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나눔교육은 청소년이 스스로 사회문제를 찾아, 계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변화에 동참할 수 있도록 구성된 교육 프로그램입니다. 지역과 상관없이 청소년 누구나 나눔교육을 통해 사회에 목소리를 내고 참여를 할 수 있도록 지역의 비영리단체 [반디 파트너]와 함께 합니다. 2019년에는 15개 반디 파트너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제주 동부종합사회복지관]에서 활동하고 있는 나눔기자단 청소년들의 활동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나눔기자단 청소년들은 제주도에 사는 주민으로서 어떤 고민을 하며 나눔활동을 했을까요? |
육지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놀러오고 싶은 지역 성산, 외부에서 보여지는 성산은 세계자연유산인 성산일출봉을 비롯하여, 최근에는 관광객들로부터 한국의 우유니라 불리우는 광치기해변까지 최고의 자연 경관을 갖고 있는 지역이다. 이런 관광특수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 또한 그저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제주에 살아가는 청소년들은 육지를 선망하며 살아간다. 인터넷으로 접하는 문화가 제주에서 접하기에는 물리적 거리가 상당히 차이가 있기에 제주에서 살아가는 것을 답답하게 여긴다. 그래서 육지에 올라가는 일을 매우 소망한다. 속된 말로 한 아이는 “제주에서 탈출해서 살아가고 싶다” 라고 말하기도 한다. 육지에서는 오히려 제주를 못와서 안달인데, 제주에서는 탈출하고 싶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 하지 않나?
나 또한 육지 출신으로 제주에 온 지 3년차가 되었다. 제주의 낭만을 바라보고 온 입장에서 제주의 청소년들을 만나니 한편으로는 부끄럽기만 하다. 제주의 청소년들과 함께 한지 이제 약 9개월. 오랜 기간은 아니지만, 짧은 기간 동안 나눔기자단이라는 활동을 함께 해왔다. 나눔기자단은 자신들의 삶에 연관되어있는 주제를 찾아 지역 속에서 주민들과 관계를 맺으며 공익실현을 위한 활동을 하는 동아리다. 기자단 청소년들을 통해 일상을 조금 엿보게 되었다.
오늘 한 번만 버스 찍어줄 수 있어?
자신들의 일상 중 가장 가까운 일상이 바로 등하교다. 나눔기자단 청소년들이 살고 있는 성산읍은 14개리로 구성된 마을로 해안 직선 거리로만 약 20km 이상 거리가 있는 지역이다. 14개리에서 중학교는 단 두 곳, 신상중학교와 성산중학교다. 실제 일주도로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산간지역 안쪽으로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 또한 적지 않은 편이다.
여기서 오는 문제는 시내버스 노선이 있지 않은 산간지역의 학생들은 등학교 문제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육지의 경우 밀집 지역에 학교가 있기에 도보로 등하교가 되는 곳이 비교적 많지만, 제주도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욱 많다.
이에 나눔기자단 청소년들은 지난 10월부터 친구들의 교통 현황을 알아보기 위해 교내에서 캠페인을 진행하였었다. 친구들이 교통비로 얼마나 쓰고 있는지, 그리고 통학 방법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조사하였다. 대다수 학생들이 교통비를 월 4만원 이상 지출하고 있었고, 부모님의 등교 지원을 받는 친구들도 적지 않게 있었다. 이것은 곧 혼자 힘으로 등교하기에는 어려운 조건이 있다는 말이 될 수 있었다.
“친구들하고 버스 타다보면은 가끔씩 친구들이 버스 한 번 찍어달라고 하는데, 그 일이 비일비재하다보면, 그것도 부담이 될 때가 있어요.”
설문조사가 이렇게 나오자 나눔기자단 청소년은 본격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고민하기 시작했다.교통비 지원과 관련하여 조사하고 찾다보니, 적어도 우리 마을의 일이라면, 이 일이 우리 마을에서 해결될 수 있었으면 했다. 제주도 자체에서는 농어촌지역의 고등학생을 위한 교통비 지원 조례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 사실에 ‘의무교육인 중학생도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가졌지만, 중학생은 해당되지 않았다. 의무교육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당시 나눔기자단 청소년들이 제주도청 관련부처를 찾아가 사실을 확인하고 질문하니 “중학교는 고등학교에 비해서 학교수가 많고, 거주지와 인접해 있어서 지원을 안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지역 주민으로서 제안합니다
나눔기자단 청소년들은 포기하지 않고 성산읍사무소에 찾아가 읍장님과 함께 의견을 나누었다. 읍장님에게 ‘중학생 등하교 문제’에 공감을 받아 성산읍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서 중학생들을 위한 교통비 지원 사업에 대해 제안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당시 김한영 공동위원장은 “오늘은 학생으로서 온 것이 아니라, 지역에 함께 사는 성산읍주민으로서 학생 복지를 위한 의견을 제시하기 위해 참석한 학생들이니, 위원님들 모두 진지하게 경청해주시고 질의를 부탁드립니다.” 라고 이야기했다. 이하늘 학생은 “등하교에 어려워하는 친구들을 위해 마을에서 어려운 친구들만을 위해서라도 교통비를 지원해서 친구들이 교통비 걱정 없이 학교를 다녔으면 좋겠습니다.” 라며 중학생 교통의 어려움에 대해서 이야기를 전하였다.
이 날 이후 성산읍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서는 중학생 교통비 지원에 대해 필요함을 공감하였으며, 성산읍에 거주하고 있는 중학생 중 취약계층에 있는 학생들 중심으로 우선 교통비를 지원하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훗날 내부 재 논의가 있어 교통비의 지원을 성산읍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서 오리온재단으로 바뀌었지만 나눔기자단 학생들 덕분에 2019년에는 교통취약계층 31명의 학생들에게 우선적으로 월 25,000원을 지원 받을 수 있도록 하게 되었다. 나눔기자단 청소년들은 자신의 어려움에서 머무르지 않고, 이 문제를 지역에 사는 주민으로서 제안하고 또 다른 주민들과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행동했다.
“교통비 지원을 받는 친구들이 누군지는 알 수 없으나, 그래도 우리학교에서 함께 다니고 있는 친구들 중에 어려운 친구들이라도 우선적으로 교통비를 지원받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아리 활동이 나를 위한 활동일 수도 있지만, 나를 위한 활동이 더 어려운 누군가를 돕기 위한 활동으로 할 수 있어서 뿌듯했습니다. 나중에 언젠가는 성산중학교 전교생에게 교통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래봅니다.” – 나눔기자단 이하늘
유기동물도 생명입니다
제주도 내 또 다른 이슈 중에 하나는 반려동물이다. 마을 곳곳에 떠돌아 다니는 유기동물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은 매우 컸다. 제주도에 있는 유기동물 중 적지 않은 비율이 관광객이 여행으로 함께 왔다 버리고 가는 동물이 있다.
무엇보다 제주도는 렌트카가 활성화되어 관광시즌인 7~8월이 되면 전국 교통사고율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로드킬 또한 빈번하게 발생하기 마련이다. 길거리에서 흔하게 보는 유기동물에 대한 보호에 대한 고민을 해보았지만, 지속적으로 책임지고 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
“동물도 생명인데, 사람들이 동물을 쉽게 버리는 것 같아요. 적어도 자기가 키우겠다고 한 번 생각을 했으면 가족 같이 생각을 해야하는데, 너무 무책임하게 버리는 사람들의 행동이 실망스러울 때가 많아요. 동물에 대한 생각을 달리해서, 동물도 똑같은 생명으로 함께 존중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 나눔기자단 김세현
그래서 나눔기자단 청소년들은 우선 유기동물의 심각성을 알릴 수 있는 자료를 만들어 배포하기로 하였다. 한림지역의 한 유기동물 보호소를 찾아가 현황조사부터 시작했다. 이 곳은 공공시설이 아닌, 개인이 운영하는 시설로 한 시설에서만 약 140마리의 유기동물을 보호하고 있었다.
2018년에는 70마리였지만 2019년에 2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나눔기자단 청소년들은 이날 유기동물이 머물고 있는 보호소 청소와 함께 유기동물과 시간을 보내며 동물보호의 필요성을 더욱 느끼고, 이를 카드뉴스로 만들어 지역사회에 배포하였다.
우리가 버린 쓰레기, 우리 밥상으로 올라온다
최근 제주도는 난개발로 인하여 크게 몸살을 앓고 있다. 그 중 가장 이슈가 됬던 것 중에 하나는 바로 제2공항이었고, 이와 관련된 것으로는 비자림로에 무분별하게 잘려진 숲이었다. 제주공항에서 성산까지 이어지는 가장 빠른 길로, 제2공항의 당사자 지역은 바로 성산이다. 당장에는 청소년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이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되지만, 10년 후만 생각해도 이 학생들이 곧 이 지역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문제였다.
“제2공항 개발로 인한 제주도 환경파괴 문제도 심각하지만, 무분별한 플라스틱 사용으로 인하여 제주도에 버려지는 쓰레기문제 또한 심각하고, 이는 우리도 쓰고 있는 문제이기에, 우리가 더 나설 수 있는 것부터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 나눔기자단 최수안
“실제 플라스틱 사용 후 바다로 버려지게 되면, 이것들이 다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하게 되는데, 이를 먹이로 착각하고 먹은 물고기들을 우리 인간이 어획하여 시장에 다시 내보내게 됩니다. 이는 곧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이 우리 밥상으로 다시 올라오게 되는 것이지요.”
– 나눔기자단 이하늘
나눔기자단 청소년들은 사는 지역에 환경 문제의 당사자로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논의한 결과 공항과 관련된 일도 좋지만, 당장 우리 삶의 환경개선 운동부터 시작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왔다. 제주도 내 일회용품 사용에 활용에 대해 조사를 시작하였다. 성산읍 내에만 존재하고 있는 카페 76개, 이곳에서 하루 10개의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면 1일 760개의 컵이 사용되어지며, 30일 기준 약 22,000여개의 플라스틱이 버려지는 현실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위험성을 알리고자 다양한 방법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고, 청소년들은 보틀과 피켓, 그리고 뱃지 제작 등을 통해 지역주민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일회용기 사용의 위험성을 알리며 캠페인을 진행하기로 했다. 1인 국민 커피 소비량을 조사하여 연간 이용하는 플라스틱 컵을 유추 하여 500이라는 상징적인 메시지를 담아, 보틀 사용의 효과성을 알렸다. 이 과정에서 지역의 카페도 협조를 받아 플라스틱컵 대신에 보틀 나눔에 함께 동참해주었으며 보틀의 활용도를 높이고자 하였다.
뿐만 아니라, 지구 온난화로 인한 빙하 상실의 위험성을 알리고자 북극곰과 빙하의 줄어듦을 표현한 뱃지를 만들어 이를 나누고자 하였습니다. 나눔기자단 청소년들은 은 성산일출봉에서 진행하는 환경캠페인을 비롯하여 성산중 전교생의 1인 1보틀 실천 캠페인, 서귀포 희망복지박람회에서의 나눔 캠페인 등 적극적인 환경 캠페인 실천 운동을 하며 플라스틱 사용 근절을 메시지를 전했다.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가?
삶을 살아갈 때 가치를 고민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는 누구에게나 존재하였는가? 우리 내 사회에서 청소년의 학업 일상 속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에 대해서 함께 고민하고 논의될 수 있는 기회는 언제였던가?
입시와 성적이라는 개인의 문제를 떠나 내가 사는 지역에서 나는 과연 어떤 삶을 살아가고자 하며, 나는 우리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하고자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았다. 나눔기자단 학생들은 매주 복지관에 방문하며 자기 삶의 중요한 가치에 대해서 직간접적으로 고민하였다. 이 일은 우리의 동아리 활동을 하고자 하는 이유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가 하는 일이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했다. 이를 하기 위해서는 자기 삶의 중요한 가치에 대한 고민이 필요했고, 이 가치는 앞으로 활동의 결정 기준이 되었다.
함께 학교다니는 친구들 중 어려운 친구를 돕기 위한 교통비 지원 캠페인, 우리동네에 흔히 보이는 유기동물의 공존을 위한 캠페인, 제주도의 맑은 환경을 지키고 멀리나아가서는 지구 환경보존을 위한 캠페인 등, 학생들 삶을 둘러싼 각종 공익을 위한 캠페인이었다.
청소년들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 위해서는 지역에서 청소년의 존재는 지역주민으로서 존재를 하는 것인지, 아니면 학생으로만 존재를 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했다. 함께 살아가는 지역주민으로서 청소년 또한 지역에 기여를 할 수 있음을 전하고자 하였다. 이는 개인의 고민 그 이상으로 모두에게 해당 될 수 있는 주제였다. 나를 위함과 동시에 우리를 위한 일로서 지역에 기여하며 살 수 있도록 하고자 함이었다.
나눔이라 것이 물질적 나눔도 있지만, 우리 사는 사회를 위해, 모두 함께 노력해야하는 중요한 가치를 전달하고, 함께 동참할 수 있도록 메시지를 전하는 것 또한 나눔의 일환이었음을 학생들은 활동을 마치며 느끼게 되었다. 동아리 활동마저도 경쟁과 스펙으로 변질되고 있는 요즘의 활동에서 자신이 사는 지역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하고, 지역주민으로서 기여할 수 있는 고민하며 살아가는 주체적인 청소년이 되기 위해 앞으로도 나눔기자단의 활동은 우리 사는 사회의 공익 실현을 위한 할 수 있는 일을 함께 하는 활동으로 이어 나가고자 한다.
“나눔기자단 활동을 하면서 나눔이 정말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던 계기였던 것 같다.”
– 나눔기자단 김세현
“매주 1회 이상 저녁에 복지관에 모여 활동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지역사회에 전달할 수 있었고, 또 우리 스스로가 지역사회를 위해 직접 실천하고 활동하는 것이 정말 큰 의미로 다가왔다. 고등학생 때도 이렇게 주체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면,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꾸준하게 활동을 해보고 싶다.”
– 나눔기자단 이하늘
글, 사진 ㅣ동부종합사회복지관 김동광
성산
아이들 스스로 지역사회의 문제점을 찾고 해결방안을 모색해 나가는 면이 참 기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