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을 가득 채운 변화의 시나리오. 그 시나리오들은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우리 사회를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을까요? [2015 변화의 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 그 결과들을 공유합니다. 미미하지만 꾸준히 우리 사회를 변화시켜나갈 작은 움직임들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입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합니다.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프로젝트 B 지원사업으로 2015년 ‘불어오라, 사랑과 평등의 바람이여!’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이 사업을 통해 조직위는 다양한 사람들과 만날 수 있었고, 여러 가지 활동을 진행해보면서 많이 배울 기회가 되었고 또 향후 어떤 방향으로 축제 외의 사업을 펼쳐볼 수 있을까에 대한 아이디어도 많이 얻었습니다. 이번 사업을 기반으로 자체적으로 이 사업을 계속 확장해나갈 방법을 도모해나갈 것입니다.
‘내가 나일 수 있는 세상’을 위한 참여와 연대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2015 변화의 시나리오 프로젝트 B> 사업 지원을 받아 ‘불어오라, 사랑과 평등의 바람이여!’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마치 표현의 자유로 여겨지는 현재 한국사회에서 ‘혐오를 이기는 사랑에 대한 선량한 인간적 믿음’과 ‘차별을 녹이는 평등에 대한 따뜻한 사회적 인식’을 확산하고자 시작했습니다. 캠페인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에 변화를 주고, 다른 사회가 가능하다는 것을 함께 느끼고 만드는 데 초석을 다지자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또한, 외국의 활동가들을 초청해 해외 사례들을 함께 이야기해보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 든든한 국제연대를 다지고자 했습니다.
우리는 우선 아시아 LGBT 콘퍼런스 <변화와 혐오에의, 이중노출>을 기획했습니다. 한국의 LGBT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20여년. 이 콘퍼런스는 20여 년 동안 LGBT 존재가 사회에 인식되고 인권 상황이 조금 나아진 한편, 반대로 전에는 없던 성소수자를 향한 조직화한 혐오의 움직임이 점점 거세지고 있는 한국의 이중적인 상황을 포착해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우리와 비슷한 경험이 다른 아시아 국가의 LGBT 운동 속에도 있지 않을까, 그들은 어떤 운동의 역사 속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을까, 우리 같이 이야기해보면 어려움을 헤쳐 갈 전략도 힘도 훨씬 세지겠지!’ 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싱가포르, 중국 상하이, 필리핀 그리고 한국. 종교도 정치도 문화도 완전 다른 네 나라 활동가들이 5월 9일 서울에서, 각 나라의 LGBT 운동 역사와 일으킨 사회변화, 처한 어려움을 나누었습니다. 엄격한 법으로 유명한 싱가포르에서 어떻게 동성애를 차별하는 법을 폐지하려고 싸웠는지, 집회도 선전 문구도 금지된 중국의 상하이에서 어떻게 ‘상하이 프라이드’라는 LGBT 축제를 열 수 있는지, 천주교가 압도적인 종교적 국가 필리핀은 어떻게 아시아에서 가장 LGBT 친화적인 나라가 될 수 있었는지, 아직도 동성애를 다룬 드라마에 징계가 내려지는 한국에서 3만 명 규모의 퀴어문화축제를 열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서로의 운동 역사 속에서 방법을 배우고 비슷한 어려움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큰 의미는 서로 힘이 된다는 것입니다. 각자 내 나라에서 활동할 때, 더딘 변화와 사라지지 않는 부당함들에 지치기도 하는데, ‘내 나라 밖에서 비슷한 목적을 가지고 활동하는 동료들이 있다, 우리 서로 필요할 때 언제든지 힘이 되어줄 수 있다!’ 이것이 아시아 콘퍼런스를 준비하고 실행하면서, 여러 나라 단체와 협력하고 참여 활동가들을 직접 만나며 느낀 가장 큰 의미입니다.
아시아 LGBT 활동가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면, 이번에는 우리 시민들과 함께 사랑과 평등에 대한 메시지를 나누기 위해 거리로 나갔습니다. 무지개꽃 판넬 등 선전물을 제작해 시민들이 직접 그곳에 메시지를 적고, ‘혐오를 이기는 사랑’과 ‘모두를 위한 평등’의 지지자로서 인증 사진을 남기는 거리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이 캠페인은 서울시내에서 총 4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와 호응이 높아 3.8 여성대회, 아이다호데이, 퀴어문화축제 현장 등에서 총 9회가 열렸습니다.
10월에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부산의 BIFF 거리에서도 진행했으며, 마지막 마무리는 활동가들이 홍대부터 신촌까지 자전거를 타며 사랑과 평등을 전파하는 ‘RIDE WITH PRIDE’를 펼쳐 이색 캠페인으로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거리 캠페인을 통해 각자의 차이를 인정하고, 모든 사랑은 평등하다는 것을 믿고 지지하는 시민들이 많다는 것에 큰 힘을 받았습니다.
퀴어문화축제가 개최하는 주요 행사인 퀴어퍼레이드에서도 캠페인은 계속되었습니다.
2015년 제16회를 맞은 퀴어퍼레이드는 서울의 중심부인 서울광장에서 열렸으며, 역대 최다인 3만 명의 시민이 참여했습니다. 캠페인에 대한 설명과 함께 다양성을 상징하는 무지개 바람개비를 나눠주고, 포토존에서 ‘내가 나일 수 있는 세상’을 지지하는 다양한 퍼포먼스를 진행했습니다. 2015년 퀴어퍼레이드는 보수 기독교 세력의 계속되는 집요한 방해로 일정과 장소가 여러 차례 변경된 끝에 어렵게 열릴 수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더욱 많은 시민이 퀴어문화축제에 지지를 표함과 동시에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캠페인은 온라인으로도 퍼져 SNS상에는 수많은 게시물이 올라오고 공유되었습니다.
이 사업의 마무리는 캠페인에 참여한 사람들이 함께하는 ‘힘주고 받기 파티’였습니다. 캠페인에 대한 성과를 함께 공유하고 내가 나일 수 있는 세상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네트워킹하는 자리였습니다. 올 한해 ‘성소수자 혐오’에 대한 이슈를 돌아보고, 향후 우리가 어떻게 서로를 지지하고 연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뜻깊은 행사였습니다. 아울러 함께 즐길 수 있는 신나는 공연도 펼치며 이번 사업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함께 축하했습니다.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매년 6월 2주간 열리는 퀴어문화축제를 만드는 데 한해 역량을 집중하는 단체입니다. 이번 아름다운재단 변화의 시나리오 사업으로 조직위는 그동안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연간캠페인을 진행해본 셈입니다. 인력과 재정적 열악함 등으로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는 걱정도 많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참여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실제 행동으로 이어져 잊을 수 없는 한 해를 보냈습니다. 또한 현재 우리 사회에 매우 빠르고 강하게 집단화, 세력화되고 있는 성소수자 혐오에 대해 사회적으로 알려나가는 큰 기회가 되었다고 봅니다.
조직위는 이번 사업으로 앞으로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다양한 활동을 펼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성소수자 문화운동의 주체로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참여와 지지를 보여준 시민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조직위는 향후 우리 사회의 변화를 꿈꾸는 많은 시민과 함께 더욱 적극적으로 혐오에 대항하고 평등한 사랑을 전파하기 위한 활동을 해나갈 예정입니다.
글ㅣ사진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퀴어문화축제는 지난 2000년에 처음 시작해 2015년까지 총 16회가 열렸습니다. 한국 성소수자의 자긍심 고취와 일반인들의 성소수자(LGBT)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매년 5월 말~6월 초 사이에 약 2주 동안 펼쳐지는 공개 문화 행사입니다. 매년 특정한 주제를 가지고 그에 따른 공연, 파티, 영화제, 전시회, 토론회, 사진전 등을 진행하며 메인 행사는 ‘퀴어 퍼레이드’로 불리는 대규모 거리 행진입니다. [퀴어문화축제 홈페이지 둘러보기]
아름다운재단 <변화의 시나리오> 지원사업은 우리 사회의 대안을 만들고, 변화의 동력이 될 수 있는 공익활동, 특히 “시민참여와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공익활동” 지원을 핵심가치로 합니다. 더불어 함께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사람과 사회를 변화로 이끄는 <변화의 시나리오>와 함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