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차, 튜울립, 오렌지 군단과 히딩크 그리고 주먹으로 제방을 막았다던 영웅 소년.
네덜란드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입니다.
ODA Watch에서 일하는 활동가들이 6월에 네덜란드에 가야 한다고 아름다운재단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네덜란드 이야기 하더니 스위스 이야기인가? 어디 Watch? 라고 하셨다면 절대 부끄러워 하지마시길… )
스위스와는 전혀 상관없는 ODA를 Watch하기 위해 일하는 열혈 활동가들의 자랑스러운 네덜란드 방문이야기.
윤지영 ODA Watch 정책기획팀장님께서 장문의 편지를 아름다운재단에 보내주셨습니다.
길지만 알면 유익한 이야기. 2편으로 나눠진 변화의 시나리오 @네덜란드의 1편을 시작합니다.

 

네덜란드 Amersfoort에 퍼진 1% 나눔의 변화

제1편 : 국제개발협력 모니터링과 평가, 한국시민사회 도전기
(사람이 중심이 되는 원조를 위한 변화의 시나리오 후속활동: INTRAC 제7차 M&E 컨퍼런스 참관기)

작성자: 윤지영 ODA Watch 정책기획팀장

 

 

Amersfoort! 서울의 온도가 한창 30도를 웃돌며 여름의 절정으로 달려가던 지난 6월 중순,
나는 난생 처음 유럽의 국경을 넘어 듣도 보도 못한 아머스폴트(Amersfoort)라는 네덜란드의 작은 도시에서 다섯 밤을 머무르게 되었다.
유럽은 어떤 곳일까 들뜬 마음으로 네덜란드 공항에 발을 디뎠다.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화려하다. 마치 서울의 어느 쇼핑몰과 흡사해 이곳이 유럽이라는 느낌이 덜하다. 공항을 빠져나와 목적지로 가기 위한 기차표를 사는 순간, 티켓에 적힌 EUR9.50이 한화로 얼마인지 머릿속으로 쉽게 계산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으며 아..이곳이 유럽이구나 실감하게 되었다.

나는 왜 이곳에 있을까?

ODA Watch,
내가 일하고 있는 이 단체는 한국의 개발협력 정책과 사업이 개발도상국의 균형적인 사회경제발전에 효과적으로 사용되어 지구촌 이웃이 빈곤과 불평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돕기 위해 활동하는 시민사회단체이다.

 

ODA란 공공기관이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과 복지향상을 위해 제공하는 자금으로 국민들이 납부한 세금의 일부를 개발도상국의 사회경제적인 발전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 외교통상부 우리나라의 공적개발원조참고

 

우리단체에서는 지난해 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사업 지원으로 한국 정부가 라오스에 지원하고 있는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공적개발원조, ODA)사업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였다.
정의로운 개발원조를 위한 아시아 시민연대라는 이름으로 실시된 이 사업은 우리나라 원조의 효과성 증진을 목적으로 ODA 사업에 대해 한국시민사회가 독립적으로 실시한 최초의 평가였다.
개발협력 관련 전문가와 단체 청년활동가로 평가팀을 구성하여 2010 2월부터 국내외 문헌조사, 2차례의 라오스 현지방문조사, 관련 담당자들 인터뷰 등을 통해 약 1년간의 과정을 거쳐 “사람이 중심이 되는 원조를 위한 변화의 시나리오: 라오스 원조종합평가 보고서를 발간하였다.

라오스 원조 종합평가보고서 상세보기 바로가기(클릭)

 

보고서 발간 이후 정부와 시민사회로부터 처음으로 시도된 한국 시민사회의 원조사업 평가로 매우 신선한 시도이며 우리나라 ODA사업 평가의 새로운 영역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으며, 시민사회의 원조 평가방식에 새로운 틀을 마련하고 모니터링과 평가(M&E: Monitoring & Evaluation) 활동을 독려하는 등 한국ODA 발전을 위한 시민사회의 참여에 도전적인 변화를 만들어냈다. 

실제로 올해 초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국제연대위원회, 참여연대와 함께 시민사회단체 컨소시움을 구성하여 개발원조사업에 대한 시민사회 평가 조사방법론 개발, 한국 정부 개발협력사업 현지평가를 공동으로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여 여러 차례 워크숍을 가지기도 했다. 또 아름다운재단에서도 이 사업의 필요성과 영향력을 긍정적으로 검토한 결과 변화의시나리오 연속 사업으로 선정하여 올해에는 한국이 방글라데시에 지원한 ODA사업에 대한 평가가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ODA사업 평가가 전문가들과 정부/공공기관만 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인식이 대부분이었으며 실제로 시민사회나 민간의 참여가 매우 제한적이었다. 이처럼 제한적인 공적 영역에 시민사회가 참여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번 평가의 의미가 크지만, 더욱 가치가 있는 점은 자원활동가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헌신적인 기여를 바탕으로 추진이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평가 예산 중 일부가 아름다운재단 지원금 외에 참여한 청년활동가들의 자발적인 참가비로 마련되었다는 점은 놀라운 부분이다. 평가팀원들은 평가과정 내내 자신들이 내고 있는 세금으로 지원되는 ODA사업이 진정으로 라오스의 발전과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참여하였다.

다시, 유럽으로 날아가게 된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보고서 발간 이후에도 라오스 평가팀은 평가가 일회적으로 끝나지 않도록 그 의미를 살려낼 수 있는 후속활동에 대해 꾸준히 고민해왔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메일로 눈이 번쩍 뜨이는 소식 하나가 날아들어왔다.


영국의 국제개발협력 연구와 교육 전문 NGO INTRAC이라는 단체에서 “7th Evaluation Conference, Monitoring and evaluation: New Developments and Challengs”라는 타이틀의 M&E 국제컨퍼런스를 6월 중순에 네덜란드에서 개최한다는 것이다. 이 회의는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당면하고 있는 핵심 요소들과 도전과제에 대해 국제시민사회가 함께 공유하고 학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 INTRAC이 매년 개최하고 있으며 올해로 7번째를 맞는다.

M&E에 대한 시민사회의 새로운 이니셔티브, 접근법, 이슈와 도전과제들을 소개하여 함께 학습하는 것이 주요 목적으로 이번 7차 회의에서는 특히 한 세션에서 국제시민사회의 M&E 사례 중 대안적이고 의미 있는 베스트 사례 3개를 선정하여 발표 기회를 제공한다고 한다.  ‘대안적이고 의미 있는후속활동을 고민해오던 우리 평가팀이 도전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당시가 2월 중순이었는데 베스트 사례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3 25일까지 발표할 사례에 대한 요약본을 제출해야 했다. 이때부터 평가팀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또다시 매주 모임을 가지며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사례를 널리 알리고 피드백을 받을 기회를 향해 부지런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평가방법론을 위주로 라오스 원조종합평가 결과를 정리하여 약 2페이지짜리 요약본을 작성하여 제출하였다. 선정 결과 발표일인 4 8일이 지나도 아무 연락이 없다. 떨어졌나 싶어 문의를 해봤더니 제출한 기관이 많아 심사가 치열하여 선정이 지연되고 있단다. 우리보다 훨씬 더 역량과 경험이 풍부한 단체들이 많이 지원했을 것이란 우려 속에서도 한국 시민사회에서 처음 시도하는 것이니만큼 눈여겨봐주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놓지 않고 발표를 기다렸다. 

그러고 나서도 열흘이 지났을까. 드디어 메일 한 통이 날라온다.
이얏호!!!! 메일을 여는 순간 지른 괴성이다. 우리 단체 사례가 베스트 3개 사례 중 하나로 선정됐다고 한다. 그리고 발표 사례에 대한 원고 본문을 2000자 이내로 5 20일까지 제출하란다. 국문 2000자도 쉽지 않은데 영문으로 또 원고를 작성하라니 부담스러우면서도 내심 기분은 날아간다. 세계 여러 시민사회단체들과 공유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인데 이 정도쯤이야 싶다. 

약 한 달간 틈만 나면 모여서 원고에 들어갈 내용 구성에 대한 논의를 했다. 우리의 경험 중 무엇을 핵심 가치로 국제사회와 공유할 것인지, 그들과 함께 이야기해보고 싶은 꺼리들이 무엇인지, 이번 컨퍼런스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점은 무엇인지 등..

동시에 누가 회의에 참석해서 효과적으로 우리의 경험을 전달하고 국제사회의 경험을 배워오는 것이 좋을지, 회의참가를 위한 경비 마련은 어떻게 해야 할지 등을 고민했다. 회의준비 과정 중에 당황스러웠던 부분이 요약본 제출시에는 미처 확인을 하지 못했던 회의 참가비가 있는 것이었다. 항공료나 숙박비야 당연히 예산 부담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국내에서 개최하는 국제컨퍼런스 참가 경험을 살펴보면 우리는 참가비가 없는 것이 일반적인데 무슨 연유에서인지 INTRAC M&E 컨퍼런스는 참가자 1인당 약 60만원을 참가비로 내야 한단다. .. 이 돈을 어디서 마련하나. 

게다가 네덜란드 왕복 항공료도 만만치가 않다. 1인당 150만원 정도이다. 숙박료도 알아보니 더더욱 만만치가 않다. 회의가 6 14일부터 16일까지 3일이고, 이동하는 시간을 포함해서 앞뒤로 2일은 더 체류해야 하는데 하루 숙박비가 꽤 비싸다. 금년 사업계획시 이 네덜란드 국외 출장은 예상하지 않았던 터라 단체엔 이번 국외 출장 경비로 지출할 수 있는 예산이 없다. 첩첩 산중이다.

팀원들이 열심히 원고를 작성하는 동안 나는 예산 구하기에 머리를 싸매기 시작했다. 최소 2인이 참가한다고 해도 최소 500만원이 필요한데 대체 어디서 예산을 구하나. 의미 있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예산을 지원해줄 수 있는 기관이나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단체 내부에서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인적/물적 자원과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찬찬히 따져보기 시작했다. 몇 군데 알아보다가 안되겠다 싶어 아름다운재단을 슬쩍 들여다봤다. 이미 우리단체는 재단에서 변화의 시나리오 사업 외에도 활동가 건강검진 지원 사업, 개미스폰서 사업을 지원받았기 때문에 더 이상 지원받을 수 있는 항목이 없는 것 같아 홈페이지를 대강 보고 넘어가려고 했다. 바로 그 때 머리 속으로 어슴프레 한마디가 스쳐 지나간다. 올해부터 개미스폰서 사업의 지원 영역이 넓어지고 다양해질 예정이라는…… 올해 초 실시한 재단 사업설명회에서 들은 말이다.

그제서야 개미스폰서 사업에 대한 안내문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옳다쿠나 싶다. 2009년에 이미 지원을 받아 단체 리플렛을 만들었던 지라 당연히 다시 지원이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전년도 지원단체만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써있다. 2009년에 지원받았던 단체는 2011년 지원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당장 재단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했다. 지원이 가능하니 마감일까지 관련 서류, 지원서를 제출하라고 하신다. 얏호~~ 이게 왠 일인가…… 지원군은 바로 가까이에 있었다. (선정된다는 보장도 없으면서 우선은 엉덩이라도 비빌 언덕이 생겼다는 생각에 뛸 뜻이 기뻤다.) 회의가 있는 6월에 예산을 받아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5월 중순에 선정이 되어야 하니 4 30일이 마감일이다. 허거걱.. 이를 어쩌나. 오늘이 4 28일이다. 부리나케 지원서를 쓰기 위한 준비를 했다. 

참 고지식하게도 우리는 팀웍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지원서도 내가 혼자서 뚝딱 만들어 내지 않고 팀원들이 모두 참여해서 쓰는 것을 권장했다. 마감일을 이틀 남겨놓고도 우린 할 수 있다는 배짱을 부리며 팀원들과 공동으로 쓰기로 했다.

고집을 부린 결과는…?

결국 마감일 내에 신청 접수를 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마감일인 4 30일이 토요일이어서 금요일까지 접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몰랐다. 신용카드 대금 인출일이 주말이면 그 다음 평일에 인출되는 것이 보통이라 마감일이 주말이니 다음 업무일인 5 2일 월요일까지 도착하면 되지 않을까 했던 안일한 생각이 일을 그르친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고지식했다. 혼자서 부지런히 냈으면 됐을 텐데

5월에 다시 신청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 5월 말 접수시 선정 결과가 6 15일에 발표되는데 이 때는 이미 네덜란드로 날아가서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기간이다. 그래도 별 수 있겠나. 개인이 자부담으로 경비를 대서라도 할 일은 해야지.

그 사이 시간이 흘러 5 20일에 무사히 발표원고를 제출하고, 이제는 네덜란드로 날아갈 준비만 하면 되었다. 5월 개미스폰서 사업 신청은 마감일을 며칠이나 앞두고 여유 있게 서류를 제출했다. 결과는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회의 참가자는 팀 내에서 논의한 결과 사무국의 실무 책임자인 나와 팀원 중 주영이가 참석하기로 결정되었다. 다함께 참석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비용 부담도 크고, INTRAC에서 참가 신청자가 많아 기관당 1명만 참여하게 하는 것을 우리가 마구 졸라대 2명까지 겨우 자리를 얻은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리하여 드디어 6 12, 생전 처음으로 유럽 땅을 향해 비행기에 올라탔다. 최대한 항공료를 절약하려다 보니 모스크바를 경유해가는 러시아 항공을 이용하게 되었다. 같이 가는 주영이가 친구한테 들으니 러시아 항공사가 수화물 분실 확률이 높아 걱정이라고 하니 괜히 나도 마음이 불안해진다. 

9시간을 날아서 모스크바에 내려 경유 수속을 밟고 있던 중이다. 모스크바 공항에서도 무선 인터넷 접속이 되길래 자연스럽게 메일 확인을 위해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낯익은 분에게서 반가운 메일이 한 통 와있다. 네덜란드로 출발하기 며칠 전에 우리 라오스 종합평가보고서를 읽고 나와 평가 총괄책임자셨던 이선재 실행위원장님에게 면담을 요청하셨던 분이다. 만나자는 이유인즉슨, 현재 이 분이 캄보디아에서 기업을 운영하면서 개발협력사업에도 참여를 하고 계시는데, 우리 보고서를 읽고 배움이 많아서 본인께서 가지고 계신 고민들을 같이 나누고 싶다는 것이었다. 나와 이선재 선생님은 우리 보고서를 읽고 직접 찾아주시니 오히려 우리가 영광이다 싶어 약 2시간 동안 이분과 열띤 대화를 가졌다. 현장에서 고민하고 계시는 부분들이 우리가 작년에 평가를 하면서 가졌던 고민들과 많이 맞닿아 있어서 대화는 더욱 진솔하게 이어져갔다. 대화를 마무리하며 앞으로도 서로 관심 있게 지켜보고 응원해주는 관계로 발전할 것을 기약하고 헤어졌었다. (우리단체 정기후원자가 되어주기도 하셨다!) 

[사진설명] 현지방문조사 중 라오스 지역주민과 평가팀(맨 왼쪽 이선재님)

 

메일을 열어보자마자 나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모스크바 공항의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또 한번 소리를 질렀다. 영문을 모르는 주영에게 ~~~ 우리 복도 많다!! 완전 멋져 완전 멋져라고 연신 외쳐댔다.

메일에는 그분이 우리와 한 이야기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셔서 보고서 형식으로 보내주셨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활동에 깊이 동의하셔서 라오스 평가 후속활동으로 써달라며 후원금을 보내시겠다는 내용이 있었던 것이다.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국제사회와 경험을 공유하게 된 데 이어 후속활동에 대한 든든한 지원자가 생겼다는 것에 대한 가슴 벅찬 기쁨이었다. 그 당시의 기분은 이루어 말할 수가 없다.

출발이 이렇게 좋으니 왠지 예감이 좋다. 네덜란드에서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는 들뜬 마음으로 마침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화려한 공항에 들어섰다. 그때가 현지 시각으로 6 12일 밤 11시였다. 

[사진설명] 아머스폴트기차역앞에서

회의가 열리는 장소이자 우리가 묶을 곳은 암스테르담에서 기차로 약 1시간 더 가야 하는 아머스폴트(Amersfoort)라는 곳이다. 내가 어느새 유럽에 와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얼떨떨하여 약간은 멍한 상태로 아머스폴트로 이동하는 기차에 올라탔다. 표지판이나 안내문들이 대부분 다 영어와 네덜란드가 섞여 있어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략 때려 맞추기로 알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비행기에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데다가 8시간의 시간차로 몹시 피곤한 상태이지만 주영과 나는 각자 설렘 가득한 상태에서 밤기차의 낭만을 즐기고 있었다.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별것이 있을 줄 알았지만 깜깜한 밤이라 까맣기만 하다.

[사진설명] 좌) 아머스폴트 기차역 내부  (우) 아머스폴트 기차역 정문에서 보이는 버스정류장

 

드디어 아머스폴트에 도착했다. 깊은 밤이라 아무도 없을 줄 알았는데 젊은 남녀들이 약간의 취기가 오른 얼굴로 지나다닌다. 호텔까지 가려면 이 시간엔 택시 밖에 없다. 다행히 바로 앞에 택시 한대가 서있다. 여행가방을 끌고 택시 앞까지 가니 기사님께서 차에서 내려 손수 짐을 옮겨주신다. 매우 친절하다.

 

영어인지 네덜란드어인지 알 수 없는 발음으로 호텔이름을 대니 고개를 잠깐 갸우뚱하시더니 아~~ 거기! 하시면서 쏜살같이 호텔 앞에 우리를 내려주신다. 밤이라 정확하게 보이진 않지만 호텔 외관이 매우 편안한 느낌이다. 오늘밤은 기분 좋게, 편안하게 잘 수 있을 것 같다. 현관을 들어서니 리셉션에 아무도 없다. 너무 늦어서 그런가…… 소리하나 없이 조용하다. 오늘밤 로비에서 밤새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이 살짝 드는데, 등록 데스크 위에 아무도 없을 시 옆의 전화기를 이용해 사무실로 전화주세요라는 메시지가 써 있다. 조심스레 다이얼을 누른다. 누군가가 전화를 받더니 곧 나오겠다고 한다. 금방 한 남자 직원이 나와서 친절하게 체크인을 도와준다. …… 다행이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이 낯선 땅에서 우리가 잘 곳이 있다는 게 참으로 기쁘다.

 

방에 들어가서 씻고 대충 짐을 풀자마자 주영, 나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부터 시작될 새로운 경험에 대한 기대와 함께누구를 만나게 될지,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지, 우리 발표에 대한 국제시민사회의 의견은 무엇일지, 다른 나라 시민단체들의 M&E 평가는 어떠할지.. 무척 궁금해진다(2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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