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아이들은 왜 나눔교육 반디를 한 번 더 하고 싶었을까?
영하 13도~16도까지 내려가는 2018년의 겨울. 신발과 장갑을 뚫고 들어오는 추위를 견디며 낯선 사람들에게 이웃의 어려움과 문제들을 호소하며, 해결 동참을 용기 내어 독려한 사람들이 있다. 은하수(서혜원, 임하늘, 신유나), 대단하조(김재현, 고형준, 서정준, 우상원), 하트쉐어(한채린, 윤소연, 유영은, 임수안), 다음(임채정, 양준성, 김시환), 우리팀(김현수, 정유민, 정시영, 장재희), 싸댕(권현, 김강리, 김희연) 총 21명의 나눔교육 반디 6기 청소년들이다.
그 중 삼분의 일 정도 되는 청소년들은 재작년과 작년에 이어 올해도 나눔교육 반디에 참여했다. 예전에도 매섭게 찬바람이 불어 모금과 캠페인 활동을 할 때 온갖 고생을 했었다. 그런데도 다시 반디 활동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 뭘까? 어떤 경험이 그들을 다시 오게 했을까? 이번에 처음 참석하는 다른 청소년들도 이와 같은 마음이 생길까 궁금했다.
왜 나눔교육 반디를 신청하게 되었을까?
처음 참여하게 된 동기는 그리 특별하지 않았다. 부모님이 권해서, 친구가 하자고 해서, 봉사점수를 얻기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과거에 했던 반디가 재밌는 경험으로 남아서 등등이다. 나눔교육 반디 활동을 위한 첫 진입은 큰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주어진 봉사활동 프로그램에 참여하려고 한 동기가 컸기 때문일 수 있다.
하지만, 나눔교육 반디는 주변의 이웃을 살펴보고 이웃이 겪는 어려움이나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청소년이 ‘스스로’ 찾아가야 한다. 문제해결을 위해 팀원들과 협력하고 계획해야 하는 활동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청소년들이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아마도 이렇게 하는 활동인지 잘 알기 어려웠을 것이다. 알고 있었다고 해도 일부의 과정만 알지 않았을까 싶었다. ^^
좀 더 멀리보고 깊이 바라볼 수 있도록 안내자 – 반딧불이 선생님
반디 공통교육이 시작되면서, 각 모둠에서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반딧불이 선생님은 (반디6기 담당-김인숙, 박혜란, 송은옥) 청소년들이 나눔에 대해서 생각하고, 일상에서 일어나는 우리 주변의 어려움, 불편함에 대해 관심을 두도록 끊임없이 질문하기를 독려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기보다 청소년들 스스로 직접 찾아 나설 수 있게 돕기 위함이다.
반디 청소년들에게 ‘왜 그런지’ 질문하고 무엇을 위해 활동을 하고 싶고, 어떤 변화를 기대하고, 그러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 낯선 질문을 통해 기존에 고민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그런 활동을 처음 해보는 청소년들은 귀찮고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반디 활동이 진행되는 동안 ‘공통 교육 세 번만 나오고 안 하겠다. 이렇게 시간을 많이 할애해야 하는 건지 몰랐다. 힘들다.’ 등등 위기의 돌발 발언들이 나오며 반디 6기 활동을 중도에 포기할까 봐 조마조마한 마음이었다.
시선을 넓혀 주변의 어려움 발견하고, 행동하기
반디 청소년들은 공통 교육과 모둠별 활동을 하면서 지역의 다양한 문제를 발견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우리 지역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홀몸어르신들이 많이 계시는데 추운 겨울을 어떻게 보내실까, 왜 일본은 여전히 ‘일본군’위안부에 대해 사과를 하지 않을까, 소녀상이 공공 조형물로 지정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왜 사람들은 임산부 배려석 정책에 참여하지 않을까, 왜 우리 동네 골목엔 무단투기 쓰레기가 많을까 등의 질문이 생겼다. 청소년들은 다양한 질문을 통해, 우리 사회가 더 나아지기 위해서 나는 무엇을 어떻게 동참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리고 청소년들이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찾아보았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홀몸 어르신을 위해 추운 겨울에 필요한 물품 구매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모금을 하여 지역 행정센터에 전달하는 일.
우리 동네 어르신들이 좀 더 따뜻한 겨울을 나기 위해 모금 활동을 하는 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사과를 받을 수 있도록 지역 주민들에게 서명 동참을 요청하는 일.
지역의 소녀상이 공공 조형물로 지정되어 좀 더 잘 관리가 될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서명을 받으며, 피해자분들에게 좀 더 실질적인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나비기금 모금을 하는 일.
우리 동네 골목 무단투기 쓰레기 감소를 위해 지정된 배출 장소에 대한 안내와 새로 시행되는 구청 쓰레기 수거 정책에 대해 홍보하는 일.
임산부 배려석에 적극적인 동참을 요청하기 위해 지하철역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호소도 하는 일.
반디 6기 청소년들은 매서운 추위를 꿋꿋이 이겨내며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세상이 더 나아질 수 있는데 도움이 되길 바랐다.
“(이전에는 봉사활동은) 학교에서 채워야 하는 시간으로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따뜻한 마음도 느낄 수 있구나 싶습니다.”
“사람들이 기부하는 사람들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기부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전엔 학교에서 채워야 하는 시간으로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따뜻한 마음도 느낄 수 있구나 싶습니다.”
“우리나라를 위해 조금이라도 활동할 수 있어서 보람되었어요”
“쑥스러우셔서 가다가 다시 와서 넣고 가신 여성분이 계시더라고요. 조금이라도 용기를 내주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던 거 같아요. 이런 봉사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될 수 있구나 생각도 들었고 앞으로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게 될 거 같아요”
모두 수고했습니다!
두 달 간 모둠별로 양주, 여주, 군포, 서울, 광명 각자의 지역으로 흩어져 활동했던 반디 친구들에게 격려와 응원을 위해 특별한 공간에서 응원전을 했다. 헤이그라운드 지하1층에 위한 ‘체인지메이커스’가 그곳이다. 아쇼카에서 운영하며 사회 혁신가들을 위한 공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환대받는 느낌의 공간이 참 좋았다.
이번 응원전에는 작년 반디 5기에 ‘세아바’ 모둠으로 참여했던 청소년들이, 5기 이후 지속적으로 학교에서 동일한 주제로 동아리를 구성해서 활동을 이어간 이야기와 노하우들을 공유해주었다. 이후에는 반디 6기 청소년들이 모둠별로 우리가 무엇을 위해 활동을 했고, 찾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활동을 했었는지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응원전에 참석한 부모와 친구들은 반디 6기의 활동을 들으며 “일본군 ‘위안부’ 캠페인 서명활동을 하면서, 우리나라가 동일한 과오를 남겼던 베트남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나중에 성장하면 사회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요? 수입이 낮아도 괜찮은지 ” 등등 수준 높고 날카로운 질문도 던졌다.
모둠별로 인상 깊었던 질문을 했던 참석자에게는 상품으로 나눔교육 기부자인 주피터필름 주필호 대표님께서 준비한 영화티켓을 줄 수 있었다.
끝으로 지난겨울 방학 동안 나눔교육 반디를 통해서 느꼈던 점, 인상적이었던 순간들을 되짚어보며 서로 격려와 함께 활동을 마무리했다.
반디 청소년들이 자신의 바쁜 시간을 쪼개어 할애하고, 서로 고민하고 이야기하며 아이디어를 내고, 자신들이 가진 장점으로 무엇인가 만들어내고, 무엇보다 매섭게 추운 날씨를 이겨낸 올겨울 활동이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궁금하다.
인생의 걸어가는 길 위에 ‘반디’라는 아주 작은 점 하나가 어떤 색으로 그 색은 앞으로 만날 색들과 어울려 어떤 색으로 나타날까. 더 나은 세상이 만들기 위해 함께 했던 반디 6기 친구들을 응원한다. 반디 청소년의 후기로 글을 맺으려 한다.
“나눔은 사람들이랑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사람들의 입장을 생각하고 감정을 이해해야 더 효과적으로 나눔이 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