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은 사업명에 드러나듯이 공익단체의 활동에 ‘스폰서’가 되기위한 지원사업입니다. 시민사회의 시의성있는 단기 프로젝트 지원을 위해 다양한 사업들이 펼쳐지고 있는데요. 2020년 6월 ‘스폰서 지원사업’의 선정단체인 부산반빈곤센터에서 활동한 내용을 전해드립니다. |
📢 아래 활동은 코로나19 방역수칙과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지키며 진행되었습니다.
부산반빈곤센터는 아름다운재단의 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을 통해 지난 7월부터 11월까지 사업을 펼쳤습니다. 1) 기초생활보장 상담사 양성 스터디, 2) 비수급 빈곤층 현장상담, 3) 제도개선 캠페인 및 기자회견, 4) 권리찾기 교육으로 나누어서 진행되었고요. 8월 중순에 부산에도 갑자기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져서 사업 기간이 좀 더 길어지게 되었습니다.
비수급 빈곤층 현장상담 이야기
코로나19로 인해 당초 현장에서 직접 대면상담을 하려던 것을 전화상담으로 바꾸고, 거리캠페인을 할 수 없기에 전화상담을 홍보하기 위한 지하철 포스터 작업 등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전화위복이라고 할까요? 오히려 그 덕에 더 많은 분이 상담을 의뢰하시게 되었어요! 9월 초에 2인 1조로 조를 나누어서 부산도시철도의 주요 30개역에 포스터를 붙였습니다. 포스터를 붙인 바로 그 날 부터 끊임없이 전화벨이 울렸답니다. 얼마나 많은 분이 코로나 시대에 복지사각지대에 내몰려 있는지 실감이 났습니다. 때로는 제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고, 때로는 해결이 안 될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하기 위해 전화를 거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상담을 의뢰했던 주민 중에 실질적인 가족관계 해체로 인해서 전혀 부양을 받고 있지 못하지만, 서류상의 부양의무자들로 인해서 기초수급을 받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놓인 분이 있었습니다. 주거실태도 열악했고 최근 실직해서 삶의 의욕이 많이 떨어져 있었는데 저희의 상담으로 몰랐던 제도를 알게 되어 당장의 어려움을 해결하기도 했답니다. 이분이 처음 오셨을 때는 너무나 우울한 표정이셨는데 이제는 형편이 좀 나아졌고 실직으로 인한 고민도 덜었다며 늘 웃는 얼굴로 사무실을 찾아오십니다.
그 외에 특별히 큰 도움을 드린 게 아닌데도 상담 후에 많은 것을 얻어 간다고 환하게 웃으시며 나서는 주민들 얼굴을 보며 보람을 느꼈습니다. 물론, 삶의 무게에 너무나 괴로워하며 눈물을 지으시는데도 현 제도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산적한 문제들도 많았습니다. 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은 끝났지만, 이후에도 상담은 계속 이어갈 것입니다. 상담결과들을 잘 분석해서 올바른 제도개선을 위한 자료로 쓸 예정입니다.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들이 오롯이 국회와 정부에 닿을 때까지!
기초생활보장 상담사 양성스터디 / 권리찾기 교육
현장상담과 더불어 기초생활보장제도에 대한 상담사를 양성하기 위한 스터디와 사례회의도 충실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스터디에는 4~5명의 활동가들이 꾸준히 집중도 높게 참석해주셨습니다. 인원이 적고 스터디식으로 진행되다보니 일방향의 강의식 교육보다 훨씬 더 전달력도 높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다양한 질문이 오고가며 다소 어려운 개념과 용어들도 눈높이에 맞게 서로 소통하며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3회의 스터디만으로는 부족해서 이어서 상담사례회의를 통해서 보충해 나갔는데요. 활동가들이 단지 앎으로만 그치지 않고 제도개선을 위한 기자회견에도 참석하게 되었고, 캠페인에도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10월 8일과 14일, 그리고 11월 8일 세 차례의 권리찾기 교육이 있었습니다. 코로나19에도 권리찾기 교육에 많은 분이 관심을 갖고 참석해주셨습니다.
첫 번째 주제는 ‘빈민운동의 역사와 주민조직화’로 동학농민운동과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 한국전쟁 이후의 이촌향도와 피란민촌에서의 삶, 7~80년대 민주화 이전 엄혹했던 시절의 운동들, 그리고 민주화와 더불어 88올림픽 시기에 번성했던 빈민운동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주민운동까지 파란만장한 한국 역사 속에서 빈민(주민)들은 어떤 역동을 겪고 주체적으로 일어서왔는지 근 한 세기를 관통하며 압축적으로 듣고 보니 마지막 소감나눔 때에는 참여자들 모두 감동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두 번째 주제는 ‘토지와 부동산 그리고 빈곤문제’ 였는데 이 날도 매우 높은 관심도로 많은 분이 참석해 주셨습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토지와 부동산을 둘러싼 불로소득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 하는 주제에 대해서 매우 전문적이지만 알기쉽게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세 번째 주제는 ‘노동과 빈곤’으로 왜 노동할수록 가난해지는가? 라는 주제에 대해서 어떤 정해진 답보다는 참가자들이 모두 동일한 발언권으로 토론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세 가지 주제 모두 너무나 좋은 주제이고 관심도도 높았지만 한편으로는, 애초 목표대로 당사자들을 대상으로 폭넓게 대중교육을 진행하지는 못해서 아쉬웠습니다. 기초생활보장제도나 수급권을 주제로 정말 당사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내용으로 진행하고자 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횟수가 축소된 것뿐만 아니라 대상도 축소되어 단체 회원과 관심 있는 시민들 위주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차후에는 더욱 더 면밀한 계획과 방식으로 눈높이에 맞게 시도하려고 합니다.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위한 기자회견
2020년 프로젝트의 목표는 의료급여에 있어서도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기 위해서 사각지대를 찾아내고 여론을 환기하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20년 8월 10일,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2021~2023)이 발표되었지만, 결국 의료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은 폐지되지 않았습니다. 병원비 부담으로 인해서 예방적 의료를 충분히 할 수 없는 빈곤층들은 만성질환을 겪기 쉽고 또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채로 중증에 빠지기도 쉽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보편적 의료를 보장받을 권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는 모두 느끼고 있습니다. 의료급여를 포함하여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한 사각지대의 사례들은 정말 다양하고 많았습니다. 또 코로나로 인한 연쇄적인 실업과 빈곤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재난과 감염병은 결코 공평하지 않았다는 것을 실감하는 5개월이었습니다.
2022년까지 생계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전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기긴 했지만, 이걸로는 너무 부족한거죠. 특히나 노인분들의 경우는, 기초연금만큼 생계급여가 삭감되기 때문에 이런 완화는 체감하기가 어렵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의료급여는 꼭 보장됐으면 좋겠다고 많은 분이 이야기를 하십니다. 그러나, 여전히 현장의 목소리들은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비수급 빈곤층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현재 기초수급을 받고 있지만 생활이 너무나 어렵다고 저에게 와서 눈물 흘리는 분들도 많이 만났습니다. 우리 삶은 점점 더 힘들어지는데 돌파구는 없는 것일까요?
2020년 7월 27일,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 논의에 앞서 가난한 이들의 삶을 위해서 의료급여에서도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해달라고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시기적으로 맞지 않아 당사자들의 사례를 다루진 못했으나 이 문제에 공감하는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을 모아내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지역일간지에 보도가 되기도 했고요. ‘부양의무자’ 이슈 관련해서는 언제든 다시 뭉칠 겁니다! 당사자들이 자기 권리를 찾기 위해 권리를 인식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상담과 캠페인, 교육활동을 이러가려고 합니다.
아름다운재단 덕분에 이룬 작은 변화는 ‘우리 동네에 문턱 낮은 상담소가 있다’는 것을 알린 것입니다. 주민센터에 갈 용기가 없거나 위축되어 이것저것 잘 묻지 못하던 주민들이 선뜻 센터의 문을 밀고 들어오시게 됐다는 점이죠. 어쩌면 큰 변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코로나 상황에서도 분명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오히려 이전과 다른 시도를 하면서 더 좋은 결과를 얻기도 했습니다. 여건을 핑계대기보다는 지금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은 무엇인지, 큰 변화가 아니라 우리가 이룰 수 있는 작은 변화는 무엇이 있는지 계속 고민하는 것이 중요함을 깨달았습니다. 어쩌면 눈앞에 큰 절망이 놓인 것 같기도 하지만, 곧 지나갈 겁니다.
우리 함께 지치지 말고 뚜벅뚜벅 걸어 나가 보아요!
💾[사업 발간물 다운로드] 부산반빈곤센터 – 기초생활보장상담사 양성 스터디 자료집
[사업 글/사진 – 부산반빈곤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