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청소년 자발적 사회문화활동 지원사업 선정단체 오리엔테이션
지난 5월 31일, 아름다운재단의 ‘청소년 자발적 사회문화활동 지원사업’에 선정된 10개 단체가 한자리에 모였다. 각 단체별 사업 소개가 주축이 된 오리엔테이션은 시종일관 진지한 열기 속에 진행됐다.
무려 13.3: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선택된 이들답게, 각 팀의 사업은 재기발랄한 감각과 치열한 주제의식이 돋보였다. 환경, 청소년 인권, 나눔과 소통 등 다루는 주제도 다양했지만, 이를 고민하고 구현하는 방식 역시 공연, 캠페인, 신문 및 동화책 발간 등으로 각양각색이었다. ‘나’와 ‘우리’, 보다 나은 사회를 사유하고 희망과 대안을 제시하는 청소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자.
이웃과 소통하고, 자연과 교감하며
청소년 대표와 멘토를 포함해 각 단체별로 두세 명, 줄잡아 서른 명 가까운 인원이 착석한 회의실엔 편안한 웃음과 수다가 흘렀다. 선택된 자들의 여유랄지, 면접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 긴장과 초조는 휘발되고 청소년 특유의 발랄과 활기가 반짝인다.
“여러분은 133개 팀이 지원한 가운데 선정된 10개 팀입니다. 가능성을 보고 선택한 만큼, 자신의 잠재력을 믿고 자부심을 가져도 좋습니다. 오늘, 다른 팀 친구들의 사업내용에도 귀를 기울여주세요. 교류를 통해 각자의 사업 아이템과 방향을 확장시킬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 6개월, 힘들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함께 하길 바랍니다.”
아름다운재단 이선아 배분팀장의 환영사에 이어 오늘의 하이라이트, 선정단체 10개 팀이 사업소개를 시작했다.
첫 테이프를 끊은 팀은 ‘우리들의 반란-시끌벅적’이란 사업을 기획한 ‘꼼지락학교’. 전통시장 활성화를 목적으로, 학생들이 직접 전통시장 DJ가 되어 홍보에 나서고 POP 글씨로 시장 안의 점포들을 꾸며줄 계획이다. 발표를 맡은 윤석준 군은 ‘학교 밖 청소년이란 편견을 깨고 재능기부로 지역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다가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었다’며, ‘대형마트에 치여 불황을 겪는 시장상인들에게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다’는 의젓한 꿈을 피력했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영화동아리 ‘두(Do)’는 2013년에도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을 통해 <사랑이야기 아닌 사람이야기>라는 휴먼 다큐를 제작했던 팀으로, 사업내용 발표에 앞서 지난 해 제작했던 다큐멘터리 영화를 일부 상영했다. 올해 이들이 기획한 다큐는 <희망의 약속>. 위안부 역사관 건립에 관한 이야기다.
“위안부 역사관 건립을 위한 총 12억의 예산 중 9억 원의 돈이 시민들의 힘으로 모아졌다고 합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에 놀랐고, 또 우리는 어떻게 할머니들을 도울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우리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보자 싶었습니다.”
영화를 위해 이들은 역사 자료를 모아 공부하고 위안부 수요집회에 참석하는 것은 물론, 역사관 건립과정을 촬영하고 모금운동에 동참한 사람들을 인터뷰할 계획이다.
세 번째 순서로는 대구에서 올라온 ‘청소년바른생명지킴이’, 일명 ‘청바지’로 불리는 단체가 캠페인송에 맞춰 발랄한 율동을 선보였다. 자연스레 ‘핵을 반대합니다~’란 반복된 후렴구를 따라 흥얼거리게 될 만큼 시선을 사로잡은 이들은, 플레시몹을 활용한 탈핵 홍보동영상 제작, 밀양 송전탑 건설현장 방문 등의 캠페인을 추진할 계획이다.
“저희 ‘그린나래’는 부러진 자연에 날개를 달아 푸른 세상을 만들고자 모인 청소년 단체입니다.”
단체 이름만큼이나 어여쁜 상일여고 2학년 학생들로 구성된 네 번째 ‘그린나래’ 팀이 청바지의 뒤를 이었다. ‘그린나래’가 추진하는 사업은 고덕수변생태복원지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것. 이를 위해 수변공원 내 알림판과 설명판 및 보호지역 출입규제를 위한 설치물을 제작하고, 시민참여를 유도하는 프로그램 기획과 각종 홍보물을 만들 계획이다. 돌탑과 새 모이대, 생태조형물 등을 통해 이들이 펼칠 그린 디자인은 예술의 힘으로 자연생태계의 가치를 지키는 의미있는 재능기부가 될 것이다.
다섯 번째 발표자로 나선 ‘대안에너지적정기술연구모임’은 경기도 여주에 위치한 여강고 학생들로 구성된 팀이다. 2012년부터 ‘공정무역연구회’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하던 중, 제3세계 국가를 돕자면 기술적으로 낙후된 부분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적정기술을 통한 나눔과 실천을 고민하게 되었다고 한다. 대안에너지 적정기술 강연 유치, 청소년 적정기술 캠프 참가, 태양열 온풍기와 같은 적정기술설비 제작과 보급 사업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벽을 넘어, ‘우리’는 끝까지 달린다
꼼지락학교를 제외하곤 계속 여학생들의 활약이 이어지던 중, 간만에 훤칠한 남학생들이 발표자로 나섰다. 시립성북청소년수련관 소속 마을유랑극단 ‘토닥(Knocking)’의 단원들이다. ‘토닥’은 공연을 통해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는 ‘노크’의 개념이자, 소외된 이웃을 찾아가 ‘토닥토닥’ 치유하고 소통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무작정 무대가 좋아서 모였던 친구들. 이제는 우리만의 공연과 무대가 아닌,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자 합니다.”
무대에 서는 친구들답게 차분하고도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진심을 전하는 ‘토닥’은 성북구 내에 문화공연을 접하기 어려운 단체 및 기관을 찾아가 무료공연을 펼치고, 주민들을 초대해 마을잔치를 열고자 한다.
다음 순서로 대구에서 올라온 남학생이 ‘그린에코 로드투어’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청구고등학교 학내 동아리 ‘꼬로꼬로’의 추진 사업으로, ‘꼬로꼬로’는 ‘나는 달린다’란 뜻을 지닌 이탈리아어다. ‘그린에코 로드투어’는 자전거와 대구, 이 두 개의 키워드가 중심이 된 사업이다. 청소년들이 자전거를 이용해 대구의 역사와 문화, 생태 환경을 탐방하고 블로그와 SNS로 이를 홍보하는 것. 이후 탐방일지를 자료집으로 엮어 배포할 예정이며, 아울러 자전거 마일리지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축적한 마일리지는 사회에 기부하고자 한다.
다음은 관악사회복지회의 청소년 모임인 ‘햇살’이 마이크를 받았다. 이들이 준비한 프로젝트 ‘박물관이 살아있다’는 ‘노인 한 분이 돌아가시면 박물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는 말에서 착안한 사업이다.
“어르신들이 돌아가셨을 때, 그분들의 삶과 경험이 그냥 없어지는 것이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햇살’은 매주 토요일 마다 다섯 분의 어르신을 찾아뵙고, 그분들의 지혜와 삶이 담긴 이야기를 듣고 기록할 것입니다 또한 이 기록물을 토대로 책을 발간하고, 어르신들과 함께 출판기념회를 가질 계획입니다.”
어느덧 두 팀의 발표만 남겨놓은 상황.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소속의 신문제작팀이 아홉 번째 발표자로 나섰다. 청소년신문 <요즘것들>을 기획, 제작, 배포하는 이들은 지난 3월 발간한 창간준비호를 들고 나왔는데, 오는 6월 말 경엔 ‘청소년의 쉴 권리, 즐길 권리’를 특집기사로 다룬 창간호를 낼 예정이다. 정기적인 격월 발행으로 12월 말까지 총 4회 발간할 계획이며, 정기구독체계와 온라인 및 거리 캠페인을 통한 배포를 고려 중이다. 기자들답게 신문제작팀 청소년들은 다른 팀이 발표를 할 때마다 매번 날카로운 질문을 놓치지 않아 더욱 눈에 띄었다. 참신한 시각과 필치를 기대해도 좋을 듯 싶다. 기획방향과 맞고 또 취재원들이 응해만 준다면 오늘 함께 한 타 단체들의 활동 상황도 취재할 생각이라며 기자 본색을 발휘했다.
마지막 순서는 광진청소년성문화센터 소속 동아리 ‘은개비’가 맡았다. ‘은개비’는 ‘은은한 바람개비’의 줄임말로, 이 사회에 만연한 잘못된 성문화를 청소년들이 일으키는 은은한 바람으로 바꾸어보자는 의미를 담은 이름이다. 은개비의 주 사업은 성평등을 주제로 한 동화책을 만드는 것이다. 10월 제작을 목표로, 11월엔 전국 성문화센터에 배포할 예정이다. 또한 출판사 접촉, 공모전 응모 등으로 더 많은 독자와 만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청소년들의 에너지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재기발랄한 감각 속에서도 진중한 문제의식을 놓지 않으며 기획력과 추진력을 발휘했다. ‘나’를 넘어 ‘우리’를 생각하는, 자연과 교감하고 이웃의 마음을 토닥이는 ‘요즘것들’의 당당한 목소리는 그 자체로 소중한 ‘희망의 약속’에 다름 아닌 바. 이제 그 약속의 뚝심있는 완주를 응원할 일만 남았다.
글. 고우정 | 사진. 김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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