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박또박 눌러쓴 편지 한장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아직 남아있는 4월, 아름다운재단으로 편지 한 통이 도착했습니다. 편지봉투를 열어보니 연필로 도박또박 눌러 쓴 편지 한 통이 들어있습니다.
일본 대지진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고 실종되었습니까. ‘하루 아침에 부모 형제 일가 친척을 잃어버린 일본 국민께 위로 말씀드립니다……모든 것이 회복될거라 믿습니다….저도 가난 때문에 학교를 가지 못해서 지금은 서울어머니학교에서 글을 배우고 있어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일본 여러분 힘내세요.’
서둘러 전화를 걸었습니다. 연세가 지긋하신 듯 한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일본이건 한국이건 어머니 뱃속에서 난 사람인 것은 다 소중하다, 사람이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인데 뭐 특별한 건 아니에요’
서울어머니학교에서 보내주신 금액은 모두 33만 7천원.
74분과 선생님 14분이 함께 정성스레 모으셨다고 했습니다. 뒤늦게 자신의 삶을 가꾸기에도 벅찰 텐데, 주변의 고통에 귀를 기울이고 돌보시는 그 마음이 참 대단하게 여겨졌습니다.
서울어머니학교에서는 전쟁이나, 가난 그리고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움의 기회를 놓쳐 사회의 한편에서 한 평생 고통을 받아왔던 어머니들이 공부를 하고 계십니다. 한글 문해교육과 생산적이고 건강한 공동체 문화 그리고 다양한 시민 교육을 하는 곳이지요.
40대에서 70대에 이르기까지 이르는 어머니 회원들은 대부준 건물이나 역사청소일 등을 하시는 분들로 본인들도 생활이 넉넉하지 않은 분들입니다만, 위태로운 상황의 이웃을 위해 소중한 나눔을 모아주신 것입니다.
“위로 말씀 드립니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아직 고령자들 중에는 글을 잘 모르는 분들이 있어 문해학교가 있다고 합니다. 어머니들은 무엇보다 지진으로 인한 혼란과 폐허 속에 본인들처럼 글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겪을 어려움에 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하십니다.
건네는 것은 기부금이지만, 나누어주신 것은 마음이고 희망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 얼굴도 모르는 그 누군가를 한 껏 안아주신 그 마음이 이 땅에서도, 그리고 바다를 건너 일본 땅에 살아가는 피해주민들에게도 퍼져나갔으면 합니다.
[일본 대지진 1004엔 기부 캠페인 경과보고]
지난 3월 15일부터 시작해 4월 30일 종료 예정으로 진행중인 캠페인에 924명의 기부자 여러분이 45,062,209원을 기부해주셨습니다. 기부 참여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여러분의 응원으로 일본 지진피해 주민들에게 희망을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번 글에서는 지원사업과 관련한 진행사항 경과를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