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스승의 날을 보내면서 내 존경하는 선생님들을 떠올리다가 문득,
지난 2월 변화의시나리오 오리엔테이션 사업발표 때 눈을 빛내면서 이야기 하던
‘교육공동체 벗’ 선생님들 생각이 났다.  

‘교육공동체 벗’은
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B 지원사업에 선정된 단체 중 하나로
올바른 교사상을 고민하는 교사와 학부모 그리고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모여 만든 모임이다.
우리 교육에 필요한 것들을 우리 힘으로 만들고 함께 나누고자
협동조합을 모델로 만든 교육공동체이다.  

주어진 교사의 역할을 감당하는 것을 넘어,
진정 어떤 교사여야 하는가에 대한 가장 많은 고민과 실천의 중심에 있는 그 분들을 만나
벗의 지향과 고민, 그리고 활동 이야기들을 들어보기로 하였다. 

 

교육공동체 벗
불가능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불가능의 가능성 

경쟁과 수월성이 아닌 교육을 통한 우정의 실현()과 대안적 실천에 대한 의지의 표현(but)을 품은 교육공동체 벗’. 그들이 지난 20111010일 첫 책을 출간했다. 오늘의 교육편집위원회가 엮은 300여 페이지 분량의 단행본 교육 불가능의 시대. 신자유주의에 물든 공교육과 대학의 교육 불가능을 담은 이 책은 등장부터 파문이었다. 모두의 권리이지만 누구도 책임지려하지 않던 교육을 품어 안고 해부하기 시작한 까닭이다. 늑골 어디께에 숨겨놓고 짐짓 모른 체했던 교육 불가능을 삶의 한복판으로 이끌어서다.

처음 출판사를 시작할 때 첫 책을 어떤 책으로 내느냐만큼 중요한 일이 없잖아요. 저희도 그랬어요. 벗의 색깔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그런 책이어야 했고, 그래서 그만큼 많이 숙고하고 시간도 걸렸습니다. 그렇게 해서 오늘의 교육에서 펼쳐냈던 교육 불가능이라는 담론을 중심으로 첫 책을 내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벗이라는 출판사의 색깔을 명료하게 하는 데는 의미 있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배움과 나눔의 공동체,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공존공생의 삶을 모토로 하는 교육공동체 벗’(이하 ’)은 설핏 도발적 집단처럼 보인다. 교사, 학생, 학부모를 포함한 한국의 모든 교육 주체들에게 경쟁과 효율성 중심의 이토록 고통스러운 교육 현실을 직시하고 대화하고 새롭게 모색하자고 제안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불편한 것이 당연하다. 보기 싫은 것을 들이대니 두려울 수도 있다.  

많은 독자들, 특히 교사 독자들은 교육 불가능이라는 담론을 불편해합니다. 교사들에 대한 일종의 평가의 언어로 받아들이는 것이지요. 하지만 처음에 교육 불가능이라는 담론을 시작한 데는 학교교육의 현실을 제대로 들여다보자는 의미가 컸습니다. ‘학교야 힘내라’, ‘선생님이 희망입니다따위에 숨어 있는 위선과 기만이 근본적 사유를 가로막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희망은 현실을 정직하게 보는 데서, 그리고 현실의 교육 불가능성을 고통스럽지만 인정하고 새로운 철학과 방법을 치열하게 모색하는 데서 나옵니다. 그런 의미에서 교육 불가능은 절망의 언어가 아니라 희망의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공동체 벗

교육공동체 벗

 

교육을 둘러싼 권리와 의무를 고민하다 / 기부라 불리는 연대를 뒷심 삼다

교육 불가능이란 시대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들. 그들의 새로운 교육운동 공간이 벗이다. 협동조합을 모델로 둔 것은 그 맥락에서다. 벗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아닌 각자 권리와 의무를 나누어가지는 한 식구로서의 누군가를 만나고 싶었다.

아무리 좋은 뜻을 가지고 있어도 결국 자본의 위력 앞에서 무릎 꿇는 경우를 많이 보았고, 특히 지금 한국의 출판 지형에서 매체를 만들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유수한 매체들이 하나 둘 문을 닫는 상황에서 저희가 교육 매체를 창간하겠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는 섶을 지고 불 속으로 뛰어드는 격이라는 우려가 컸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매체와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구조가 필요했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아닌 각자 권리와 의무를 나누어 가지는 한 식구로서 만나고자 했기에 협동조합을 모델로 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벗의 조합원은 840여 명(교사 80%, 학부모청소년대학생일반인 20%)이며, 재정은 순수하게 조합원들의 출자금과 조합비, 그리고 책을 통한 수익금만으로 유지된다. 절실히 원하는 무엇인가가 있고, 그것을 함께할 사람들이 있으면, 특정한 자본에 기대거나 시장에 포섭되지 않고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벗을 통해서 보여 주려 한다. 하지만 그 바람을 지키는 게 쉽진 않다. 신생 마이너출판사로서 겪는 어려움이 녹록치 않다.

협동조합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출자금과 조합비 등을 통해 초기 자본은 어렵지 않게 모았는데, 출판 시장으로 진입하는 데는 장벽이 높았던 것 같아요. 회계나 제작, 영업에 대한 유경험자가 없어서이기도 했지만 인쇄소나 제지 회사, 서점 등과 거래를 트고 단가를 조율하고 하는 문제는 항상 어려웠던 것 같아요.”

지난 2년 동안 벗을 알리고 매체나 단행본 등 벗의 기초가 되는 사업을 시작하며 기반을 다졌다면, 이제는 협동조합으로서 조직 사업도 본격적으로 해 나가야 하는 시기다. 한데 800여 명의 조합원들이 내는 월 운영비와 출자금, 그리고 단행본 판매 수익으로 한 해 살림을 꾸리기엔 아직 버겁다. 그래서 대안으로 거머쥔 게 아름다운 재단의 변화의 시나리오 프로젝트B’ 응모였다. 시민참여와 소통에 기반 한 사업으로 사회를 위한 문화·환경·대안 콘텐츠를 내용으로 하는 공익단체의 프로젝트 활동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라면 한 번 희망을 걸어볼 만했다.

만약 선정되지 않는다고 해도 단체의 성장이나 역량 강화 차원에서 나쁘지 않을 것 같았어요.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이 외부에서 볼 때는 어떻게 평가될지 궁금한 마음도 있었고요. 결과가 좋아서 기뻤습니다.”

 

새로운 교육 담론 만들기 / 불온한 교사, 교육을 가능케 하다

자체적으로 재정을 마련하여 작년 겨울 처음으로 불온한 교사 양성과정 시즌 1,2(20128-10)를 진행하고, 올 해 아름다운재단의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B‘ 지원사업으로 추운시즌(20131-2)을 진행하였다.

작년에 처음 광고를 냈을 때는 강좌 이름이 가진 신선함 때문인지 다음에 있는 교육공동체 벗 카페에 폭풍 같은 댓글이 올라왔어요. 그때까지 교육공동체 벗에서 나눔 공방이라는 이름으로 소규모 공부 모임을 진행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장기 프로젝트는 처음 해 본 터라 많이들 오실지 내심 걱정을 했는데, 정원으로 정해 둔 열다섯 분을 꽉 채웠습니다.”

현직 교사가 주를 이뤘지만 사범대에 재학생, 지역사회교육전문가, 학교 밖 청소년을 지원하는 단체 활동가, 교육운동단체 활동가, 교직이수를 준비 중인 학생, 임용에 합격한 예비 교사, 대안학교 교사 등 다양한 이들이 수강을 신청했다. 경기도 광주, 양평, 김포, 인천, 강원도 원주에서 달려오는 그들은 우리나라 교육의 아픈 현주소였다.

교사가 되기 싫어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을 찾게 된 사범대 5학년생인 수강생은 강의 후 교사가 되기로 결심했어요. 강의를 들으며 정말 다양한 교육의 방식이 있고, 제도권 교육 혹은 사범대에서 느꼈던 교육과는 다른 세상이 있음을 느꼈기 때문이라더군요. 그런가 하면, 함께 할 동료의 중요성을 깨달은 임용 4년차 수강생은 교내 동료 교사들과 책읽기 모임을 만드셨대요. 동료 교사들의 반짝이는 면모에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니 다행스러웠습니다.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교육의 근본적인 고민을 나누도록 이끌었다는 것이요.”

태풍 볼라벤이 한반도를 강타해도 결석 없이 매진하던 수강생들. 그들에게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은 탈출구였다. 그리고 바로 그 탈출구를 통해 이전과는 다른 학교와 만날 수 있었다. 정말 박차고 나가버리고 싶었던, 벗어나고 싶었던 무기력한 공간에서 그들은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교육을 그리게 됐다. 불가능에서 찾은 가능성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자원이고 동력이었다.

한 번은 한겨레신문에 교육 과정 기사가 실렸는데 그때 젊은 교사분 사진이 찍혔고 그걸 보신 부모님께서 당장 집으로 내려오라고 하셨대요. 강의 제목부터 얼마나 이상하고 위험해(?) 보였겠어요. 그 선생님이 고향으로 가시기 전, 두 가지 안을 놓고 고민하셨는데 아닌 척 대충 둘러대고 연기하는 것 말고 부모님께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정면으로 부딪쳐야겠다고 말씀하셔서 모두 박수 치며 응원해 줬어요.” 

지난 2월 5일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추운 시즌에서  ‘교사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라는 주제로 자신의 경험을 나눠 주고 있는 김수현 교사의 모습

 

조각조각 흩어졌던 희망을 그러모으자 용기가 흘러들었다. 그 힘으로 수강생들은 저마다의 일터와 삶터에서 변태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의 언어로 우리가 규정당할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을 이해하면서도, 그걸 자조하거나 벗어나려고 애쓰는 대신 역으로 활용할 줄 아는 유머도 구사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강사로 서신 교사분들은 이렇게 말해요. 능력주의가 지배하는 학교에다 대고 ‘그럼 나는 무능한 사람이 되겠다’고 외치거나(이형빈), 어떤 일이 벌어져도 능숙하게 대처하는 교사가 아니라 매순간 ‘쩔쩔매는’ 교사가 되는 게 자기 꿈이라거나(조영선), 승진을 포기하고 평교사로 늙는 건 ‘외롭고 높고 쓸쓸한’ 것이라고 말하다가도 그 덕분에 오히려 ‘영혼을 팔지 않아서 생긴 자리’가 있다고 껄껄 웃으세요(이상대). 

그 기저에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말하는 능력이나 유능함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 교사가 모든 문제에 능숙해진다는 게 ‘나는 다 알아’ 하고 아이들이 하는 말을 속단하는 꼰대의 징후는 아닌지 하는 의심, 현 승진 체제에서 교사가 승진을 하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에 대한 직시가 깔려 있어요. 자신을 둘러싼 학교의 공기와 구조를 그냥 받아들이지 않고 끊임없이 그 속에서 저항하고 흔들리며 살아가는 게 불온한 교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앞으로 벗은 20131~2월에 진행한 추운 시즌강의를 정리해 책으로 출간하고 65일엔 워크숍도 가질 예정이다. 6월부터 11월까지는 광주, 순천, 청주, 대구, 부산 5개 도시를 찾아가 지역 교사들의 갈증을 해소할 것이다. 그렇게 벗은 악순환뿐인 견고한 교육 시스템에 균열을 낼 심산이다. 이제 막 시작된 자유로운 개인의 유쾌한 연대. 그로써 교육 가능한 시절을 하루 빨리 마중하게 되기를 바라본다.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시즌 1, 2의 내용을 묶고 보완한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올 겨울 진행한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추운 시즌의 강의 내용은 6월에 책으로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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