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는 지속가능한 사회발전을 위한 주요한 동력으로, 사회의 다양한 문제해결, 정부의 공공재 공급의 보충적 역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권리의 옹호, 공론장과 사회적 자본 창출 등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나 대부분 비영리기반의 시민사회단체 공익활동가들은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공익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이들의 소진을 예방하는 지원이 필요합니다. 공익활동가 쉼 지원사업은 활동과 삶의 조화를 위한 쉼 활동 지원을 통해 지속가능한 공익활동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지원사업입니다.

이 글은 2020 공익활동가쉼지원사업에 선정되어 활동한 (사)월드투게더 김유미님의 후기입니다.

“네 안의 목소리를 들어봐”

처음엔 전혀 예상하지도 계획하지도 않았습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국제개발협력 NGO에서 일하게 될지. 그저 마음이 끌리는 대로 선택하고 결정하며 기꺼이 비행기에 오르기를 여러 해가 지나고 서울 본부에서 일한 시간이 어느덧 훌쩍 4년이 지나가던 때였습니다.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그래서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해 기꺼이 기여하겠다고 외친지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이 일의 의미는 무엇일까? 내가 정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있을까 고민하며 혼란스러운 시간 속에서 답 없는 답을 찾으려 고군분투하는 순간이 찾아왔을 때. 그 누구에게도 감사나 인정을 바란 적은 없었지만 혼자만 애쓰고 발버둥 치는 것 같아 외로웠던 그때, 하나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답 없는 답은 저의 내면에만 있다는 것을 깨닫고, 저에게 쉼을 선물해 주기로 했습니다. 기관을 그만 두기로 했냐고요? 허허허허. 아닙니다. 내 안의 소리를 찾기 위한 새롭고 창조적인 쉼이라는 선물이죠. 그 선물로 제가 선택한 것은 나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따로 떼어 놓기였습니다. 늦잠을 자거나, TV를 봐도 영혼의 쉼을 경험할 수 없었던 저는 저만의 시간을 발레와 보컬 트레이닝으로 꾸미기로 했습니다!

몸에 촥 맞는 발레복을 입고 일요일마다 발레 연습실로 향했던 첫날이 떠오르네요. 화려한 발레복을 입은 사람들 사이에 어리둥절했던 저의 모습. 왠지 배우지 않아도 한 번에 잘할 것만 같았던 저는 스트레칭부터 엄청 애를 먹었더랬죠. 한편으로는 ‘내가 이만큼 내 몸을 아껴주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오랜만의 운동으로 근육이 당길 때는 괜히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레오타드를 입고 스타킹을 신고 연습하는 것은 자신의 몸을 더 잘 관찰하기 위함이라는데요, 1분 반에 세수하고 이동하기 바빴던 저는 일주일에 한 번씩 아주 꼼꼼히도 제 몸을 관찰하는 기회를 가졌답니다. 자꾸 보다보니 어느덧 사랑스럽게도 느껴지더라고요. 자꾸 보면 좋아하게 된다더니, 자신에게도 적용되는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죠.

발레수강 사진

사진 김유미  /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른 인원수 및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여 촬영하였습니다.

 

업무 외에 무엇인가를 나를 위해 정기적으로 해 보는 것이 어색해서, 처음에는 일요일마다 발레 연습실에 가는 것이 또 하나의 업무로 여겨졌던 적도 있었어요. 하하하하하. 하지만, 하루, 나를 위한 시간이 나에게 생기와 에너지를 주고, 이는 제가 더 창조적으로 빠르게 업무 처리를 할 수 있도록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느끼고는 저의 최애 시간이 되었답니다. 왕초보반이었던 저는 클래식 발레반에서 저와 나누는 몸과의 대화를 이어가고 있어요. 이제 발레는 저와 함께 하는 친구가 되었죠.

너 자신을 찾아봐!

창조성과 예술성이 나의 일상에 즐거운 자극이 될 것으로 생각한 저는 또 하나의 선택을 합니다. 바로 보컬 트레이닝!! 현직 뮤지컬 배우로부터 트레이닝 받는 일주일에 단 한 번의 이 시간은 예술가와의 밀착된 만남만으로도 저에게 영감을 주었답니다. ‘노래를 잘 하면 나의 마음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했던 저는 뜻밖의 경험을 하게 됩니다. 자작곡이라는.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노래 3곡을 만들었어요. 다시 들어봐도 쑥스럽지만, 동시에 뿌듯하고,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답니다.

보컬 트레이닝 사진

사진 김유미  /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른 인원수 및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여 촬영하였습니다.

 

어떠세요? 이 정도면 저 자신에게 선물한 최고의 선물이라도 해도 손색이 없겠죠?

“취미가뭐예요?”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저는 당황하고 쑥스러워하지 않고 “발레랑 노래 부르기요.”이렇게 대답하려고 합니다. 취미란, 자신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주고, 나를 사랑하는 방법 아닌가요?

저를 아끼는 연습을 6개월 동안 하면서 업무 효율도 늘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상쾌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우리 일상의 여러 조각들도 하나 하나의 개별적인 것이 아닌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몸을 움직이며 나 자신과 대화하고, 나의 중심으로부터 퍼져 나온 나의 소리를 들으면서 나를 알아가는 순간이 내 일상 전체에 활기를 준다는 것을 몸으로, 마음으로 체험했기 때문이죠. 공익활동가 쉼 지원사업이 저에게 안겨준 발레, 노래라는 취미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발레는 이제 저의 절친으로 계속해서 저와 동행할 거고요, 저의 생각과 경험을 담은 음원을 발매 할 계획이에요. 제가 잊어버릴 즈음, 저를 다시 한번 토닥여줄 또 하나의 영혼의 쉼을 위해서랍니다.

글 : 사)월드투게더 김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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