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은 사업명에 드러나듯이 공익단체의 활동에 ‘스폰서’가 되기위한 지원사업입니다. 시민사회의 시의성있는 단기 프로젝트 지원을 위해 다양한 사업들이 펼쳐지고 있는데요. 2020년 9월 ‘스폰서 지원사업’의 선정단체인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에서 활동한 내용을 전해드립니다. |
📢 아래 활동은 코로나19 방역수칙과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지키며 진행되었습니다.
9월 15일. 아름다운재단 홈페이지에서 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에 선정되었다는 결과를 확인한 후, 기쁨과 함께 부담이 밀려왔다. 기후위기와 방사능 재난을 함께 다루는 팟캐스트 콘텐츠와 유튜브용 영상 콘텐츠를 함께 만들겠다는 시도는 할 일은 많고 성과는 나기 힘든 부담스러운 과업임에 분명했다. 잘 해 낼 수 있을지. 그러나, 함께 하기로 한 분들의 의지와 역량을 믿고, 또 사회적으로 지금 꼭 필요한 일이라는 사명감을 붙잡고 뛰어보기로 했다.
진행자로 영입된 고이나님과 김선철님, 그리고 2-3명의 진행팀원이 여러 차례 함께 만나서 기획 내용부터 대본구성까지 합을 맞추어나갔다. 오랫동안 시민방사능 감시 활동을 하면서 핵 문제를 다루는 블로거로 활약해오신 고이나님과 미국 대학교수라는 선망의 직장을 버리고 기후정의운동을 하기 위해 영주귀국한 사회학자 김선철 박사는 사회적인 체면(?)에도 불구하고 오직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 코믹한 이미지를 마다하지 않았다. 두 분의 귀여운 캐릭터 형성을 위해 곰 모자를 맞춰주었다. 그런데, 곰 모자를 쓰고 찍은 사진을 담은 웹 포스터를 보고 두 분은 적잖이 충격을 받은 듯 했다.
첫 번째 어려움은 초대손님들의 스케줄이었다. 워낙 바쁘고 유명하신 분들이라 스케쥴 맞추기가 어려웠다. 첫회 출연자는 무조건 조천호 박사님이어야 하는데, 9월말에 이미 10월말까지 스케쥴이 꽉 차 있고, 11월에도 오전 시간밖에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결국 진행자들과 겨우 시간을 맞추어, 11월4일 오전에 첫 녹화를 할 수 있었다. 첫 녹화는 설렘과 긴장 속에서 진행되었다. 진행자들도 녹화 직전까지 원고를 고치고 연습을 하면서 첫 녹화에 임했다. 곰 모자를 쓰고 짱구 가면을 쓰고 하는 미니꽁트에도 특별히 신경을 썼다. 고이나 김선철 두 분의 놀라운 연기력에 모든 스탭들은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 조천호 박사와의 대담은 긴장 속에서 진행되어 좀 어색하기도 했지만, 두 진행자의 살신성인급 막춤은 스튜디오를 뒤집어놓았고, 또 알만한 시청자들을 뒤집어놓기에 충분했다. 스탭으로 참여한 김영준 뮤지션의 음악 ‘황금알을 낳던 거위’가 두 분의 댄스 배경음악으로 프로그램의 재미와 코믹함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첫회 콘텐츠는 성공적이었다. 조회수는 그리 높지 않았지만, ‘기후위기에 대한 개괄적 설명을 담은 콘텐츠 중에서 최고’라는 평이 이어졌다. 조천호 박사도 만족감을 표했다. 두 분 진행자와 스탭들은 이때부터 공동운명체가 되었다.
콘텐츠 제작 중인 남태제 전문위원(PD) (좌측)과 1회차 제작 후 조천호 박사와 출연진 등(우측)
2회차 녹화는 오랫동안 방사능 위험 문제를 탐구해오신 재야의 고수 박찬호 선생을 모시고 생활 속 방사능 문제를 중심으로 진행했다. 같은 날, 그린피스의 장마리 활동가와 함께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방류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두 분과의 대담은 팟캐스트에는 한 회분으로 묶어서 올리고, 유튜브 영상은 각각 독립적인 콘텐츠로 제작하여 업로드했다. 이날 고이나님은 직접 수제 비건 쿠키와 빵을 구워오셔서 스탭들과 나누어먹고, 출연자인 장마리 활동가에게 선물로 주셨다. 장마리 활동가는 과자 상자를 선물받고 감동을 받아 울 뻔 했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백했다. ‘불타는 지구’는 위안과 격려, 사랑으로 움직이는 동료애의 장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사회의 진정한 변화는 이런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게 아닐까.
3회차 김해동 교수님과의 녹화는 충격 그 자체였다. 우리가 알고 있는 기후위기의 실체와 에너지전환이 해결책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여지없이 깨지는 시간이었다. 우리가 느낀 충격과 깨달음을 시민들과 나누고 싶었다. 김해동 교수 대담 편은 예상대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생태계의 파괴를 도외시하는 듯한 그동안의 에너지전환 담론에 문제의식을 느끼던 사람들이 적극적인 지지를 표해왔다. 새롭게 형성되기 시작한 기후정의운동에 우리의 콘텐츠가 기폭제가 되는 느낌이었다. 앞으로 우리가 해 나가야 할 방향이 보이는 듯 했다. 4회차 녹화까지 우리는 내달렸다. 한병섭 소장과 이상홍 국장, 두 분은 원자력 문제의 현장에서 오랫동안 만나왔던 분들이다. 반갑게 재회해서 거침없는 이야기마당을 펼쳤다. 그리고, 핵공학자와 환경운동가의 놀라운 의견일치가 일어났다. ‘핵 폐기물은 답이 없다’는.
4회차 녹화가 끝난 12월 초순. 코로나19 3차유행이 본격화되면서 더 이상의 녹화가 불가능한 상황에 부닥치게 되었다. 우리는 아쉽지만 5,6회차 프로그램을 연기하고 재정비 후 시즌2를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이제 ‘불타는 지구’는 질적 전환을 모색해야 될 때라는 것을 우리는 공감하고 있었다. 작은 불씨처럼 던져졌던 ‘불타는 지구’ 기획은 이제 장기적으로 자기의 길을 걸어나가야 할 운명 앞에 섰다. 이 작은 시작이 언젠가는 사회변화에 큰 발판이 되리라.
글/사진 –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 불타는 지구 팟캐스트 링크
<1회> 2도 상승은 파국, 서울이 바닷속에 잠길 수 있다! 희망은 있을까? – 조천호 박사에게 듣는 기후위기의 실체와 희망의 조건
<2회> 바나나 먹을 때 CT찍을 때도 방사능에 피폭된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우리도 위험한가?
<3회> 우리가 몰랐던 기후위기의 비밀, 기상학자 김해동의 기후위기 X파일 대공개!
<4회> 충격! 핵공학자와 환경운동가의 의견일치 – 핵폐기물 처리방법 없다, 이제 어쩔건가?
🎬 불타는 지구 유튜브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