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은 공익활동을 하고자 하는 시민모임, 풀뿌리단체, 시민사회단체를 지원합니다. 특히 성패를 넘어 시범적이고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지원함으로써 공익활동의 다양성 확대를 꾀합니다. ‘2019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에서 어떤 활동들이 진행되는지 그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
농사꾼은 씨앗을 보면 눈이 반짝반짝 빛이 나고 저절로 말이 나옵니다.
“이 놈은 어떻게 키운다요?”
“나한테도 좀 나눠주쇼~”
요즘에는 씨앗이 종묘회사에서 사서 심는 씨앗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종묘회사는 일제시대 이후, 말하자면 산업화되면서 만들어진 회사로 농사에 필요한 씨앗도 상품으로 만들어서 팔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농사가 시작된 것은 신석기시대부터니까 긴긴 농사의 역사에서 씨앗을 사서 심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것입니다. 그럼 종묘회사가 생기기 전에는 씨앗이 어디에서 왔을까요?
농민들이 심어서 먹을 것을 수확하고 일부는 남겨두었다가 씨를 받아서 다시 심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더 큰 것, 좀 더 맛있는 것을 골라서 심고, 다른 나라에서 키우던 작물을 구해와서 심었습니다. 60년대~70년대 녹색혁명으로 외국의 씨앗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고, 80년대 수입개방으로 외국의 농산물이 싼 값에 들어오면서부터 농민들이 심던 씨앗은 시장에서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농민들이 씨앗을 사서 심기 시작하자 씨앗이 점점 비싸집니다.
여성농민들이 다시 씨앗을 갖기 위해 힘을 모으기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토종씨앗 지키기 운동은 농민이 씨앗의 주인이 되는 운동입니다. 토종씨앗을 지키는 여성농민들은 고민이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지역의 여성농민, 농민들에게 씨앗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같이 씨앗을 지키자는 얘기를 하고 싶은데, 자신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고민입니다. 한편으로는 여성농민이 알고 있는 것보다 더 잘 아는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현장에서 활동하는 우리가 전문가다. 우리가 직접 강의를 해보자하는 결심을 한겁니다.
2019년 4월 24일~25일 1박 2일로 전국에서 토종씨앗을 좀 지킨다 하는 여성농민들이 모였습니다. 첫 교육에서 어떤 목적으로 이번 교육에 왔는지, 각자의 구체적인 목표를 듣는 것을 시작으로 5월 29일, 6월 19일, 7월 8일 매달 모여서 집중적으로 공부를 했습니다.
4회차에 걸쳐서 9개의 강의, 한 번의 체험 프로그램, 만날 때마다 우리가 아는 내용을 어떻게 강의하면 좋을지 긴 토론시간을 갖고 발표하면서 또 토론하며 진행된 교육입니다. 토종씨앗을 지키는 과정이 생태환경까지도 살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농생태운동에 대해서도 같이 공부했습니다.
아무리 토종농사를 많이 지어도 토종먹거리를 먹는 사람이 없다면 그 농사를 계속 지을 수 없습니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 지역에서 교육을 하면서 토종먹거리도 맛볼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을 준비했습니다.
각 지역의 토종씨앗과 토종먹거리를 모아서 맛볼 수 있는 토종씨앗 축제는 이런 여성농민들이 전국에서 모여 말 그대로 축제를 여는 자리입니다. 올해는 부여에서 전국의 회원들이 모였습니다.
부여여농회원들이 다양한 나물과 토종무청으로 만든 된장국, 김치와 토종호박 양갱, 토종 고구마 샐러드 등 온갖 음식을 준비해주셨습니다. 경남 거창과 경북 고령에서 키운 토종쌀로 지은 밥, 제주에서 키운 귤, 전북에서 맛깔나게 만든 떡, 진천 토종시루떡까지 풍성한 잔치입니다.
본격적인 토종밥상을 만나기 전에 7가지 토종콩을 삶아서 먹어보는 시식시간은 각각 다른 모양만큼 맛도 다른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고소한 돈부, 달콩함 불콩, 고소함과 달콤함이 같이 있어서 맛있는 선비잡이콩 등등 시식의 즐거움을 만끽했습니다.
토종씨앗을 지키는 것이 우리나라 농부들만의 문제는 아니겠지요? 2018년 12월 유엔에서는 농촌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에 대한 선언을 채택했습니다. ‘씨앗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는 상상워크샵’에서는 유엔 농민권리선언에서 보장하고 있는 종자에 대한 농민의 권리를 이야기하며 후대에게 우리 씨앗을 물려주는 꿈을 꾸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각 지역의 씨앗을 들고 모인 여성농민들, 부여군수를 비롯해서 부여군 농업기술센터 소장님 등 공무원들과 부여와 인근지역 농민들, 소비자들의 관심으로 즐거운 토종씨앗 축제를 마쳤습니다. 1년 동안 토종농사를 짓느라 수고하고, 맛있는 토종 밥상을 준비한 여성농민들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하루였습니다.
글, 사진 |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