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에 매력을 느껴서 얼마 전 이사오신 기부자님. 덕분에 재단하고는 이제 이웃사촌이 되셨는데요~ 이사 하시면서 열었던 벼룩시장의 수익금 49%를 기부해주고자 재단을 방문해주셨습니다.
이번 일을 하면서 삶이 크게 바뀔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는 기부자님과 ‘사람들’이 함께 한 따뜻한 봄날의 벼룩시장 이야기 함께 나눕니다. 저도 다음 번 벼룩시장에는 꼭 가보고 싶네요~ !!!
가진 책이 제법 되어 처분하려던 차에 좋은 일을 할 수 있겠다 싶어 벼룩시장 열게 되었습니다.
해보고 느낀건데, 지금까지 왜 그토록 끌어 안고 살았는지 허탈한 마음이었습니다. 난잡했던 삶이 깨끗하게 치워진 듯했습니다.
5월 10일-11일 중 마침 생일이 끼어 있어 가까운 친구들과 오붓한 자리 만들어보는 게 애초 소박한 목표였으나 페이스북에서 공유되어 총 백 명 정도가 찾아주셨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셔서 수익금의 49%를 기부하기로 공지를 띄웠습니다. 50%는 영 거짓말 같아서 1을 뺐습니다. 그 덜어진 1이 진심이 될 수 있기를 바란 것 같습니다.
나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나의 삶이 있고 선의는 언제나 위선의 가면을 쓸 위험이 있으니까요. 나는 위선을 두려워해서 지금까지 기부를 꺼려왔습니다. 몸으로 하는 봉사가 차라리 직관적이고 솔직하다고 여겼지요.
그 생각에 큰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물질적인 도움 역시 내 몸이 하는 것만큼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걸 믿게 됐습니다.
삶의 방향이 바뀌는 순간
이번 일을 하면서 삶이 크게 바뀔 거라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예감에 불과하지만, 2주 정도 시간이 흐른 지금도 그 당시의 좋은 예감 속에서 하루하루 뿌듯하게 살아가고 있는 듯합니다.
벼룩시장을 찾아준 예상치 못한 사람들,
양해를 구했을 때 흔쾌히 허락해주신 이웃 주민 분들,
그들과 나눈 수많은 대화들, 그 순간의 공기,
벼룩시장 내내 틀어놓았던 라디오의 사연들,
길가로 뻗어나와 그늘을 드리우던 나무의 흔들림,
좁은 방 안에 옹기종기 둘러앉아 창밖으로 내리는 비를 바라보던 기억,
이 모든 것들이 나에게는 중요한 암시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 순간 있잖아요. 내가 지금 아주 중요한 순간을 통과하는 중이고, 어떤 식일지는 알 수 없지만 이게 내 삶의 방향을 바꾸게 될 것 같은 그런 순간 말입니다.
그 날 함께 했던 몇몇 친구들도 같은 말을 하더군요. 그게 뭔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뭔가 중요한 것을 알게 된 기분이라고 몇 사람이 똑같은 말을 하더군요. 모를 일 입니다.
한 번 해보는, 사람들
기부자 이름을 ‘사람들’ 로 정한 건 이번 일이 나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대학 졸업 후 혼자 하는 일을 하다보니 잠시 잊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와 함께 뭔가를 한다는 것의 즐거움을요. 그래서 그냥 ‘사람들’ 이 한 일인 것 같습니다. 요즘은 웬지 이 사람이라는 말에 자꾸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되는 일이 부쩍 잦아진 듯하지만…
책 가격은 세 권에 2천원 정도로 받았습니다. 내가 감명 깊게 읽은 책을 비싸게 팔 수는 없었어요. 책은 흔해야 한다고 믿으니까요. 벼룩시장에 내놓은 책은 도합 200여 권이고 남미 여행 때 사온 팔찌와 목걸이, 소장하고 있던 DVD와 음반, 잘 안 입는 옷들도 내놨습니다.
다음번 벼룩시장도 계획 중에 있습니다. 그때엔 지인들의 물건이 함께 나올 예정입니다. 규모를 키워 봤습니다. 모아진 진심의 양과 질도 향상될테고, ‘사람들’이 포함하는 이름들도 더욱 늘어나겠지요.
무슨 일이든 한 번 해보는 게 중요한 듯합니다. 다음은 항상 쉽거든요.
우리 사회가 더 괜찮아지는데 동의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정치야 방향이 다를 수 있지만 공동체를 위한 선의와 진심에는 별다른 방향이 없을 겁니다. 나는 우리 사회가 너무 정치의 향배에만 눈길을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을 바꿀 방법은 정치만이 아닐텐데 말이죠.
혼란스럽게 제멋대로 휘갈기고 본 게 부디 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언제나 행복하시길.
글. 옥인동 이웃사촌
아름다운 변화를 만드는 <생활 속 1%나눔> 함께 해요!
가회동 썬그리
자랑스런 이웃사촌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