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겊가방 판매 기금으로 아프리카 할머니 도와

리사 조(17세)는 캐나다에 사는 북아메리카 원주민 종족 중 하나인 ‘블랙풋’ 원주민입니다. 아메리카 대륙의 다른 원주민 부족처럼 블랙풋 원주민도 보호구역에서 가난과 약물 중독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보조금에 의지해 살고 있지요. 그런 와중에도 리사 조의 할머니는 손녀에게 블랙풋 전설이나 전래 동화를 들려주고 전통 공예도 가르치며 종족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줬답니다.

2006년 열두 살이 된 리사 조는 우연히 ‘할머니에게서 할머니에게로(Grandma to Grandma)’란 캠페인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캐나다 스티븐루이스재단이 벌이는, 아프리카 에이즈 가족을 돕기 위한 행사 중 하나였지요. 재단은 에이즈로 목숨을 잃은 아들·딸을 대신해 손자를 돌보는 할머니들이 늘어나자, 이들을 돕기 위해 지원금을 마련하는 운동을 벌여오고 있었습니다. 리사 조는 용기를 내 스티븐 루이스 재단으로 편지를 보냈습니다.

“원주민 보호구역에선 할머니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계십니다. 젊은 부모들은 가난과 약물 중독으로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거든요. 하지만 손자를 키우느라 애쓰는 아프리카 할머니들만큼 힘들진 않은 것 같아요. 저도 할머니들을 도울 수 있을까요?”

리사 조의 얘길 담은 동화 ‘레이시의 아프리카 할머니 돕기 대작전’ 표지.

 

리사 조는 전통 공예를 활용한 헝겊 가방을 만들어 팔아 할머니들을 돕기 위한 기부금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때마침 ‘할머니에게서 할머니에게로’ 캠페인을 지원하러 캐나다를 방문 중이던 아프리카 할머니 두 명이 블랙풋을 방문하기로 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어요. 리사 조와 친구들은 할머니들의 방문에 맞춰 파티를 준비하며 서둘러 헝겊 가방을 만들었답니다. 그리고 마침내 아프리카 할머니들이 블랙풋 원주민 마을을 방문하는 날, 총 28개의 헝겊 가방이 만들어졌습니다. 이 가방을 판매해 모은 기부금은 1000달러(약 113만 원)나 됐어요.

이 일은 1회성 이벤트로 그치지 않았습니다. 리사 조가 다니는 세쿼야 학교의 여러 친구들이 헝겊 가방 만드는 일에 참여하기 시작했거든요. 이후에도 세쿼야 학교 친구들은 해마다 헝겊 가방을 만들어 ‘할머니에게서 할머니에게로’ 캠페인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먼 나라의 할머니를 돕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된 나눔은 무엇보다 리사 조 자신에게 성취감을 선사했습니다. 보조금에 의지해 살아가던 블랙풋 원주민들에겐 ‘우리도 나눌 수 있다’는 자신감을 안겨줬죠. 리사 조의 얘긴 “레이시의 아프리카 할머니 돕기 대작전”이란 동화책으로 국내에서도 출판됐습니다. 

 – 소년조선일보 · 아름다운재단 공동 ‘어린이 모금가 ‘반디’를 만나다’ 캠페인 12번째 기사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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