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에 떠는 노숙인에게 담요·베개 나눠줘
작은 ‘나눔씨앗’, 필라델피아를 감동시켜
1983년의 어느 추운 겨울 저녁, 11세 미국인 소년 트레버(Trevor Ferrell)가 집에서 뉴스를 보고 있었습니다. 뉴스에선 필라델피아 지역 노숙자들이 추위를 피하기 위해 한 공장의 증기 배출구 앞에 모여 있는 모습이 방영되고 있었어요. 그곳이 자신의 집에서 불과 12마일 떨어져 있단 사실을 알게 된 트레버는 부모님에게 말했어요. “우리 집에 있는 이불과 베개를 저 노숙인들에게 나눠주고 싶어요.” 처음엔 깜짝 놀라며 반대했던 부모님은 결국 아들의 고집을 못 이기고 ‘한 번쯤은 좋은 경험이 되겠지’란 생각에 함께 길을 나섰습니다. 당시만 해도 이 일이 트레버와 그 가족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게 될 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어요.
얼마나 갔을까요? 트레버는 길모퉁이에서 추위에 몸을 떨며 웅크리고 앉아 있는 노숙인 아저씨를 발견하곤 갖고 온 이불과 베개를 그에게 건넸습니다. 아저씨는 고마워하며 말했어요. “하나님이 널 영원히 축복해주실 거야.” 아저씨의 그 한마디는 트레버의 마음속에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트레버는 큰 보람을 느끼고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계속해서 담요와 베개를 노숙인들에게 나눠줬어요. 집에 있던 담요와 베개는 곧 동이 났지요. 결국 트레버의 가족은 지역신문에 기부 요청 광고를 내기로 했습니다. “집에서 안 쓰는 담요와 옷이 있으면 보내주세요. 노숙인들에게 전할게요.”
수많은 이들이 광고를 보고 옷과 이불, 음식 등을 보내오기 시작했습니다. 열한살짜리 ‘꼬마 자선사업가’의 얘긴 지방 뉴스를 통해 알려졌어요. 소문이 퍼지자, 트레버네 가족은 헌신적 봉사자들을 모아 정식으로 ‘트레버 캠페인(Trevor’s Campaign for Homeless)’을 조직했습니다. 첫해 겨울 70여 가족이 번갈아가며 매일 100명쯤 되는 노숙자들에게 저녁식사를 나눠줬습니다. 이듬해엔 못 쓰게 된 호텔을 기증받아 쉼터로 고친 후 노숙자용 숙소로 썼어요.
하지만 이 일이 널리 알려지면서 이번엔 지역에서 사회복지를 담당하는 공무원과 사회단체가 곤란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사회 복지문제는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닙니다. 그런 접근방법은 일시적 해결책일 뿐이에요.” 그 말에 트레버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담요를 나눠 드리면서 그분들에게 물어볼게요. 당장 춥지 않게 해드리는 게 좋은 건지, 확실한 해결책을 마련한 다음 도와드리는 게 좋은 건지요.”
일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트레버 캠페인은 계속됐습니다. 필라델피아 파플러 거리엔 ‘트레버의 장소’란 노숙자 쉼터가 꾸려져 2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노숙자들에게 도시락과 잠자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노숙인들의 딱한 사정에 관심을 갖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작은 것부터 실천했던 트레버의 행동은 지역사회와 주민의 삶을 변화시키는 놀라운 씨앗이 됐답니다.
– 소년조선일보 · 아름다운재단 공동 ‘어린이 모금가 ‘반디’를 만나다’ 캠페인 15번째 기사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