간들이었습니다.
무지개 도움닫기 프로그램에서는 참 다양하고 다난한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참가해주신 분들 각자가 처한 어렵고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저마다 자신이 만나게 된 ‘청소년 성소수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따스하게 느껴졌어요. 특히 청소년 성소수자를 고단하게 만드는 문제를 마주하는 상황 속에서 그들의 상처를 거칠게 헤집지 않기 위해 고민해온 그 분들의 많은 노력은 프로그램을 함께하는 띵동 활동가들에게도 큰 울림이 되었습니다.
작은 도약이 큰 변화로, 진짜로 일어날지 몰라!
‘무지개 도움닫기’를 두 번 정도 했을 뿐인데, 신기하게도 조금씩 청소년 기관들 사이에서 띵동의 활동이 소문나기 시작했나 봅니다. 우리 지역에는 방문 일정이 있는지를 궁금해 하는 연락이 오기 시작했고요, 방문 예정이었던 부산지역에서는 마침 그 날 청소년 상담복지센터 근무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직무연수가 계획되어 있으니 강의 한 꼭지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부산에서는 총 31명의 상담복지센터 활동가들을 만날 수가 있었어요!
이렇게 조금씩 소문나기 시작한 ‘무지개 도움닫기’를 취재한 기사가 한겨레 신문에 실리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신청자가 한명도 없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한켠에 안고 시작한 무도닫. 어쩌면 정말로 전국으로 도움닫기 할 수 있는건 아닐까? 감사와 기대가 부풀어 갔습니다.
관련기사: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909100.html
띵동식당, 전국의 문을 열었습니다
띵동식당은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에 모여 맛있는 밥을 함께 나누고,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며 즐겁게 이야기 나누는 띵동의 간판 프로그램입니다. 항상 청소년 성소수자들에게 호응이 매우 좋은 프로그램인만큼, 서울에 있는 띵동센터까지 올 수 없는 지역 청소년 성소수자들을 (본의 아니게) 슬프게 만들기도 했는데요. 변화의 시나리오 프로젝트로, 드디어, 띵동식당 전국편이 시작되었습니다!
수원, 인천, 광주, 부산, 창원, 대전. 총 여섯 개 지역에서 36명의 청소년 성소수자를 만났고, 맛있는 식사를 함께 한 뒤에는 띵동에서 만든 <청소년 성소수자 인권침해에 대처하는-무지개 파워! 나를 지키는 워크북>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이 프로그램은 청소년 성소수자가 자신의 권리에 대해 알고, 위기 상황에서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을 미리 생각해보고 필요한 정보도 얻어가는 알찬 내용으로 구성되었답니다.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적어준 다양한 자기방어방법이 무지개 빛깔로 넘실대는 움직이는 띵동식당이랍니다!
띵동, 지역에 무지개를 걸다!
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에 지원한 사업명은 “띵동! 지역에 무지개를 두드리다”였는데요, 띵동이 과연 지역에 무지개를 놓기 위한 시작을 잘 해냈을까요? 정신없이 일 년을 보내고 난 뒤 사업을 평가하고 그동안의 사진과 기록들을 찬찬히 살피며, 띵동이 전국에서 만난 색색깔의 무지개 같은 미소들을 봅니다. 2020년에는 작년 한해동안 완성된 ‘무지개 도움닫기’교육자료를 더욱 홍보하고, 교육이 필요한 지역과 단체의 요청을 받아 현장에 더 필요한 교육을 제공하고 활동가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감사한 변화의 시작, 이제 띵동은 무지개 같은 동료들과 함께, 조금 더 넓은 곳에서, 더 많은 청소년 성소수자들과 함께 웃을 수 있겠지요?
글, 사진 | 띵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