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계속된 비 소식으로 입가에 미소 한 번 짓기 힘들었던 7월. 충남외국어고등학교 학생들로부터 기분 좋은 메일이 하나 왔습니다. 아름다운재단 <열여덟 어른> 굿즈를 활용한 교내 캠페인을 진행하고, 모은 기부금을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는데요. 굿즈를 지원해 드리고 얼마 후, 기부금과 함께 캠페인을 성황리에 마쳤다는 소식을 보내주셨습니다! 그 주인공인 김승희, 김예린 기부자님을 인터뷰해보았습니다! |
You Will Be Found
김승희 기부자님(이하 승희), 김예린 기부자님(이하 예린) : 안녕하세요. 저희는 충남외국어고등학교 영어과 3학년 김승희, 김예린입니다. 반갑습니다!
두 기부자님은 여느 고등학생처럼 학교, 학년, 전공과 함께 자기소개를 해주셨어요. 기부자님을 좀 더 알기 위해 좋아하는 것을 물어봤는데요. 좋아하는 ‘뮤지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즐거워하는 모습도 영락없는 열여덟의 모습이었습니다.
예린 : 저희 둘 다 뮤지컬을 정말 좋아해요. 좋아하는 뮤지컬이 생기면 영상도 몇 번이나 돌려보고, 관련 책도 살 정도라니까요. 승희랑 나중에 뮤지컬 보러 미국 브로드웨이에 같이 가자는 약속도 했어요!!
이번 교내 캠페인도 뮤지컬에서 모티프를 얻었다고 하는데요. 캠페인 이름도 두 기부자님의 최애 뮤지컬인 <Dear Evan Hansen>의 대표곡 ‘You Will Be Found’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예린: <Dear Evan Hansen>은 사회불안장애, 우울증 등에 시달리는 주인공의 이야기인데요. ‘넌 혼자가 아니야.’라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달해준 뮤지컬이에요.
승희 : 캠페인을 구상하면서 사회의 ‘체인지 메이커’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담아봤는데, 그 시작이 이 뮤지컬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Dear Evan Hansen>과 대표곡인 ‘You Will Be Found’가 큰 모티프가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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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n when the dark comes crashing through / When you need a friend to carry you
어둠이 들이닥친다 해도 / 의지할 친구가 필요할 때
When you’re broken on the ground / You will be found
다쳐 쓰러져 있을 때에도 / 너를 찾아낼 거야
-뮤지컬 <Dear Evan Hansen> 삽입곡 ‘You Will Be Found’ 중
기부자님들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을 발견하고, 이들의 목소리를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발견자이자, 전달자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로 #youwillbefound 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하는데요. 손 글씨로 정성스럽게 써내려간 홍보물을 보면 두 기부자님의 방향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열여덟 승희, 예린이 본 ‘열여덟 어른’
김승희, 김예린 기부자님은 올해로 만 열여덟입니다. 두 기부자님은 만 18세에 누구보다 빨리 어른이 되어야 하는 ‘열여덟 어른’ 보호종료아동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며 캠페인을 진행했을까요?
예린 : 보고서를 쓰면서도, 캠페인을 도와준 친구들에게 설명하면서도 ‘약자 프레임’을 씌우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겪고 있는 문제 상황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려 했어요. 혹시나 보호종료아동에 대해 잘못된 정보나 사실을 전달할까 봐 열심히 공부했거든요.
승희 : 저도 보호종료아동에 대해서 조사를 하면서, 인터넷에서 많은 영상자료를 참고했어요. 보호종료아동의 자립은 ‘재정적 결핍’보다는 이슈에 대한 ‘사람들의 무관심’이 더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회에서 보호종료아동은 그저 ‘불쌍한’ 약자 그룹 전체로 정의된다고 느꼈어요. 오히려 보호종료아동 한 명 한 명에게 적절한 지원과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를 위해선 어른들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겠죠.
예린 : 그런 의미에서 이번 캠페인이 참 의미 있었어요. ‘용기 내지 않아도 보육원에서 자란 사실을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데 작게나마 일조한 거 같아서 뿌듯해요.
실제로 두 기부자님은 이번 캠페인이 ‘굿즈를 판매하는 활동’에만 그치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대요. 보호종료아동의 현실에 대해서 알리는 것에 더 중점을 두었죠. 그래서 굿즈를 판매하는 활동 외에도 홍보물을 외국어로 번역하는 활동을 진행했다고 해요.
‘서로’가 있고, ‘꿈’이 있어 가능했던
두 기부자님의 노력 덕분에 교내 캠페인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기부금 역시 아름다운재단에 잘 전달되었습니다. 두 기부자님께 캠페인을 마친 소감에 대해 물어보았어요.
승희 : 코로나 때문에 학교 일정이 바빠지면서, 친구들이 캠페인에 참여해줄지 걱정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걱정과는 달리 정말 많은 친구들이 보호종료아동, 그리고 열여덟 어른 굿즈에 관심을 보여주었어요.
예린 : 저는 1학년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놀랐어요. 캠페인 도우미도 1학년이 가장 많았거든요. 후배들이 보호종료아동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이 정말 고마웠어요. 한국사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도 기억에 남아요. 저희 캠페인 덕분에 선생님께서도 보호종료아동 이슈에 관심이 생겼다고 하셨어요. 그 말에 큰 감동을 받았죠.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도움도 컸지만 예린, 승희 님은 서로가 큰 의지가 되었대요. 캠페인 얘기만 나오면 서로에게 공을 돌리는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셨답니다.
예린 : 승희랑 1학년 때부터 같은 반인데, 정말 ‘아이디어 뱅크’에요. ‘보호종료아동’이라는 이슈도 승희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거든요. 캠페인 진행하면서는 승희의 열정에 감탄하게 되었어요.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학교에 나와 주었거든요. 참 의지가 많이 됐어요.
승희 : 저야말로 예린이에게 의지를 많이 했어요. 갑작스럽게 건강이 나빠져서 잠깐 휠체어까지 타게 되었는데요. 정성껏 기획했던 캠페인인데, 제 체력이 열정을 감당해주지 못해서 너무 아쉬웠어요. 근데 예린이가 두 배로 뛰어줘서 캠페인을 잘 마칠 수 있었죠. 너무 미안하고 또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승희 님이 아픈 와중에도 캠페인을 위해 학교에 나오니까 교장 선생님까지도 캠페인을 응원해 주셨대요. 승희 님이 이렇게까지 이번 캠페인에 정성을 쏟은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꿈’ 때문이죠!
승희 : 저는 평소에도 워낙 아이들을 사랑해서 아동과 관련된 교육, 시설, 인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았어요. 제 꿈 중 하나가 보육원을 설립하고 많은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 주는 거예요! 나중에 충분한 준비가 되었을 때 입양을 하고 싶기도 하고요!
Change Maker
두 기부자님께서는 ‘체인지 메이커’라는 말을 사용하셨지만, 이는 아름다운재단의 슬로건인 ‘세상을 바꾸는 작은변화’와 일맥상통함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두 기부자님은 이번 캠페인을 통해 무엇을 느꼈을까요?
승희 : 이번 캠페인은 ‘기부’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돈은 단지 수단일 뿐 ‘마음’을 나누는 것임을 배웠거든요. 또 이슈에 공감하고 함께 고민하면 ‘체인지 메이커’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것도 배웠어요.
예린 : 저희가 모은 돈은 그렇게 큰 돈이 아니에요. 금전적 지원은 큰 재단이나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겠죠. 하지만 이번 캠페인을 통해 교내 구성원이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관심을 갖고, 인식을 바꾸었다면 그 자체로 의미 있지 않을까요?
아름다운재단은 본격적으로 ‘열여덟 어른’ 시즌 2를 시작했는데요. 저희 아름다운재단 역시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김승희, 김예린 님이 만든 작은변화를 되새겨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김승희, 김예린 기부자님을 비롯한 교내 캠페인에 참여했던 충남외고 학생들이 ‘열여덟 어른’ 친구들에게 짧은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학생들의 마음이 ‘열여덟 어른’에게 전해지길 바라면서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