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를 모델 출신 배우로 알고 있었습니다.
조막만한 얼굴에 수려한 외모를 뽐내는.
인터넷에서 가끔 그의 소식을 스쳐지나가며 ‘와~ 잘생겼다…’ 라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어떤 어떤 드라마, 어떤 어떤 영화에 출연했다는 것 정도 20대 여성이라면 기본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고백컨대 저는 그가 등장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실제로 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저는 그를 다시 알게 되었습니다.
지난 1월 28일 저녁, 캠페인 담당 간사님에게 다급한 전화 한통을 받았습니다.
배우 유아인씨가 7700만원을 <나는 반대합니다 시즌2>캠페인에 기부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쁘면서도 당황스러웠습니다. ‘왜?’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와 소통했던 간사님의 전언을 통해 ‘7700만원’에 깃든 뜻을, 목표액인 3억 5천만원의 1%인 350만원을 굳이 남겨둔 뜻을 알게 됐습니다.
1,520원짜리 터무니없는 밥을 먹어야하는 보육시설아이들이 평등한 권리를 인정받으며 자랐으면 하는 마음, 그리고
“시민들의 힘으로 이 캠페인이 성공했으면…” 하는 마음.
우리는 누구나 채우길 좋아합니다. 가능하면 내가 마지막 대미를 장식하고 주목받고 칭찬받길 바랍니다. 하지만 그것을 포기한 아름다운 비움. 그는 그렇게 용기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보낸 장문의 메일을 읽었습니다.
그가 했던 고민의 깊이가 느껴졌습니다.
<유명인의 기부와 관련한 기사에 달리는 ‘고작 그것뿐이냐’, ‘이미지 관리용이다’ 같은 악성 댓글을 기부자 스스로가 두려워해서는 안 될 일이지요. 좋은 일의 가치는 누가 그 일을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아니라 ‘뜻’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에 얼마나 잘 전달되느냐 하는데 달려있습니다. 유명인은 기부를 부끄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보람을 느끼고 그 일을 널리 알려 더 많은 사람들이 뜻 깊은 일에 동참하게 하는 시너지를 만들어야 합니다…(중략) 선의를 가지고 행동하건 행동함으로써 선의를 갖게 되건 기부라는 행동은 그 자체로 사회의 음지를 밝히는 등불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기부의 의미, 특히 유명인 기부의 의미에 대해 이만큼의 고민을 하고 이런 글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 아직 그의 연기를 제대로 보지는 못했지만 분명 그 연기 속에서도 상당한 고민과 표현력을 볼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듭니다.
저는 예전부터 알았던 그를 다시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예전의 그와 지금의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입니다. 이제 재단의 간사로써 제가 할 일은, 이러한 뜻이 제대로 꽃 필 수 있도록 많은 분들에게 열심히 알리는 일입니다.
내년에는 모든 시설아동들이 평등한 밥을 먹으며 무럭무럭 자랄 수 있도록 꾸준한 관심 부탁드립니다. 혹시 이번에는 기회를 놓쳐 참여하지 못하셨더라도 재단이 올 한해 벌여나갈 활동들을 지켜봐주세요. 기부는 단순히 가난한 이들에게 일시적인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닌 세상을 밝게 비추는 한 줄기 빛이라는 것을, 그들의 어려움과 아픔에 공감하고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것을 아름다운재단을 통해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