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나눔교육은 청소년이 스스로 사회문제를 찾아, 계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변화에 동참할 수 있도록 구성된 교육 프로그램입니다. 지역과 상관없이 청소년 누구나 나눔교육을 통해 사회에 목소리를 내고 참여를 할 수 있도록 지역의 비영리단체 [반디 파트너]와 함께 합니다. 2019년에는 15개 반디 파트너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부산의 평화교육단체이자 자원봉사단체로 어린이모임, 청소년봉사단, 대학생교사단이 활동하고 있는 [포피스]에서 나눔교육 반디를 통해, 청소년들과 어떤 만남과 활동을 만들어나갔는지 전해드립니다.  

나눔교육 반디, 우연한 시작 

처음 아름다운재단 나눔교육 반디 파트너 신청서를 넣을 때만 해도 이미 8년째 초등 저학년을 대상으로 평화를 주제로 한 책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청소년봉사단 친구들과 함께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반디 파트너 실무자 워크숍을 듣고 재단에서 제안하는 나눔교육 커리큘럼에 호감이 생겼고, 이미 1년간의 준비·교육 일정이 나와 있는 청소년봉사단과는 진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들었다. 커리큘럼을 대폭 축소·수정해서 청소년봉사단과 원래 계획대로 가느냐, 아니면 새로운 청소년팀을 모집해서 나눔교육 커리큘럼대로 가보느냐, 고민과 논의가 많았지만 결국 새로운 팀을 만들기로 하였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실무자 워크숍을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린이회원인 포린이의 해단식이 있었다. 어린이회원 중에 이제 졸업을 하고 중학생이 되는 친구들의 졸업 축하파티도 겸하는 자리였다. 그때 한 친구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 “선생님 이제 졸업하면 우리는 뭐해요? 이제 청소년이니까 포린이(포피스어린이라는 뜻) 아니고 청소년포피스, 청포도하면 되겠어요.”

작명 센스에 놀라는 동시에 반디가 딱 떠올랐다. 아이들도 호감을 보였고 졸업하는 친구들 7명이 모두 참가하겠다고 했다. 작년 졸업생 3명 중에 2명도 함께 하겠다는 의사를 보내왔다. 새로운 청소년 모임, 9명의 ‘청포도’ 친구들의 탄생이었다. 다행히 반디나눔교육의 취지에 동의하는 대학생 교사단 3명이 앞으로의 활동을 도와주기로 했다. 그리고 청포도 친구들과의 첫만남 이전에 교사단 교육이 이루어졌다. 반딧불이 선생님과 함께 나눔의 의미를 찾고 활동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하는 시간이었다. 특히 적극적으로 이끌고 먼저 의견을 제시하는 교수법에 익숙한 탓에 청소년들의 의견을 잘 모으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한발 물러서 있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공유했다.

아름다운재단 반딧불이와 함께 한 포피스 교사단 교육

아름다운재단 반딧불이와 함께 한 포피스 교사단 교육

첫 시작, 팀을 짜는 것이 가장 힘들었어요

반디 활동 기간 중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꼽으라면 단연 팀을 짜는 것이었다. 하지만 가장 의미 있는 순간도 역시나 같은 순간이다. 팀을 짜면서 청소년포피스, 청포도 청소년들이 보여준 현명함과 배려는 이 활동의 과정과 결과에 대한 기대를 높여주었다. 사실 청포도 친구들은 이미 1년 이상 함께 포린이 활동을 한 친구들이고 몇몇 친구들은 6년 이상 친구로 지내온 관계였다. 그렇다 보니 아이들 사이에서 친함의 정도가 조금씩 달랐고 미묘하게 경쟁심이나 불편한 부분도 존재했다. 그렇기 때문에 ‘팀을 짜는 방법에 대한 합의’가 우선이었다.

9명이니 2팀으로 나누자는 것만 정해진 상태에서 모둠 짜는 방법을 모두 나열했다. 그리고 그 중 안되는 것들을 소거해나갔다. 결국 남은 것은 ‘하고 싶은 사람끼리 하는 것’과 ‘주제를 먼저 정해서 팀을 짜는 것’ 두 가지였다. 어떤 것이 더 좋을 지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는데, 교사들은 최대한 말을 아꼈다. 청포도 청소년들은 두 가지 방법 모두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을 냈다. 그리고 이 반디 프로젝트를 잘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 팀을 나누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가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기준을 잡아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역시나 그래서 누가 떨어지고 누가 함께하느냐에 대해서는 쉽게 합의가 되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청소년들은 잠시 다른 방에서 시간을 가지기도 하고 협의를 하기도 했다. 우리는 그 방을 결정의 방이라 불렀다.  결국 나눔실천을 잘하기 위해 어떤 역할이 필요한지 생각하고 그 역할에 맞는 사람을 서로 추천해주면서 팀을 구성했다. 팀을 짜는데 20분 정도 예상했던 시간이 80분을 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합의했고 기꺼이 양보해주었다.

이때 교사들은 청소년들에게 충분한 시간과 신뢰를 준다면 스스로 합리적이고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 확신이 이후 활동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팀을 짜고 나자 다른 활동은 일사천리로 이어졌다. 팀 이름은 ‘타노스’(약간 억지 같긴 하지만 인구를 반으로 나누듯이 나눈다는 뜻)와 ‘하루’(한국어 하루와 일본어 봄의 이중적인 의미)로 정해졌다.

팀을 어떻게 구성할지 합의하는 것도 반디활동과정의 일부이다. 논의 내용이 적힌 칠판.

팀을 어떻게 구성할지 합의하는 것도 반디활동과정의 일부

첫번째 활동인 오리엔테이션에서 함께 본 ‘미스터무관심’ 영상은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하는 활동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었다. ‘미스터무관심씨’가 ‘미스터관심씨’가 되는 과정은 우리가 겪어야 할 과정이었고, 또 많은 이들에게 관심을 촉구시켜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아이들은 금방 알아차렸다.  나눔교육은 친구들이 생각하는 나눔에 대한 의미를 더욱 확장시켜 주는 활동이었다. 나눔이라 하면 보통 기부나 봉사 정도만 생각했는데 나눔창고를 채워가면서 얼마나 많은 나눔이 가능한지, 그리고 어른이 되지 않아도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나눔도 있다는 것을 느꼈다.

쌍쌍바를 나눠 먹으면서 나눔은 정말 달달하고 즐겁다며 웃어댔다. 그리고 나눔이라는 것이 얼마나 상대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지도 알게 되었다. 나눔은 단순히 반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다른 사람을 위해 기꺼이 많은 부분을 내어줄 수 있는 것이 나눔이라고 한다. 하지만 상대에 대한 세심한 관찰이 없는 배려와 양보는 오히려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도 배웠다. 배탈이 나 아픈 이에게 아이스크림의 많은 부분을 줘서는 안되니까.

자극이 된 하루, 반디 파트너 전체 오리엔테이션 

청소년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을 물어보면 많은 친구들이 서울에서의 나눔교육 반디 파트너 청소년 오리엔테이션을 꼽았다. 일단을 일상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좋았고, 새로운 경험이 신기했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만이 아니라 전국의 많은 청소년들이 같은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에 놀라고 자극이 되었다고 한다. 다만 너무 짧은 시간을 아쉬워했다. 12월 응원전 때는 꼭 1박 2일로 오기! 

오늘 만들기도 했고 많은 사람들과 만나서 좋았다. 그리고 다른 좋은 언니들도 만나고 전번 교환도 해서 정말 좋았던 것 같다.”
“미션을 성공한 사람만 박수받는 것이 아니라 도와준 사람도 같이 박수받는 것이 좋았다.”

다른 지역의 청소년을 만나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던 반디 청소년 오리엔테이션

다른 지역의 청소년을 만나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던 반디 청소년 오리엔테이션

더 가벼운 주제도 있는데 진짜 이걸로 할거야? (주제 선정과 주제 탐구)

주제 선정 과정에서 청소년들은 쓰레기문제, 지구온난화, 종교분쟁, 남북문제, 유기동물 등 많은 사회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부산 아이들은 사회문제에 별로 관심이 없어요. 지역의 특성도 있나 봐요.’라고 했던 것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주제 찾기 과정은 순탄하겠구나 하는 안심도 잠시 각 팀은 ‘입시·사교육 문제’‘따돌림 문제’를 주제로 선정했다.

주제 찾기 활동이 끝나고 교사들은 고민에 빠졌다. 대한민국 청소년들이라면 모두가 겪는 입시, 그 과정에서의 사교육 문제는 대통령도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따돌림 문제는 더 했다. 누구나 따돌림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알지만 따돌림의 기준은 모호하고 해법을 찾기는 더욱 어려운 일이다. 해법이 없더라도 이 문제를 알리고 심각성을 공유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겠지만 그것만이라면 좀 더 가볍고 많은 이들이 동의할 수 있고 실천 활동으로 연결하기도 편한 문제들도 있을 텐데 하는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청포도 청소년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문제가 전지에 적혀 있다.

청포도 청소년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문제

한 달 뒤 주제 탐구와 최종 선정을 위해 다시 모였다. 원한다면 주제를 바꿔도 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주제에 대해 깊게 이야기해보기로 했다. 타노스팀은 따돌림문제, 하루팀은 입시문제를 1차로 선정하긴 했지만 두 가지 모두 우리 모두가 공감하는 문제였기 때문에 함께 이야기 나눠보았다. 

따돌림 문제는 따돌리는 이유부터 논의를 시작했다. 친구들 대부분이 동의한 것은 따돌림 당하는 친구들에게는 일정 부분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그 친구가 먼저 잘못을 해서 그것에 대한 대응으로 무시 또는 따돌림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 친구가 그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목적이라면 그 목적에 ‘따돌림’이라는 수단이 과연 효과적인가? 그 수단이 목적을 달성했나 아니면 오히려 심화시켰나? 아니 그 이전에 잘못된 행동에 대한 대응으로 잘못된 수단을 쓰는 것은 정당한가? 잘못을 했으니 따돌림이라는 벌을 받는 것은 괜찮은가?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입시문제에서 친구들이 가장 목소리를 높인 것은 학원이었다. 학원에 쓰이는 시간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우리 친구들은 공부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쓰고 있는지 각자 일주일간의 시간표를 적어보기로 했다. 요일마다 조금씩 다르긴 했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와 학원, 그리고 숙제를 하는데 쓰고 있었다. 원하는 학원(피아노, 미술)을 다니는 친구는 몇 명 없었는데 그마저도 입시학원 보강이 잡히면 뒤로 밀린다고 했다.

학원과 학원 사이 20분 정도의 시간에 저녁 식사를 해결해야 했고, 중간에 쉬는 시간도 30분을 넘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2-30분은 무언가에 집중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결국 친구들은 그 짧은 시간을 효과적으로 즐기기 위해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보거나 SNS를 했다. 학원을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할거냐는 질문에 학원을 아예 다니지 않겠다고 한 친구들은 한 명도 없었다. 대부분 배우고 싶은 학원 한가지와 자신이 많이 부족한 입시학원 한두 개 정도는 계속 다닐 것이라고 했다.

주제에 대해 깊이 이야기를 나눈 뒤 주제를 바꾸자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가 공감했던 이야기, 선생님들에게는 다소 충격적이었던 이야기였다. 결코 가볍지는 않지만, 어떤 어른들은 팔자 좋은 소리 한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게는 너무나 중요한 우리들의 이야기에 우리의 목소리를 내보기로 했다.

“활동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주제 정하는 과정이에요. 서로 의견을 주고 받는 것 자체가 신기했어요. 주변 친구들이랑 이런 이야기 거의 안하고 못해요. 서로의 이야기를 존중해주면서 공감해주는 경험을 해 보아서 참 좋았어요.” – 하루팀 이승민  

공장은 잘도 돈다 돌아간다 (캠페인 아이디어 모으기와 준비모임)

다시 모인 청포도 친구들은 캠페인의 주요 슬로건을 정하고, 캠페인 진행 방식과 체험, 기념품 등에 대해 결정하기로 했다.  타노스팀은 따돌리는 이유를 좀 더 구체적으로 정리하고, 결국 그 이유를 따지는 것이 왜 의미 없는 것인지, 따돌림은 왜 폭력일 수 밖에 없는 지에 대한 논의 그 자체를 전시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래서 타노스팀의 슬로건은 ‘따돌려도 되는 이유는 없습니다’로 결정되었다.

그리고 요즘의 은근한 따돌림, 어른들이 개입하기에 애매한 형태로 진화(?)되어 가는 은따의 방식에 대해 나열해 보기로 했다. 과연 사람들은 이것을 따돌림이라고 생각할까? 어떤 따돌림을 심하다고 생각하고 어떤 따돌림은 따돌림이라 생각하지 않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청소년들의 예상과 비슷할지 아닐지를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는 작업이 될 것 같았다. 특히 어른들에게는 생소한 사이버폭력을 체험할 수 있는 가상앱 내용을 현수막으로 전시하고 체험하는 영상을 틀어두기로 했다. 

하루팀은 ‘성적이 아닌 나를 봐주세요’라는 주제로 전시형과 참여형으로 부스를 꾸미기로 했다. 청소년의 평균 하루 일과를 일과표로 나타내고 그 속에 나타나는 문제들을 드러내기로 했다. 또 성적과 관련된 어른들의 말 중 상처가 되는 말을 판넬에 적어 전시를 하기로 했다. 그 말에 캠페인에 참가하는 어른들이 포스트잇을 붙여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오자 그 포스트잇이 반창고 모양이면 좋겠다는 멋진 아이디어도 이어졌다.

그리고 어른들이 청소년들에게 주로 하는 오해에 대한 오엑스 판넬을 만들기로 했다. 주제 탐구 때 공유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청소년들은 학원을 무조건 싫어한다?’, ‘청소년은 휴대폰 중독이다?’, ‘청소년들은 스스로 하지 않는다?’ 세 가지를 선정했다. 또 그것에 대한 하루 친구들의 생각을 적어두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성적보다 더 중요한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보는 체험 공간을 배치하기로 했다. 너무 많아서 다 준비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하루 친구들은 그 어떤 것도 포기할 수 없다고 했고 하는 만큼 해보기로 했다.

캠페인 준비를 하는 모습. 종이를 오리고 붙이고 있다.

어떻게 캠페인을 할지 함께 아이디어를 모으고 준비하는 청포도팀과 함께 해준 고마운 사람들

우리가 캠페인을 진행하게 될 ‘어린이평화큰잔치’는 10월 3일 개천절에 진행될 예정이었다. 포피스가 공동주관을 하고 있는 터라 기획단계에서부터 청포도의 캠페인을 제안하였고 이미 부스 2개를 빼둔 상태였다. 하지만 청소년 친구들의 시험 기간 등으로 준비 모임이 늦어졌고 결국 행사 일주일 전, 급하게 준비를 하게 되었다. 판넬을 펼치고 쓰고 그리고 오리고 붙이고, 한 친구의 말마따나 공장이 돌아가고 있었다. 그나마 쿠키 400개 포장은 행사 전날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도와주기로 해서 한시름 덜었다.

태풍, 행사 연기, 그날은 안되요, 잠시라도 함께, 결국 다함께 (캠페인 진행)

태풍이 문제였다. 행사가 열리기로 했던 10월 3일에 태풍 미탁이 부산을 강타할지도 모른다는 예상에 몇 번이나 회의가 있었다. 특히 직전 태풍 타파로 인해 부산에 워낙 피해가 컸던 터라 더욱 걱정이 많았다. 결국 행사는 10월 26일로 연기되었지만 정작 10월 3일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더 큰 문제는 청소년들의 참가 여부였다. 원래 예정되었던 10월 3일은 모든 친구들이 참가하기로 했었지만 연기된 날짜에는 학원에 가족여행에 친구 생일에 일정이 없는 친구들이 없었다. 일일이 연락해서 양해를 구하고(거의 애원이랄까) 학부모님과도 통화를 했지만 결국 일정 조정이 어려운 친구들이 많았다. 그냥 올 수 있는 시간만이라도 함께하자. 잠시라도 함께하는 게 의미 있지 않겠느냐고 마음을 비웠다. 그런데 행사 당일, 갑자기 아파서 불참하게 된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참가해주었다. 다른 일정을 조정하고, 조금 늦게 오고, 조금 일찍 가기도 했지만 다들 기꺼이 마음을 내어주었다.

우리가 알던 청포도 청소년들이 맞는 걸까? 늘 하고 있던 마스크도 집어 던지고 열심히 설명했다. 어린이들에게는 어린이 눈높이로, 어른들에게는 좀 더 깊이 있게 설명하려 애쓰는 모습이 보였다. 특히 청소년들은 더욱 공감해주어 기뻤다. 청포도 청소년들이 직접 디자인한 스티커가 붙여진 쿠키를 미끼로(?) 관람객을 끌어모으는 능력도 제법이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쿠키 받으러 왔다가 심각한 표정으로 하나하나 읽어보고 청소년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며 반창고 포스트잇을 붙여주는 분들도 있었다.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고 위로하는 너무 소중한 순간이었다.

다음 중 가장 심한 따돌림과 약한 따돌림을 골라주세요라고 적힌 판넬.

함께 해서 더 의미가 있었던 캠페인

 

“우리 학교에도 이런 왕따 많이 한다. 왕따 당하는 친구들 보면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조금은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따돌려도 되는 이유는 없습니다’ 캠페인 참가 청소년 –

“세상에 이게 뭐야.. 우리 때는 이런 거 없었어. 수십리 길을 걸어가도 학교만 간다고 하면 그저 좋았어. 가서 선생님, 친구들 만나고,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거 자체가 그렇게 감사했어. 이게 이 사회가 그냥 무조건 공부만 해야하고 공부 안하면 혼나고 그러니까 그 스트레스를 서로가 푸는 거지 뭐. 학교 선생님, 부모님들이 잘못이야. 애들한테 진짜 관심이 없어.” – ‘따돌려도 되는 이유는 없습니다’ 캠페인 참가 할머니 –

“아무 생각없이 학교 가라면 가고, 학원 가라면 갔는데, 이렇게 쉬는 시간이 없는지 몰랐다. 내가 왜 공부를 해야하는지 생각해 보지 않았다.” – ‘성적이 아닌 나를 봐주세요’ 캠페인 참가 청소년 –

“하루 일과표 이렇게 보니까 충격이다. 정말 쉬는 시간이 없다. 너무 안쓰럽다. 학원 가는 시간만 없으면 될텐데, 학원 진짜 이렇게 보내야 하나.” – ‘성적이 아닌 나를 봐주세요’ 캠페인 참가 학부모 –

“왕따들을 사례 보니까 정말 마음이 아프다. 내가 어릴 때도 왕따 문제가 있었지만 그 공간에서 만이었다. 그런데 요즘 왕따는 카톡, SNS 온라인상에서까지 쫓아다닌다. 피할래야 피할 곳이 없다. 같은 공간에 없어도 심지어 전학을 가도 끝까지 괴롭힘을 당하는 것이다. 너무 잔인하다. 그런데 사실 요즘 청소년들의 왕따 문제는 입시, 성적 문제, 외모지상주의와도 연결되어 있다. 다른 사람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없고, 성적, 외모에 의해 공격받는 환경에 있기 때문에 받은 대로 자기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을 쉽게 괴롭히는 것이다. 이런 문화 만들어내는 어른들이 정말 문제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늘 청소년들이 직접 주제를 선택하고 이렇게 광장에 나와 이런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 참 반갑고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에는 사교육 문제로 활동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데 그 노력과 활동이 지역으로까지 내려오지 않는다. 아직 여기에서는 목소리를 내는 어른들도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청소년들이 이렇게 사교육을 주제로 직접 목소리를 내는 일도 처음 있는 일인 것 같다. 이번 일을 계기로 부산에도 이렇게 사회참여를 하는 청소년들이 많아지면 정말 좋겠다.” – 부산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시민 활동가 김양희님 –

오글거려도 또 열심히 할거면서! (자체 평가 모임)

캠페인이 끝나고 2주 후 자체 평가모임이 있었다. 그동안의 활동을 사진으로 보면서 부끄러워하면서도 뿌듯해했다. 간단히 소감을 나누고 4월부터 11월까지 열심히 해준 스스로에게 주는 상장을 만들어보자고 했더니 야유를 쏟아낸다. ‘쌤 너무 오글거려요. 절대 못해요.’ 라고 하면서도 또 막상 시작하니 진지해진다. 스스로에게 주는 상은 어떤 상일까? 우수상, 개근상, 망상, 환상, 협상, 수고했상 등 아이들만큼이나 다채로운 상들이 완성되었다. 오글거리지만 진지한 시상식까지 마치고, 마지막으로 청소년들에게 물었다.

“내년에도 청포도, 반디 활동 계속 하고 싶니?”

한 목소리로 말한다.

“당연하죠!”

이럴 때는 또 답합이 최고네!

단체사진

청소년모임 <청포도>

글 김준우(평화교육단체 포피스 활동가) ㅣ사진 평화교육단체 포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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