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아름다운재단에서는 내부 직원들끼리 조직 혹은 조직문화와 관련해 아이디어를 겨루는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일명 ‘아름다운재단 이노베이션 캠프’ 두 분의 이사님의 후원으로 상금도 걸려있고 1등으로 선정된 아이디어는 꼭 반영하겠다는 약속이 있었기에, 어느 때보다 재단 간사들의 호응은 뜨거웠습니다.
‘이노베이션 캠프’에서 겨룬 아이디어 중 ‘탄력근무제’는 워킹맘인 두 심사위원의 공감을 이끌어 내며 2등으로 선정되었고, 3개월의 시범운영과 평가를 거쳐, 드디어 7월에 정식 도입되었습니다. 이제 아름다운재단 간사들은 출근시간 기준으로 아침 7시 30분부터 10시까지, 30분 단위로 자신이 원하는 시간을 선택해 출근합니다.
여성의 비율이 높은 NGO, 탄력근무제는 반가운 일!
탄력근무제가 도입되면서 아름다운재단 간사들의 일상에 작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장거리 출퇴근 하는 간사들은 출퇴근 집중시간을 비켜갈 수 있으니 출퇴근 길이 여유로워졌고, 오전 혹은 오후시간을 활용해 자기계발이나 학교 수업을 듣는 것도 쉬워졌습니다. 무엇보다 제일 좋은 건 자녀를 둔 ‘엄마”아빠’ 간사들. 보육시설에 자녀를 맡기고 데리러 가는 시간을 개인의 상황에 맞게 조절할 수 있게 되니, 한결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름다운재단 사무국은 공익변호사 그룹 ‘공감’을 제외하면 현재 육아휴직자 2인 포함하여 총 48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그 중 여성이 41명, 남성이 7명이고, 약 40%인 19명이 가정을 이루고 있습니다. 기혼간사들은 적게는 1명에서 많게는 3명의 자녀가 있는데, 아직은 나이가 어려 부모의 손길을 많이 필요로 하는 취학 전 자녀들이 대부분입니다. 아름다운재단의 구성에서도 보면 알 수 있지만, 평균적으로 NGO에는 여성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아름다운재단의 경우 기혼자 중 자녀가 있는 간사는 1명을 빼고 모두 여성입니다.
맞벌이를 해도 ‘엄마’들에게 육아의 책임이 더해짐은 맞고 아니고를 떠나 현실이고, 이런 현실 속에서 ‘엄마’들이 많은 아름다운재단의 탄력근무제 도입은 모든 것이 해결되는 최고의 정책은 아니여도, 일과 가정을 함께할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배려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출산 문제, 개인이 아닌 사회의 문제
여성의 사회참여가 활발한 시대, 아직도 육아의 부담으로 일과 가정 사이에 고민을 하는 친구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첫째는 어떻게 눈치보며 버텼지만, 둘째를 가지면 자연스레 사직을 생각하곤 합니다. 물론 이런 결정에는 개인의 상황, 육아철학 등의 개인적인 문제와 남여의 급여의 차이, 직장내 분위기 등 사회적 문제 등이 모두 고려된 상황이겠지만, 아직도 결혼하면 혹은 아이를 가지면 일을 그만둘 수 밖에 없는 현실은 저의 이모세대들이 일하던 때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한국은 저출산 고령화로 접어든 대표적인 나라입니다. 한국의 출산율은 2010년 기준 1.22명으로 유럽의 복지선진국인 덴마크(1.84명)나 핀란드(1.86명)는 둘째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합계출산율(1.71명)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아이를 낳아도 육아를 고민해야 한다면 ‘자녀가 소중한 선물이다’는 메세지로 어찌 출산율이 높아질 수 있을까요.
올 초 보건복지부에서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복지부와 산하 기관에 시차출근제와 의무가정의 날 등을 도입하기로 하였고, 여러 기업에서는 가족친화적인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유연근무제나, 직장 내 보육시설 등을 지원하고는 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그나마 다행이고, 고마운 일입니다.
엄마 아빠들이 맘 편히 일할 수 있도록 이모. 삼촌도 응원합니다!
탄력근무제 정식 도입 후 아름다운재단 페이스북에 짧막하게 이 내용을 올렸더니, ‘부럽다’ ‘잘했다’는 칭찬, 더 나아가 ‘좋은 성과로 널리 퍼져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사실 재단의 어떤 소식보다 많은 댓글이 남겨져, 육아문제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좀 더 적극적으로 사회의 문제로 받아들여져야 함을 느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미혼자인 제가 하는 것은 언젠가는 내 문제가 될 수도 있고(그러기를 희망합니다^^;), 현재 내 친구, 선후배들이 겪는 문제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당사자들이 아닌 이들이 더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호응해준다면, 대다수의 월급생활자들이 일하고 있는 기업이 바뀌고, ‘엄마 아빠들이 눈치 안보고 일하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하는 매우 긍정적인 기대도 해봅니다.
부디, 이런 작은 변화와 시도들이 어느 기부자님의 말씀처럼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 관련글보기 : 다둥이 엄마의 탄력근무 일주일
생산성 향상과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유연근무제 중 ‘시간’을 기준으로 하는 근무형태에는
시차출퇴근제(탄력근무제), 근무시간선택제, 집약근무제 등이 있습니다.
* 시차출퇴근제/탄력근무제 (Flex-time work)
: 1일 8시간(주 40시간) 근무체제를 유지하되 출근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정
의무적으로 근무해야 하는 코어 타임(core time, 공동근무시간)을 두고 그 나머지 시간에서 출퇴근을 조정.
예) 아름다운재단은 7시 30분에서 10시 사이, 30분 단위로 개인이 선택한 시간에 출근
* 근무시간선택제(Alternative work schedule)
: 1일 8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주 40시간 범위내에서 1일 근무시간을 자율 조정
* 집약근무제(Compressed work)
: 총 근무시간(주 40시간)을 유지하면서 집약근무로 보다 짧은 기간 동안(5일 미만) 근무
예) 1일 10시간 근무시 4일만 출근
토라
탄력근무제 부럽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각각 사정이 생길 때가 있고 한데 그것을 조절하면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하나의 장점이겠지요. 예전처럼 눈치 안 봐도 되고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동기 부여가 될 것 같네요. 아직은 저도 미혼이지만 결혼 후엔 이런 꿈의 직장에서 일 하고 싶네요^^
달리아란
그러게요. 저도 주변에 이 이야기를 했더니 많이들 부러워하시더라구요. ^^;; 3개월의 시범운영기간을 마치고 설문조사를 했는데, 만족도가 아주 높았어요. 말씀처럼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습니다.
더 많은 기업과 조직에서 이런 제도들이 안착화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