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은 한살림서울의 맵쌀 이용촉진 캠페인을 통해 모은 기부금으로 ‘시각장애아동을위한 촉각점자자료제작지원사업‘을 진행했다. <관련글 보기 | 한살림서울, 쌀 이용촉진 캠페인 수익금을 기부합니다>
이 사업은 한국학생점자도서관을 통해서 진행이 되었는데 지난 7월에 점자책 완성에 맞춰 품평회가 있어서 다녀왔다. ‘품평회’라는 자리가 낯설었는데 맹학교에 다니는 시각장애아동과 부모님, 맹학교 관계자를 모시고 이번에 제작한 점자책에 대한 설명을 하고 평을 들어보는 자리였다.
이날 행사는 한국학생점자도서관에서 준비해 주셔서 서울맹학교와 한빛맹학교 아동과 부모님을 비롯해 기부자인 한살림서울 관계자분들이 참석해주셨다.
한글점자교본
: 점자를 처음 배우는 사람을 위하여
이것이 바로!!! 이번 지원사업으로 탄생한 한글점자교본이다.
색깔도 곱고 한켠에 착착 쌓여진 모습을 보니 나도 이리 뿌듯한데 직접 만든 선생님은 얼마나 뿌듯하실까.
본다고해서 다 알지는 못하지만 책 구성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들여다보자!!
이 책은 교본인만큼 점자를 처음 배우는 사람을 위한 책이다. 이 사업을 담당하고 책을 만든 선생님은 놀랍게도 미술을 전공한 분이다. 본인이 학생점자도서관에서 처음 일하면서 점자를 배울 때 공부했던 방법대로 대칭을 이루는 자음과 모음을 함께 외우면서 연상작용을 통해서 점자를 익히도록 만들었다. 처음 점자를 배우는 사람들이 좀 더 쉽게 익힐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시도이다.
점자, 자존감과 소통의 활자
한국학생점자도서관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점자를 알고 있는 시각장애인이 훨씬 자존감이 높다고 한다.
시각장애인이라고해서 모두 점자를 알고 있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시각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부모의 경우 점자에 대해서는 한발 물러서서 맹학교에에만 맡겨두는 경우도 있는데 시각장애아동과 더 많이 소통하기 위해서 점자를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이 책이 점자를 처음 배우는 시각장애인과 부모님께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는 말씀과 함께 품평회에 부모님을 초대한 이유도 이러한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점자교본은 전국 맹학교와 시각장애인복지관 등으로 보내지게 된다.
한국학생점자도서관 탐방
조금 일찍 도착했기에 여기저기 구경을 하였다.
사실 한국학생점자도서관은 두번정도 방문해서 사업 논의를 했지만, 지난 봄에 이사를 하셨기 때문에 새로 온 것처럼 구경에 열중하게 됐다. 그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점자로 되어 있는 우리나라 지도이다. 한국학생점자도서관에서 인식개선 사업으로 지하철 노선도를 점자로 제작하여 설치한 지하철 역이 있다고는 들었는데 지도는 새롭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을 자세히 찍어봤다.
도서관이니만큼 책도 많다. 일반 동화책에 점자를 붙여서 만들어진 책도 있고 점자로만 되어 있는 책도 있다. 도서대출도 하고 있으니 원하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한켠에는 3D프린터로 만든 도형들도 있다. 3D 프린터로 실제로 만들어진 것을 처음 봤는데 신기하다!! ‘그런데 이런 도형들은 왜 있는거지?’ 궁금하던 찰나, 다른 진열장이 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만들어진 도형에 수작업으로 각종 촉각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재료를 붙여서 교구를 만든다. 시각장애 아동들이 다양한 촉각을 접하고, 다양한 모양을 익힐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건 수학교재인데 숫자에 대한 계산식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삼각뿔의 평면도를 보여주고 이것이 삼각뿔이 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전맹의 경우 시각적으로 보고 익힐 수가 없기 때문에 설명으로 부족한 부분은 손으로 익힐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건 분수에 대한 교재인데 분수 또한 마찬가지로 개념부터 차근차근 익힐 수 있도록 촉각자료료 만들어졌다. 눈으로 보지 못하고 설명만으로 개념을 이해해야 하니 시간도 오래 걸리고 어려울텐데 이런 촉각자료가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이날 가장 신기했던 것이 이 키보드였다. 키보드 겉의 비닐(키스킨)을 점자로 해둔 것이다. 점자가 있으면 키보드 자판을 외우는데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컴퓨터를 사용하는게 일상적이고 쉬운 일이라서 자판을 익히는게 어려운 일이라고 한번도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쉽고 간단한 일이 누군가에는 아닐 수도 있는데 그 차이를 안다면 서로 자연스럽게 배려할 수 있지 않을까.
더불어 사는 삶, 시작점을 찍는 것
이번 품평회 다녀오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점자교본으로 나도 점자를 배우고 싶다! 시작해볼까!”
점자라는게 시각장애인만 쓰는 문자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사실 모두가 소통하기 위해 필요한 문자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 외국어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우리는 다른 문화권의 이해하기 위해 영어,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 등 다양한 언어의 문자를 배우고 익히듯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의 문자인 점자, 수화 등은 또 다른 언어로 인식하지 않는 걸까? 소통이 자유롭다면 차별의 시각도 많이 줄어들텐데 말이다. 그런데 소통을 위한 노력은 어느 한쪽만 하는게 아니라 우리가 다 같이 해야하는 것 아닐까 생각해본다.
덧. 한국학생점자도서관 선생님과 얘기를 하다가 자원봉사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여쭤봤었다. 점자도서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단 일반 도서를 타이핑을 한 다음에 점자규칙에 맞게 수정하고, 점자로 찍어내는(쉽게 설명하기 위해 용어 무시)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참고로 외국의 경우 점자도서 제작을 위해 도서의 텍스트 파일을 제공해주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이 부분이 잘 되지 않는다고한다. 그래서 맨 처음에 하게 되는 책을 타이핑하는 일에 언제나 일손이 많이 필요하다고 하시니 관심 있는 분들은 신청하고, 시작해봐도 좋을 것 같다.
한국학생점자도서관 | 서울 종로구 청운동 40-3 전화 02) 880-0610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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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지애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