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이 기획연재 <청소년이 만드는 작은변화, Z세대의 공익활동>를 시작합니다. 청소년들은 기후위기, 청소년인권, 페미니즘, 소수자 그룹과의 연대 등 활동을 통해 우리 사회를 더 나은 공동체로 만들고 있습니다. 앞으로 4주 동안 8편의 글을 통해 청소년 활동가와 전문가들이 다양한 관점으로 청소년 공익활동의 현재와 과거를 리뷰하고, 코로나 시대에 청소년 공익활동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이 연재가 청소년과 청소년 활동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나 차별을 해소하고, 청소년들을 우리의 동료 시민으로 존중하는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이야기할 때 다양한 활동으로 세상을 바꾸어 온 청소년의 존재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그러나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경직되어 있다. 주체적인 청소년의 활동을 이야기할 때도 ‘청소년기의 특별한 활동’으로, 마치 인생의 생활기록부를 보며 별표를 쳐주는 듯 대한다.

청소년들은 치열하게 고민하며 자신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 글은 학교 안의 학생모임,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단체, 지역 기반의 청소년 단체, 학내 인권 동아리, 청소년인권단체, 사회개혁을 위한 청소년당사자단체, 학생자치회 등에서 활동했던 청소년 활동가 10명의 이야기이다. 이들은 모두 스스로의 힘으로 청소년단체를 만들고 활동을 꾸리고 또 해산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청소년 활동가들이 서로에게 질문하고 답하며 단체의 운영과 해산 과정에서 얻은 교훈을 기록했다. 

청소년의 활동을 지지하는 사람들, 청소년의 활동을 잘 모르는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통해 ‘청소년 활동가’들과 생생하게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함께하는 동료들이 있다는 것을 느끼기를 바란다.     

해산 이후, 어떻게 지냈어요?  

Q: 단체가 해산된 후에 다들 어떻게 지내셨나요? 활동하던 단체가 해산된다는 건 마치 직장인에게 직장이 사라진 상황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A: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할 수 있을지,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활동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게 있는지, 이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고민하다 코로나 상황과 겹쳐 사람과 활동에서 멀어진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B: 해산 때문에 좌절을 겪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해야겠다는 마음이 커졌어요. 지속가능한 운동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지금은 좀 더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지향하는 단체에서 청소년인권운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C: 저는 굉장히 무기력하게 학교를 다녔어요. 학교 안의 모임에서 뭔가를 해보려고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학생들도 들쭉날쭉 오고, 괜히 모였다가 비난받으면 어쩌지, 하면서 활동은 안 했고요. 알바도 하고, 졸업하면 뭐 먹고 살지 걱정하면서 1년 동안 내부 공사를 좀 하고 있어요.

D: 저는 지역의 청소년기관에서 당사자들을 만나 교육 활동을 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같이 활동했던 다른 분들은 청소년의 노동인권이나 섹슈얼리티 영역에서 활동을 이어가거나, 대학 준비, 직장 취지, 군입대 등 각자 삶을 살아가고 있고요. 

 

사회개혁을 위한 청소년 당사자단체에서 활동한 청소년 활동가

 

Q: 해산된 단체에 대한 기억이 어떻게 남아있는지, 단체를 해산해본 경험을 어떻게 간직하고 계시는지 궁금해요.

A: 책들이 꽉 차 정리해야 하는 책장에서 절대 정리하지 않는 앨범 같아요. 소중히 간직하고 있지만 자주 꺼내보지는 않는 앨범이요.

B: 복잡하고 힘겨운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그간 돌아보지 못했는데 답을 하려고 보니까 참 많은 일이 있었네요. 처음에는 같이 하는 사람도 많고 이런저런 활동 계획과 의욕도 있었어요. 그러다가 한 사람씩 떠나고 저와 한두 명의 사람이 남았는데, 활동을 다시 살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어요. 그런데 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것 같아요. 알려주는 사람도 없고, 가이드라인도 없고, 모든 걸 스스로 개척해나가야 했어요. 당장 변화가 일어난다거나, 큰 파장력을 갖는다거나 그런 건, 적은 인원과 적은 예산으로 말이 안 되는데 그때는 저의 기준이 너무 혹독했어요. 그러다보니 활동이 즐겁지도 않았어요. 회의에 너무 가기 싫어서 지하철역에서 울다가 펑크 낼 용기는 없어서 꾸역꾸역 갔던 기억이 나네요.

C: 저는 강제로 해산을 당한 경험이 있어요. 제가 속했던 어느 정당이 원래 청소년당원을 받다가 갑자기 정당법을 엄격하게 적용하겠다며 청소년당원을 제명시켰거든요. 그래서 자연스레 제가 속했던 청소년위원회가 사라지게 됐어요. 우리가 열심히 하지 않거나 포기하지 않아도 누군가 단체를 없앨 수 있다는 게 공포로 남아 있어요.

D: 굉장히 빠른 시간에 해산하고 흩어지면서 우리가 쌓아온 활동이 아무것도 아니게 된 것 같아 속상했죠. 하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무엇보다 화가 나서 우르르 모였던 많은 사람들이 떠올라요. 그 화를 우리가 어떻게 잘 이야기할지 고민했던 과정도 생각나고요. 저에게 그 기억이 문제를 향해 문제제기할 수 있는 힘이 되었어요.

E: 애증의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구성원들과 함께했던 활동이 즐거웠지만 한편 갈등도 있었어요. 해산 과정은 시원섭섭하기도, 뿌듯하기도 한데요. <조직진단 워크숍>을 통해 구성원의 힘으로 결정했습니다. 제가 들어오기 이전부터 축적되어 있던 한계를 함께 진단하고, 그동안의 활동을 의미화하며 이후 진로를 결정했던 과정은 건강한 공동체에 대한 경험으로 남아 있습니다.

나를 움직이는 힘 

Q: 단체에 들어가기 전에, 들어간 후에, 해산한 후에 어떤 꿈을 꾸었고 또 꾸고 있나요?

A: 퀴어 프렌들리한 학교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동성 연인들이 손을 잡는 등의 애정표현을 해도 경멸하지 않고, 서로 사랑하는 게 죄가 되지 않는 무지갯빛 학교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저는 아직도 무지갯빛 꿈을 꿉니다. 존재하지 못하는 이유가, 사랑하지 못하는 이유가, 살아가지 못하는 이유가 성별 때문이 아니길 바라요.

B: 지역에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자는 꿈을 꾸면서 단체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공청회 이후에 진전이 없고 안 될 것 같아서 그 꿈은 미루게 됐고요. 그 후에는 활동하는 사람들이 속한 개별 학교의 인권 상황이 나아진다던지 학생인권법이나 참정권 등 더 확장된 제도를 바라게 됐어요. 단체가 사라진 후에는 해산의 경험을 겪다보니까 청소년인권의 편에 서서 이야기해줄 사람과 단체가 많아지길 바라는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요.

C: 단체에 들어가기 전에는 학교에서 말하는 ‘꿈’을 꾸었고요. 단체에 들어가서는 모든 사람들이 ’인권‘을 알게 됐으면 좋겠다는 꿈을 꿨어요. 인권을 피부로 느끼는 경험을 모두가 한 번쯤은 했으면 좋겠다고 느꼈어요. 집회에 와서든, 책에서 보든, 일상에서든. 요즘은 꿈 없이 밥 벌어먹을 궁리를 하고 있어요.

D: 청소년을 비롯한 소수자들이 일상의 터전에서부터 ‘정치’하는 운동을 하고 싶었어요. 가장 사적인 공간부터 가장 공적인 공간까지 모든 곳에서 사람들이 주체(주인)가 될 수 있는 사회를 꿈꿨구요. 들어가기 전이나 해산한 후에도 마찬가지예요. 다만 발딛는 현장에 따라 대상이나 목표는 조금씩 바뀌어요.

 

교내 학생인권 모임에서 활동한 청소년 활동가

 

Q: 활동하며 가장 행복하고 즐거웠던 일이 궁금해요. 더불어 그 일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A: 저는 그냥 마음 맞는 친구들이 생긴 게 좋았어요. SNS를 팔로우하고, 생일 때 선물을 줄 수 있는 친구들이 생겨서 좋았어요. 그리고 제가 활동에 깊게 빠지게 된 이유 중에 하나는 청소년인권 담론을 마주하고부터예요. 논문을 읽으면서 사춘기의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걸 알기도 하고, 어떤 책에서 각 문화권의 성년식 문화에 대해서도 읽었는데 청소년인권이 다루는 분야가 정말 넓고, 이게 우리끼리만 공유하는 지식이 아니라 좀 더 검증된 언어로 말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흥미가 생겼어요.

B: 같이 활동하는 사람들이 제가 처음 온 참가자들에게 말을 잘 건대요. 제가 그렇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 되었던 때가 신기하고 재밌었어요. 또 같이 하는 사람들이 행복해 보일 때 제가 행복해지는 것 같아요. 

C: 다른 학교에 몰래 들어가서 학생인권조례를 홍보한 것도 즐거운 일이었고, 새롭게 만난 사람들이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일 때 좋았어요. 다들 청소년도 스스로 학생인권조례를 싫어한다고 하는데, 어른들이 계속 숨기려고 해서 그렇지 다 동의한다는 걸 파헤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어요.

D: 활동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막 즐거워하는 게 보일 때 가장 행복해요. 제가 움직이는 원동력은 ‘나 잘하고 있구나, 틀리지 않았구나, 나의 행동과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구나’를 느끼게 해주는 사람들이었어요.

E: 저는 해산 과정이 가장 보람찼어요. 모두가 단합해서 하나의 방향을 가지고 함께 뭔가를 해낸 것이 기분 짱! 여기서의 원동력은, 여기서 모든 게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 각자 잘 활동하고 또 만나게 될 것이라는 느낌이었어요.

다정한 작별을 위해   

Q: 단체가 위기에 처해 있을 때 해산을 할지 회복을 위해 더 노력할지 고민을 하잖아요. 단체를 유지하고 싶었던 때와 놓아버리고 싶었던 때가 있었을 텐데 그 과정에서 마음의 변화가 궁금해요.

A: 단체에 대한 애정도 높았고, 구성원들 간의 사이도 좋았고, 목표도 뚜렷했지만 다들 너무 바쁘고, 다른 이유들로 인해 지쳐서 일 진행이 느려지는 상태가 계속될 때, 단체를 놓아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것 같아요. 구성원들의 지지나 의욕, 결속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B: 놓아버리고 싶었을 때는 구성원들 사이에 의견이 좁혀지지 않을 때였어요. 함께하는 사람조차도 청소년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하거나 권리에 순서를 매길 때. 활동하는 이 시간이 소중하다고 평가할 때는 계속 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단체에 대한 구성원의 관심도가 떨어지고 의지를 잃으면 해산하게 되는 것 같아요.

C: 저의 경우에는 같이 할 사람이 없다는 거였어요. 단체를 유지하려고 여기저기 연락을 돌렸는데 다 퇴짜를 맞았어요. 의지를 가지고 같이 이끄는 사람이 없으니까 할 마음도 안 생기고 저도 마음이 떠나는 것 같아요.

D: 저는 동료들이 다른 일로 인해 바쁘고, 관심을 갖지 않더라도 틀을 잡아 놓는다면 함께하지 않을까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저 혼자 모든 것을 하고 일을 진행시키는 건, 단지 저의 생각을 전달하는 활동이지, 모두의 생각을 전달하는 활동이 되기에는 어렵다는 생각에 마음을 접었습니다.

 

지역 청소년단체에서 활동한 청소년 활동가 (사진출처: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Q: 현재 고3인 저는 학교에서 모임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내년에 이 모임을 이어갈 사람이 없어요. 지금 같이 하는 사람들과 졸업 후에도 모임을 이어가고 싶지만 다들 대학 진학 등의 이유로 뿔뿔이 흩어집니다. 모임이 사라지게 된다면 어떻게 마무리하는 것이 좋을지 듣고 싶어요.

A: 흩어지게 되는 상황 자체를 미워하지 않는 게 마음을 정돈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B: 마음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모임이 사라진다면 일단 너무 슬플 것 같아요. 그 시간들을 찬찬히 돌아보고 함께 했던 사람들과 그 모임이 어떤 경험이었는지 이야기하면서 애도하는 과정을 거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스스로를 잘 다독여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C: 저도 마무리를 못했었어요. 지금은 당장 모임이 사라지더라도 나중에 다른 사람이 활동을 하려고 할 때 참고할 자료집을 만들면 좋을 것 같아요. 단단하게 축적해놓은 기록을 보고 누군가 활동을 시작할 수도 있잖아요. 그 작업을 통해 자신도 힘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D: 필요하거나 원하면 누군가 다른 모임을 만들 것 같아요. 꼭 그 모임이 그대로 이어질 필요는 없어요. SNS 계정에 회의는 어떻게 했는지, 어떤 식으로 준비하고 진행했는지, 부족한 게 뭐였는지, 반응은 어땠는지 세세하게 기록해두세요. 모임을 이어갈 수 없다면 다른 방식으로 연결될 끈을 만들어 놓는 게 좋을 것 같아요.

E: 개인적으로 조직은 언제든지 해산될 수 있고, 이를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내가 더 이상 책임질 수 없고, 책임질 주체도 없는 조직이라면 좀 더 냉철한 마음을 먹게 되는 것 같아요. 유지도 해산도 ‘내가 좋자고’ 하는 것이 아니어야 하니까 더 그랬던 것 같아요. 대신 함께하던 사람을 보게 되어요. 생각과 경험을 공유했던 사람들이 더욱 소중하더라구요. 종종 만나기도 하고, 다음의 활동을 제안하며 함께하기도 했어요.

Q: “만약 (         )이/가 충족되었다면 해산을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해본 적 있나요?

A: 나의 안전과 동료들의 안전
B: 단체의 문화가 민주적이었다면
C: 교사들의 지지
D: 막 하고 싶어서 안달난 사람
E: 저희 단체는 근본적인 문제(비전)가 있었기 때문에, 무언가 충족되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내일을 위한 시간  

Q: 저는 다시 활동을 하고 싶은데 요즘 화가 안 나요. 제가 했던 운동의 동력은 분노가 컸던 것 같은데, 단체가 해산된 지금은 분노를 동력으로 활동하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어떤 게 운동의 동력이 될 수 있을까요?

A: 사실 운동만이 아니라 삶의 전반적인 분야에서 동력은 분노나 결핍인 것 같아요. 다들 무언가를 바라기 때문에 행동을 하는거죠. 분노의 대체제를 찾기보다는 활동이 어려운 지금의 상황을 인정하거나 분노를 다른 여러 작업들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요즘은.

B: 저는 법을 만드는 활동을 하면서 분노를 동력으로 활동하는 게 두려워졌어요. 분노는 치미는데 정치인들은 자기 이해관계에 따라 쉽게 약속을 허물거나 변명을 하면서 미루고, 내가 한 노력과는 상관없이 통과되거나 무산될 때가 많아서요. 요즘에는 애정을 활동의 동력으로 가져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요. 이걸 하는 게 좋고, 내가 이전보다 더 능숙해지고, 성장한 것 같다는 뿌듯함으로 활동을 하고 싶어요. 새로운 언어를 얻게 되는 게 놀랍고 즐겁기도 하고요. 결과가 어떻든, 뭐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걸 찾으려고 해요. 맛있는 것 많이 먹고, 푹 쉬고, 취미 생활도 하고, 마음도 돌보고. 그래야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 같아요.

C: 분노도 운동의 동력이라고 생각해요. 활동이 화로 모이는 계기가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것이 저에게는 나만 화난 게 아니었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했고요. 저는 질문하신 분이 잠시라도 쉬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움직이려는 마음만 잃지 않는다면 동력은 언제든 새롭게 발견될 수 있다고 믿어요.

D: 저는 다른 사회에 대한 ‘상상’이 동력인 것 같아요. 분노하는 지금의 현실을, 어떤 모습, 어떤 장면, 어떤 사회로 변화시킬까? 가령 부조리한 가족의 모습을 볼 때, 다른 모습의 가족(공동체)도 가능하지 않을까(혼자 살거나, 파트너와 살거나, 주거공동체를 구성하거나)? 학교가 빡칠 때 어떤 학교, 혹은 학교를 넘어서는 공교육이 필요할까? 이런 상상이요. 그리고 그 상상을 이루기 위해, 사람들과 함께 상상을 수단으로 실현해보는거죠. 분노는 좋은 시발점이 될 수 있지만, 분노만으로는 한계도 분명 있는 것 같아요.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단체에서 활동한 청소년 활동가

Q: 저는 제가 청소년인권활동가였던 것을 잊은 채 살고 있어요. 소지품 검사에 불쾌해하는 친구에게 가방이 더러우니 부끄럽겠다며 농담하고, 인신공격이 섞인 장난에 불편해하기보단 같이 웃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끼리 모여있지 않으면 주관은 흐려지고, 결국엔 주변에 적응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런 제 자신에게 너무 놀라서 다시 청소년인권 공부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혼자서라도 해보려고요! 그래도 문제를 문제라고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싸우고 있는 것 아닐까요? 

A: 응원합니다! 순응하는 자신을 너무 미워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B: 저는 적절한 순간에 문제제기를 하고, 순응하지 않고 싸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매번 느껴요. 나보다 훨씬 나이도 많고 권위적인 사람들 사이에서 말 한마디 던지는 게 너무 어렵고, 그래서 늘 실패의 반복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이 문제제기를 하는 걸 보면 다음번에 비슷하게 흉내 내서 시도해보고 이런 과정들을 거치는 것 같아요. 어떨 때는 비겁해지기도 하지만 항상 다음 기회가 있다는 걸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C: 저도 사회성이라는 말로 자신을 합리화 하면서 지내왔던 것 같아요. 저를 돌아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문제의식을 계속 지니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또 이런 연대의 말들도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D: 제가 있던 단체는 경직된 단체였어요. ‘우리 아이들을 위해 촛불을 들어주세요’는 대다수였고 ‘우리 OO이가 어른되기 전에 나와줘서 기특하네’ 이런 말들이 저는 그저 감사했어요. 살 좀 빼라는 말도 고마운 조언이라고 생각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공부를 하고 원칙이 생겨서 잘못됐다고 말을 하면, 예민하다고 넘어가는 일도 많았어요. 옆에서 한 발 같이 나아갈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E: 이거 진짜 중요한 이야기인 것 같아요. 어떤 환경에 있는지에 따라 날카로움, 생각, 감성이 크게 영향을 받더라구요. 어디에 있더라도 우리는 ‘우리’를 잃지 않고 잘 살 수 있을 거에요. 외로운 싸움이 되지 않기를 바라요!

글 | 이수경 (조례만드는청소년)
일러스트 | 이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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