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나눔교육 반디>는 12~16세의 청소년들이 지역사회 이슈에 관심을 두고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만드는 청소년 사회참여 활동입니다. <나눔교육 반디>프로그램은 자유학기제, 방과후동아리 등 공교육 교육과정 내 프로그램 및 지역의 청소년 활동 기관들과 협력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노원구 상계권역 상계초등학교, 계상초등학교, 온곡중학교 분붐 연합 동아리 <나눔교육 반디> 활동을 함께 이끌어 주셨던 노원3교 분붐(分BOOM)연합동아리 지역사회교육전문가 3인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
“선생님, 나눔이 제 체질인가 봐요!”
노원의 한 초등학교, 지역에 나눔의 붐을 일으키자는 <분붐(分BOOM) 기획단>이 그간의 활동을 축하하는 자리를 열었다. 이들은 그동안 거리에 나가 인종차별, 성폭력, 전기절약, 학교폭력 등을 주제로 모금 캠페인을 벌였다. 벽에는 캠페인 때 사용한 팻말이 보였다.
“여자답게, 남자답게 말고 나답게!”
“100명 중 17명이 따돌림을 당했습니다.”
“인종에 따라 사람을 구분 지으면 안 돼요.”
<분붐(分BOOM) 기획단>은 계상초, 상계초, 온곡중 학생 35명이 모인 연합 동아리이다. 나이도, 학교도 다른 이들의 유일한 공통점은 한 동네에 산다는 것. 권보람 씨(상계초 지역사회교육전문가)는 이들에게 이웃을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저는 지역사회교육전문가예요. 학교에서 청소년의 교육격차를 해소하고 교육적 성장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좋은 교육만큼 아이들에게 좋은 지역 관계망을 만들어 주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계상초, 상계초, 온곡중은 버스 한 정거장 차이로 붙어있다. 하지만 동아리 활동이 없었다면 학교 담장 밖에서 누군가와 관계 맺을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학생들이 학교 안팎에서 서로 반갑게 인사하는 친구가 생기는 건 지역 안의 안전망이 생기는 것과 같다. 그녀는 연합 동아리의 활동으로 <나눔교육 반디>로 선택한 이유가 있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받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나도 나눌 수 있는 존재라는 걸 발견하는 교육을 하고 싶었어요. 그때 아름다운재단에서 하는 <나눔교육 반디>를 알게 됐죠.”
“선생님 이거 제 체질인가 봐요!”
예상은 적중했다. 나눔 교육 시간의 학생들은 학급 안에서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하우희 씨(온곡중 지역사회교육전문가)는 ‘뭐든지 OK’ 하는 마음으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길에서 모금 캠페인을 하는데 한 아이가 ‘선생님 이거 제 체질인가 봐요!’라고 하더라고요. 내가 무언가 잘할 수 있다는 걸 발견한 것만으로도 대단하잖아요. 교실 안에서도 어렵던 일이 <나눔교육 반디>에서는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가능했어요.”
무엇보다 학생들의 표정이 바뀌었다. 표정윤 씨(계상초 지역사회교육전문가) 역시 “다른 눈빛을 봤다”라고 말했다.
“기억에 남는 건 ‘성폭력 예방 캠페인’이에요. 관련 시민단체를 섭외하기 위해서 학생들이 우리나라에 있는 反성폭력 시민단체에는 다 전화한 거 같아요. 워낙 이슈일 때라 다 바쁘시더라고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섭외했어요. 다행히 한국여성민우회에서 이야기 나눠주셔서 학생들이 성폭력 문제의 현실을 많이 알게 됐죠. 자기가 찾아서 공부한 걸 길에 나가 사람들한테 알리니까 더 자랑스러워하더라고요. 설명할 때도 당당했고요. 평소에는 내성적인 아이도 씩씩했어요.”
학생들이 反성폭력 캠페인 문구를 스스로 만드는 과정이 쉽진 않았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함께 있다 보니 배경지식의 차이도 있었고, 서로 모르는 것도 많았다. 하지만 덕분에 질문이 많이 나왔고, 공부도 많이 했다. 결국 학생들은 “여자다움, 남자다움”이라는 남녀에 대한 차별적 인식이 성폭력으로 이어진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교실에서 듣기만 하는 교육하고는 달라요. 학생들이 주도하고 실천하니까 저절로 생각하는 힘이 길러지더라고요.”
시민들 반응도 따뜻했다. 한 시민은 캠페인 내용에 동의한다며 음료 5캔을 선물했다. 모금함이 없던 날에도 자발적으로 모금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렇게 모금한 205,850원 중 132,300원을 한국여성민우회와 푸른나무청소년폭력예방재단에 기부했다. 나머지는 상계5동 독거어르신들에게 핫팩으로 전달했다. 모두 학생들 스스로 일궈낸 나눔이다.
“실패해도 괜찮아, 뭐든지 OK”
권보람 씨(상계초 지역사회교육전문가)는 <나눔교육 반디>를 “실패해도 괜찮아, 뭐든지 OK하는 교육”이라고 말했다.
“실패해도 괜찮아, 뭐든지 OK하는 마음으로 아이들 활동을 지켜보라고 반디 선생님이 말했어요. 실패하면 실패하도록 지켜보라고요. 처음에는 ‘이렇게 해도 돼요?’라고 묻던 아이들이 점점 질문하지 않고도 알아서 하더라고요. 정답이 아닐까 두려운 마음이 사라지니까 자신감이 생긴 거예요.”
어른을 향하던 질문이 참여하는 학생 개개인에게 돌아오니 교실에 활력이 생겼다. 세 명의 교사는 <나눔교육 반디> 2년 만에 생긴 이 변화가 놀랍다. 학생들은 막힐 때마다 주저앉는 게 아니라 질문하며 새로운 길을 찾았다. 그들이 녹록지 않은 학교의 교육 현실에도 불구하고 입을 모아 <나눔교육 반디>를 추천하는 이유다.
글 우민정 | 사진 조재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