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믿어요. 사랑, 평화 넘쳐나는 날, 그날. 빛과 사랑이 부디 함께 있어, 이곳에 우리 가슴에…….”
성악곡 ‘I believe’의 선율에 실린 정진성 테너의 목소리. 무대는 아담했지만 노랫말의 울림은 저마다의 가슴속 깊숙이 메아리쳤다. 그 자리는 바로, <반디 하모니와 함께하는 나눔 음악회>였기 때문이다. 주최는 반디 파트너 굿페이퍼에서 나눔을 싹틔운 청소년들. 음악이라는 감동 어린 소통법으로 그들은 나눔의 공감대를 한껏 쌓아올렸다. 그로써 나눔의 한 페이지를 기록하는 그들의 하모니에 저절로 희망찬 미래가 그려진다.
반디의 시작과 끝을 잇는 멜로디
지난 11월 14일 오후 3시. 인천 샘터교회에서는 나눔 교육 반디를 매듭짓는 <반디 하모니와 함께하는 나눔 음악회>가 펼쳐졌다. 분홍색하늘색 풍선이 가득한 천장 아래 서른 명 남짓 청소년과 부모님, 그리고 선생님이 관객으로 자리했다. 사회자는 당연히 굿페이퍼에서 나눔의 추억을 쌓은 남녀 청소년. 재치 있는 멘트로 그들은 웃음기 머금고 음악회의 문을 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굿페이퍼 기우진 선생님은 반딧불이로서 새삼 흐뭇했다.
“굿페이퍼는 폐지를 기부 받아 폐지 줍는 어르신을 돕는 청년과 청소년 단체고요. 반디는 재능기부단체 <소풍>의 전용배 국장님께 전해 듣고 알게 됐죠. 일단은 반디 파트너로 굿페이퍼 이름을 썼지만 청소년의 진로를 상담하는 <행진>의 윤요한 목사님까지 같이 세 단체가 컨소시엄처럼 활동할 수 있었어요. 다들 나눔을 계기로 친분을 쌓아온 사이거든요.”
그 같은 협력으로 청소년 15명이 나눔 교육에 참여하게 됐다. 청소년들은 주로 토요일에 두루 모여 나눔의 시작과 끝을 고민하며, 서서히 나눔의 주제는 정해졌다. 청소년게임중독과 분리수거배출, 두 가지. 청소년들은 7인과 8인의 두 팀으로 구분됐다. 물론, 기우진 선생님의 리드로 전반적인 활동은 함께였다.
“모금활동은 부평공원에서 진행하기로 했거든요. 때마침 인천 YWCA 나눔장터가 거기서 개장하더라고요. 저희도 요청을 드려서 자리를 확보할 수 있었어요. 장난감, 책, 옷가지 하며 개인당 25개의 잡화를 가져오기로 정했는데요. 인형탈도 쓰고 재미있게 팔았죠. 전부 17만 원 상당의 수익금을 기부할 수 있게 됐어요.”
<반디 하모니와 함께하는 나눔 음악회>는 그처럼 청소년들의 나눔 여정이 녹아있다. 그 나눔 여정을 응원하기 위해 첫 순서는 포 핸즈 피아노 연주. 재능기부하는 두 명의 연주자가 피아노에 나란히 앉아서 한 사람처럼 징글벨 메들리를 공연한다. 그야말로 나눔의 의미가 깃든 화합의 멜로디. 그들의 나눔 반주를 떠올리면 올겨울은 왠지 포근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재능기부로 행복이 넘치는 음악회
따스한 분위기의 여세를 이어서 정진성 테너가 무대에 올랐다. 그는 ‘지금 이 순간’, ‘오! 솔레미오’, 그리고 ‘I believe’까지 곡마다 희망 담고 열창했다. 그사이 그는 지구 저편에도 나눔이 절실하다는 얘기를 건넸다. 나눔에 의식이 남다른 그였다. 그래서 빠듯한 스케줄이지만 나눔을 위한 이 자리를 빛낼 수 있었다. 사실 음악회는 정진성 테너를 비롯해서 거의 재능기부와 나눔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특히 <소풍>과 <행진>은 기획부터 장소까지 내내 함께해왔다.
“지휘자 선생님도 그렇고 풍선 아트 하는 선생님도 연결돼서 재능기부로 아이들과 같이 해주셨어요. 그 과정을 통해 나눔을 주고받을 수 있어서 참 행복하더라고요.”
“나눔 교육을 확산시키는 과정인데 당연히 도와야죠. 저희 세대는 그런 교육이 없어서 한편으로 부럽기도 했는데요. 저희 아이가 좀 크면 나눔 교육을 권유해야겠더라고요.”
<소풍>의 전용배 국장님과 <행진>의 윤요한 목사님은 청소년들의 나눔을 힘껏 지지했다. 그 격려에 힘입어 청소년들은 활발한 나눔 활동을 펼쳤던 것 같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반디 활동 영상을 통해 그들의 성장을 엿볼 차례였다. 지난날을 통해 그들은 나눔을 바라보는 자세가 사뭇 달라져 있었다.
“저는 1팀 왕준호고요. 중3이에요. 처음에는 동영상 미디어로 나눔 교육을 받다가 나중에는 직접 나가서 봉사했는데요. 너무 뿌듯하더라고요. 사실 주변은 변한 게 없지만 제 마음이 달라진 것 같아요.”
“중3 전서영입니다. 저는 2팀이었는데요. 분리수거가 잘 안 되는 게 눈에 보였어요. 그래서 고민하다 나눔장터를 통해 기금을 마련할 수 있었는데요. 정말 나눔이 가깝게 느껴지더라고요. 이제는 일상에서도 소소하게 나눌 수 있어요.
나눔의 나침반 같은 하모니
어느새 음악회는 하이라이트를 맞이했다. 다름 아닌 청소년들의 합창 순서였다. 반디 활동 영상 속 대견한 청소년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섰다. 흰옷으로 상의를 통일한 그들은 두 줄로 무대에 자리를 잡았다. 합창곡은 ‘사랑이 필요한 거죠’. 연습이 모자라 서툰 면도 있지만 그들은 오롯한 감동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눈빛마다 나눔을 위한 진정성이 넘쳐났기 때문이다.
“우리가 저마다 힘에 겨운 인생의 무게로 넘어질 때, 그 순간이 바로 우리들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
청소년들의 노래가 끝났지만 잔잔한 감동의 여운이 음악회에 감돈다. 이를 딛고 윤요한 목사님이 힘차게 앞으로 나섰다. ‘비전 선포’로 대미를 장식하기 위해서였다. 청소년들은 그를 따라 한 목소리로 나눔을 다짐했다. 첫째, 나는 행복한 나눔을 이룰 놀라운 능력을 갖고 있다. 둘째, 나는 나눔으로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다. 셋째, 우리는 함께 나눔을 실천한다. 넷째, 우리는 서로 사랑한다. 기우진 선생님은 청소년들이 네 가지 소원을 온전히 간직하길 기대했다.
“반디를 통해 아이들의 마음밭이 변한 것 같거든요. 아마도 아이들이 사회문제를 해결할 때 나눔의 입장에서 생각할 거예요. 그렇게 자신의 역할과 나눔의 시작점을 찾았다는 데서 의미가 크죠. 그래서 이제는 지속적인 나눔이 필요할 것 같아요. 무엇보다 가정의 역할이 중요하겠죠.”
얼핏 봐도 객석의 부모님 역시 자녀의 나눔에 감명받은 기색이다. 청소년들의 나눔은 일회성이 아니라 생활로 이어질 것. 그 희망을 품고서 음악회는 마지막을 장식했다. 바로 종이비행기에 나눔의 의미를 써서 날리기였다. 저마다의 종이비행기가 ‘행복’, ‘사랑’, ‘배려’ 등의 따뜻한 단어를 새기고 허공을 갈랐다. 그처럼 청소년들도 이웃의 마음속을 정답게 누비리라.
나눔의 메시지로 아름다운 <반디 하모니와 함께하는 나눔 음악회>는 남녀 사회자의 인사말로 감격의 문을 닫았다.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음악회에 담긴 나눔의 여파는 어쩌면 청소년의 미래를 바꿀지도 모르겠다. 혹여 각박한 세상에 길을 헤맬 때는 지금의 하모니가 나눔의 나침반처럼 청소년들에게 기억되길 소망한다.
글 노현덕 | 사진 임다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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