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은 공익활동을 하고자 하는 시민모임, 풀뿌리단체, 시민사회단체를 지원합니다. 특히 성패를 넘어 시범적이고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지원함으로써 공익활동의 다양성 확대를 꾀합니다. ‘2020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에서 어떤 활동들이 진행되는지 그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
<노동, 인권, 우리가 사는 세상> 책 읽기, 글쓰기 모임
한국의 노동환경은 열악합니다. 많은 이들이 낮은 임금을 받으며 위험하고 힘든 일을 하지만 이런 경우가 워낙 흔해서 관행처럼 당연시됩니다. 현실이 사람들의 생각을 만들지만, 사람들의 생각이 현실을 바꾸기도 합니다. 현실을 개선할 작은 단초가 되기를 바라며 양산 웅산지역에서 노동과 인권에 대한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글을 쓰는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읽다 : 독서모임
‘노동, 인권, 세상’을 주제어로 삼아 책을 선정하고 매달 독서모임을 했습니다. 전태일 평전, 실격당한 이들을 위한 변론 등 한국의 노동인권을 돌아볼 수 있는 책부터 자본주의 바로 알기,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등 노동이 이루어지는 세상에 대한 책도 읽었습니다.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누군가의 고통과 고민, 선한 의지를 알게 되었고 세상에 대해 배웠습니다. 참여자들은 독서모임에서 삶의 체험을 나누었고 이는 책의 이론을 입체적이고 풍성하게 해주었습니다. 한 권의 책이 가진 힘이 얼마나 큰지 새삼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모임진행은 주로 사업담당자인 제가 맡았습니다. 저는 사람들 앞에서 수줍음을 타는 편이라 사전에 질문지를 만들어두었다가 모임때 활용했습니다. 모임 진행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제가 부족한 부분은 참여자분들이 넘치도록 채워주셨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시각으로 책을 읽습니다. 같은 책을 읽어도 주목하는 부분은 다릅니다. 독서모임을 하며 다른 사람의 입장을 배우고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듣다 : 주제강연
선정도서의 주제에 대해 오랫동안 고심해온 분들을 초청해 강연을 들었습니다. 강연은 해당 주제를 색다른 관점에서 보게 해주었습니다. ‘그의 기쁨과 슬픔’(쌍용차 노조의 투쟁과정을 담은 책)을 읽은 달에는 쌍차노동자 문기주님을 초청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문기주님은 옥쇄파업 때 갖은 고생을 겪으며 사측과 투쟁했고, 송전탑에 올라 추운 겨울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문기주님이 투박한 말투로 들려준 인생 이야기는 강연장에 있던 모두의 가슴을 울렸습니다. 책에 나왔던 내용이 내가 아는 사람의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쓰다 : 글쓰기
글쓰기로 그 가슴속에 쌓인 답답함을 털어놓는 것은 마치 숨을 쉬는 것과 같다.
생명은 이렇게 해서 자기표현으로 자라나는 것이다. -이오덕
사람은 누구나 자기표현의 욕구가 있습니다. 글쓰기로 억눌러둔 것을 표현하면서 활기를 되찾습니다. 스스로를 돌아보며 삶의 경험을 차곡차곡 갈무리합니다. 노동인권 독서모임인 만큼 사람들은 자신의 노동경험을 되돌아본 글을 자주 썼습니다. 노동은 삶의 중심에 있을 수밖에 없기에 글에서는 일의 슬픔과 기쁨, 한국 사회의 모순, 살아가는 일의 고단함이 생생하게 묻어났습니다. 노동경험이 많지 않은 저는 사람들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마음으로 일해왔는지 잘 몰랐습니다. 열악한 노동환경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려 애썼던 분들이 존경스러웠습니다. 참여자들의 글을 읽으며 한명 한명이 진지하게, 최선을 다해 각자의 삶을 살아왔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꾸준히 글쓰기를 한 분들은 모임 후반부로 갈수록 글이 좋아졌습니다.
나누다 : 카페운영과 문집출간
네이버 카페를 만들어 소통창구로 사용했습니다. 독서모임과 강연 녹취정리, 회원들의 글 등을 카페에 업로드했습니다.
<노동, 인권, 세상>독서모임 1년의 기록을 모아 문집을 출간했습니다. 참여자들이 쓴 글, 강연녹취, 독서모임 기록을 담았습니다. 참여자들과 후원회원, 지역 단체에 배부하여 <노동, 인권, 세상>독서모임 홍보에 사용할 예정입니다.
한국의 노동환경은 같은 경제규모의 유럽 국가들보다 훨씬 열악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노동조건조차 이전 세대 수많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고 투쟁하며 얻어낸 것입니다. 한명한명 노동자의 염원이 결집해 현실을 조금씩 개선해왔습니다. 우리는 2020년에 총 14번의 모임을 했습니다. 바쁜 일상을 쪼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참여자들의 모습에 제게는 참 멋있어 보였습니다. 이러한 활동들 또한 큰 변화를 만들어내는 작은 변화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서 있는 자리에서 꾸준히 이어가는 활동의 힘을 믿으며 내년에도 <노동, 인권, 세상> 글쓰기 모임을 진행할 것입니다.
글 | 정우석(웅상노동인권센터)
양산 웅상지역의 노동상담소에서 노동상담, 노동인권 글쓰기 모임등의 활동을 합니다.
시간을 내서 매일같이 글을 쓰려 합니다. 제가 하는 활동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지역사회를 만드는 데 보탬이 됐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