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인 삶의 질을 보장하는 사려 깊은 안전망
–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 –

2016 노인 낙상예방 보조기구 지원사업 선정자 기구지원(욕실 보조손잡이)

2016 노인 낙상예방 보조기구 지원사업 선정자 기구 지원 및 설명


지팡이부터 롤레이터까지, 생각보다 더 다양하고 섬세한 기능을 갖춘 보조기구들은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어르신들의 안전한 보행을 돕는다. 이동의 자유는 가장 기본적인 삶의 질을 보장하는 바. 아름다운재단과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가 함께하는 노인낙상예방보조기구지원사업은, 노인을 위한 나라까지는 아니어도 사람 사는 세상이라면 응당 가져가야 할 사회적 안전망에 관한 고민과 시사점을 담고 있다.

노인과 보조기구에 관한 주목할 만한 연구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이하 ‘경기도재활공학센터’) 연구개발팀에 근무하는 최동일 대리는 2016년 노인낙상예방보조기구지원사업을 운영하며 아름다운재단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2011년부터 진행되어온 사업인 만큼 이전에도 현장평가 및 사례관리에 참여하긴 했으나, 담당자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이 사업을 총괄하기는 처음이다.

“노인을 대상으로, 대상자 개개인의 상황에 맞춰 보조기구를 지원하는 사업으로는 국내 최초인 셈입니다. 대상자의 만족도도 높고, 저 개인적으로나 센터 내에서나 보람과 자부심을 가지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재단과 경기도재활공학센터가 지난 5년간 함께 진행해온 이 지원사업이 노인과 보조기구에 관한 유의미한 기준점을 정립하는 데 기여했다고 봅니다.”

2016 노인 낙상예방 보조기구 지원사업 담당자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 최동일 대리


올해, 노인낙상예방보조기구지원사업엔 총 848건의 신청서가 접수되어, 사업 개시 이래 최대 신청률을 기록했다. 유례없는 뜨거운 관심 속에 시작되어, 담당자로서 갖는 부담감도 컸을 터. 이를테면 800건이 넘는 서류를 갈무리하는 것부터가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선정 인원의 4배가 넘는 신청률 속에 최종 지원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은 여느 해와 다름없이 꼼꼼하게, 여느 해 보다 강도 높게 진행됐다.

“아무래도 심사과정이 가장 힘들었어요. 선정 기준으로는 경제적인 부분도 고려하지만, 보조기구를 사용함으로써 대상자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그 기대효과를 가장 중점적으로 보게 됩니다. 사실, 현장평가를 나가보면 다들 필요해서 신청하신 분들이에요. 한정된 자원이라 그 중에서도 보조기구가 더 필요한, 지원이 더 절실한 분들을 가려내는 것이지만, 지원해드리지 못하는 분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크죠.”

대상자 중심의 서비스를 위한 치밀한 현장평가

노인낙상예방보조기구지원사업은 대상자 중심의 서비스가 특징이다. 대상자의 신체상황과 생활환경을 고려하여 가장 적합한 기구를 지원하는 것. 하여, 서류심사와 전문요원의 현장평가, 외부 심사위원의 최종심사까지, 촘촘한 과정을 거친다.

1차 서류심사를 통과한 300명에 대한 현장평가를 위해, 경기도재활공학센터 직원들은 1인당 통상 2, 30 가구를 방문하게 된다. 차가 진입할 수 없는 좁은 골목, 낙후된 주택가에 거주하시는 분들이 많아 집을 찾아가는 과정부터 만만치 않다. 동네방네, 어르신 이름을 부르며 다니기도 부지기수.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큰 어르신의 경우 전화를 끊어버리기 일쑤라 신청서를 접수해준 복지관 담당자를 통해서야 겨우 통화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2016 노인 낙상예방 보조기구 지원사업 선정자 기구지원(접이식지팡이)

현장평가는 최종 대상자를 가려내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보조공학 서비스의 근간이기도 하여 더욱 신중을 기하는 절차다. 신체상황과 생활환경에 적합하지 않은 보조기구가 제공될 경우, ‘예방’이 아닌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 보조공학 전문가가 현장평가에 투입되는 이유는 그래서다.

현장평가 과정 중 경기도의료비지원사업을 연결해드린 김숙희(가명) 어르신(70세)처럼 아름다운재단 지원사업이 아닌 또 다른 지원사업을 연계해드린 경우도 있다. 어르신에게 개인 휴대폰 번호를 알려드린 이후 각종 민원 창구가 되기도 했지만,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께 유용한 인적자원으로 연결되는 것 또한 소소한 보람이라고. 최동일 대리는 최종 선정되지 못한 분들에게도 센터의 보조공학 서비스나 노인 관련 지역 자원을 연결하고자 사례관리의 끈을 놓지 않는다.

2016 노인 낙상예방 보조기구 지원사업 담당자

“노인이라면 장애등급이 없어도 마땅히 보조기기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노인을 위해 특화된 보조기기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정부의 보조기기 지원제도는 장애등급을 전제 조건으로 하지만, 어르신들의 경우, 장애가 있어도 장애 등록을 하지 않은 분들이 많거든요. ‘살면 얼마나 더 산다고…’ 하시며, 불편한데로 그냥 지내시는 거죠. 그래서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고립된 생활로 인해 정보로부터 소외되어 권리와 혜택을 누리지 못하기도 하고요. 공적지원과 관심의 사각지대에 처한 노인 분들을 사회로 이끌어낼 수 있는 지원사업이 있었으면 합니다.”

지팡이 하나가 바꾼 삶의 풍경

현장평가를 통해 최종 선정된 215명의 지원대상자에게 보조기구 납품을 마치는 시점은 10월 초순. 기구 지원을 마쳤다고 사업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두 달 뒤, 또 한 번 가가호호 가정방문을 통한 사례관리가 남았다.

2016 노인 낙상예방 보조기구 지원사업 선정자 기구지원(접이식 지팡이)

“잘 사용하고 계신지, 더 필요한 건 없는지 체크하는 거죠. 보조기구를 납품하는 날 충분히 설명을 드려도 사용법을 잊어 기구를 방치하거나, 고장이 나도 고칠 엄두를 못내 그냥 사용하시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사례관리 프로세스를 통해 이런 부분을 바로 해결해드리고 있습니다.”

최동일 대리는 현장평가만큼이나 보조기구 지원 후 사례관리의 중요성을 절감한다. 지속적으로 어르신들을 살핌으로써 ‘예방’에 포커스를 맞춘 본 사업의 취지를 실천할 뿐 아니라 기대효과를 직접 마주함으로써 보람과 긍지를 더하는 까닭이다. 이를테면 지팡이와 같은 작은 보조기구 하나로도 한결 너그럽고 가뿟해진 삶의 풍경은, 노인의 이동권 보장이 왜 중요한지 다시 한번 되새겨보는 계기가 된다. 이동의 자유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는 기본권임을 새삼 확인하는 것이다.

글 고우정ㅣ사진 임다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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