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은 공익활동을 하고자 하는 시민모임, 풀뿌리단체, 시민사회단체를 지원합니다. 특히 성패를 넘어 시범적이고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지원함으로써 공익활동의 다양성 확대를 꾀합니다. ‘2020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에서 어떤 활동들이 진행되는지 그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이란?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은 남성도 함께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취지로 모인 페미니즘 단체입니다. 2017년 페미니즘 독서모임으로 시작해 2018년 활동모임으로 전환하여 반(反)사이버성폭력 캠페인, 성폭력 2차가해 규탄 집회, 남성성 세미나 등을 개최했습니다.
페미니즘은 가부장적이고 여성혐오적인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남성이 페미니즘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의 저자 벨 훅스는 페미니즘이 “성차별주의와 그에 근거한 착취, 억압을 종식시키는 운동” 이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인구 절반을 이루는 남성이 기존 성차별에 동조하고 방관해서는 이 문제를 개선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은 남성이 가지고 있는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해소하고 더 많은 남성이 페미니즘을 공부, 실천하여 성평등의 동반자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남성 페미니스트를 찾는 계기
지금까지 남성은 가부장제 사회의 조력자 혹은 방관자였고 페미니즘은 남성과 동떨어진 일이라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지난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 활동과 연구조사 자료 등을 통해 알아본 결과, 많은 남성들이 페미니즘을 접하지 못해서, 접하더라도 어떻게 활동해야 좋을지 알지 못해서 활동을 주저하고 있었습니다.
페미니즘 실천에 뛰어든 남성 페미니스트는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여성의 목소리를 가릴까 봐, 자신이 페미니즘 활동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그 모습을 드러내는 데에 소극적이었습니다.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은 현재 남성들이 페미니즘적인 실천으로 움직이기 위해선 이렇게 숨겨진 남성 페미니스트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남성 페미니스트를 발견하고, 이야기하고, 연결하다
이렇게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은 남성 페미니스트를 발견하고, 이야기하고, 연결하기 위한 인터뷰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그동안 남성 페미니스트들은 어떻게 페미니즘을 접하고, 이해하고, 실천해왔을까요? 그리고 페미니즘을 실천하면서 겪은 어려움은 무엇이었을까요?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은 12명의 페미니스트들을 만나 그들의 경험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차별을 인지하는 ‘열쇠’로 받아들인 그들은 일상생활에서부터 차별을 발견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어떤 페미니스트는 남성적인 문화에서 벗어나기 위해 존댓말을 사용하고, 어떤 페미니스트는 머리를 기른 뒤 화장을 했습니다. 또 어떤 페미니스트는 주변 사람들의 성차별적인 발언을 저지하기도 하고, 어떤 페미니스트는 시위에 나섰습니다. 이렇듯 일상에서부터 시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실천을 보고 현재 남성 페미니스트들의 활동이 가벼운 실천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편 남성 페미니스트가 가장 고민했던 건 본인의 태도가 바뀌었을지라도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남성성은 그대로라는 점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남성 페미니스트들이 활동에 수동적으로 임하거나 활동의 책임을 기피하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몸에 체득되고 요구되는 남성성을 인지하고 자신의 사회적 위치로부터 가용할 수 있는 대응을 모색했습니다.
어떤 남성 페미니스트는 남성이라서 누구보다 쉽게 남성들의 문화를 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남성이란 위치가 단지 페미니즘 실천에 걸림돌이 아니라 새로운 실천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남성 페미니스트는 남성 내부의 성적 소수자를 가시화하여 남성성 안에 차이를 만들었습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가부장제 사회의 젠더 관계를 공고히 하는 요소입니다. 하지만 남성이라고 늘 이성애자 남성, 시스젠더 남성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때 남성 페미니스트는 자신들의 성소수성을 드러내어 사회에서 요구하는 남성성에 균열을 내려 노력했습니다. 남성 페미니스트와의 인터뷰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남성 페미니스트의 경험과 고충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는 앞으로 남성이자 페미니즘 실천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이 될 수 있도록 인터뷰 자료집으로 제작했습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남성과함께하는페미니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는 페미니스트들에게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고 전하고 싶었습니다. “2020 남성 페미니스트를 찾아서” 집담회를 통해 각자의 자리에서 분투하고 있는 페미니스트를 초대했습니다.
코로나 시국이라 고립감이 더욱 심해질 수 있었던 지난 2020년. 이렇게 한자리에 모여 서로를 확인하고 활동의 어려움을 공유했습니다. 또 어떻게 하면 보다 평등한 공동체를 함께 만들 수 있을지 논의했습니다.
서로를 다독이고 연결하는 건 단순히 서로의 안부를 전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의 활동을 다짐하게 되는 활력이 됩니다.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은 이에 그치지 않고 지금까지의 고민을 받아 안으며 남성들이 페미니즘에 진입할 수 있는 문턱을 낮추고, 남성 페미니스트들의 실천을 북돋기를 멈추지 않겠습니다.
글 :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