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아름다운재단의 든든한 대들보이자 기부문화연구소의 튼튼한 디딤돌이기도 한 전현경 실장님. 오는 10월 23일 우리나라 기부문화연구의 대표브랜드, <제13회 기부문화심포지엄 기빙코리아 2013>(이하 기빙코리아)를 앞두고 시간을 촘촘히 쪼개 쓰는 그녀가 인터뷰를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주었습니다. 기빙코리아를 만난지 어느덧 10년. 특히 올해는 A부터Z까지 그녀의 손을 거치는 터라 감회가 더욱 남다를 것 같은데요, 전현경 실장님과 기빙코리아의 이야기는 마치 한 편의 소설 같았습니다.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 전현경 실장

 1장 : 그렇게 기빙코리아가 내 품으로 뛰어들어왔다.

“제가 재단이 생긴지 3년째 되던 해(2003년)에 들어왔어요. 그때만 해도 연구교육 사업은 재단 간사들조차도 사이드에 있는 사업이라고 다들 생각했었어요. 명맥을 유지하지만 큰 의미가 안 보이는 사업이었죠.”

2003년 재단 입사 첫 해. 뭔가 반항아 포스가 느껴지네요

 

“그러다 제가 국장할 때가 아름다운재단 10주년이었는데 재단 평가 작업을 했었어요. 외부 사람들에게 아름다운재단 사업 중에서 인지도가 높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걸 고르라고 했는데 내부 평가와는 달리 연구교육(기빙코리아)이랑 희망가게 브랜드 인지도가 굉장히 높게 나왔어요. 그때 되게 깊이 느꼈어요. 조직적 케어가 없었는데도 사업 담당자의 개인적 사명이 높았던 거예요.”

“제가 계속 아름다운재단에서 일을 하면 이쪽 일을 하면 좋겠다…생각을 했었어요. 나도 평생 무슨 일을 할 건지 생각해야 되잖아요. 이게 필요하겠다…생각했었어요. 그러다 재작년부터는 연구교육 쪽 팀장하고 담당을 했으니까 전담한지는 3년? 그런데 실제로 제가 실무를 이렇게 만지면서 하는 건 처음이에요. 그동안은 가이드만 하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저만 남는 사태가…그치만 독점하겠다 생각은 아니었어~ ^^;;”

<기빙코리아 2012> 행사장에서 – 많이 달라졌나요? ^^;;

2장 : 나의 자부심. 사랑스런 <기빙코리아>

기빙코리아처럼 기부 지수를 주기적으로 조사해 발표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4군데 밖에 없어요. 일본이 시작한지 3년 밖에 안돼요. 데이터는 찾으려면 얼마든지 있어요. 각 나라 통계청에서 가계소비지출 조사할 때 기부를 얼마했냐는 자료는 있지만 인덱스 형태로 발간해서 해외 배송까지 하는 곳은 몇 군데 없어요. 그래서 한국이 기부를 하는 나라로서 해외, 미국이나 영국 쪽에서도 인지도를 조사하면 무척 높게 나와요. 일본이 기부를 더 많이 할 수는 있지만 볼 수 있는 자료가 없잖아요. 우리는 노출하고 있기 때문에 인지를 하고 있는 거죠.”

2001년부터 시작된 <기빙코리아>는 명실공히 우리나라 기부문화연구의 대표브랜드입니다. 사진은 2010년 10주년을 맞은 기빙코리아 행사장.

 

2006년부터 정부에서 기부문화지수를 갖춰야겠다고 접근했을 때도 아무것도 없지 않고 뭐라도 있었던거죠. 그래서 원활하게 진행되기도 했고. 또 기부금품법, 조세특례법 등 민감한 문제에서 기빙코리아 데이터를 가지고 기부 선진국으로 가려면 멀었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거니까요. 그런 측면에서 훌륭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해요.”

“얼마 전 조선일보에서 비영리단체 인지도 조사를 했는데 아름다운재단이 전문가 대상 인지도 2위를 했거든요. 전문가 인지도는 분명 기빙코리아 역할이 클거다 하면서 혼자 기뻐했어요. 완전 뿌듯해요.”

“연구를 하다보면 실무경험이 주는 배포가 있어요. 연구교육은 현장경험을 했던 사람이 하는게 맞는 것 같아요.”

3장 : 어쩔 수 없는 아쉬움과 한계. 하지만 주는 쪽도, 받는 쪽도 한층 성숙하기 위한 ‘성장통’

“올해는 기업기부지수가 발표돼요. 기업기부와 관련된 담론의 역사가 있어요.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라고 해서 기업의 평판을 높여서 이미지 제고에 도움을 준다, 매출에 도움이 될거다 라고 했는데 지난 10년간 실제로 해 온 기업들은 해외도 마찬가지인데 검증했는데 아무런 효과가 없었어요. 그렇다면 최소한 기업이 여론상 위기에 처했을 때 어떤 식의 방패막이 될 수 있는가. 그것도 안 된 거에요. 아무리 진정성 있는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기업도 CEO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 아무 소용이 없는 거에요.”

기업 내부 가치와 외부성과를 함께 높이는 사회공헌 프레임워크를 제시한 <기빙코리아 2011>

 

“그래서 나온게 CSV(Creating Shared Value)예요. 가치공유. 이를 위해선 기업사회공헌의 포지션이 완전 달라져야 돼요. 특별팀처럼 두면 안 되고 기획조정실 자체에 들어가서 사회공헌활동이 기업의 핵심전략에 들어가야 돼요. 그럴려면 우리 재단 같이 모금 관련 단체가 돈을 받아서 집행하는 것으로 가면 안돼요. 기부문화관련 연구소가 들어가서 컨설팅을 해줘야 되는 건데, 사장님들의 생각도 안 바뀌고 있고 어정쩡한 상황이 되고 있는거죠. 저는 기업의 단순기부가 금방 사라질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오래 갈 것 같아요.” 

“올해 기빙코리아는 1부 2부로 나눠서 1부는 기업기부, 2부는 기업문화예술기부지수가 발표돼요. 기업문화예술기부지수는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작년에 했었지만 신뢰도가 너무 낮았어요. 올해 아름다운재단이 문화예술위원회와 함께 조사해 발표하는 결과를 아트기빙인덱스 원년으로 해야죠.”

우리나라 기업문화예술기부지수의 원년이 될 <기빙코리아 2013>

 

“그런데 우리가 조사해보니 문화예술분야는 기업 입장에서 상당히 효과적인데 정작 단체들이 후원해주는 기업을 배려하고 후원받은 사실을 알리는데 소극적인 마인드가 있어요. 심층조사를 하는 이유는 기업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이렇게 접근하라는 것을 문화예술단체들이 알았으면 해서예요.”

4장 : 기빙코리아, 더 높이 더 멀리 더 오래 지속되기 위하여

“우리 연구가 쉬운 언어라 대중적으로 좋은 점은 있는데 우리끼리의 고민은 실제로 인덱스라고 했을 때 한계점, 취약점이 많은 거에요.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은데…경제학자들이 인덱스를 한번 손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요.”

“사랑이 심리학이고 심리학을 과학이라고 이야기하잖아요? 기부 역시 마찬가지예요.”

 

“또 하나는 앞으로도 이런 규모로 갈거냐하는 고민이에요. 사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기빙인덱스를 하고 싶어해요. 모금 관련 우리나라 대표 기관이니까. 그런데 <기빙코리아>브랜드를 우리가 갖고 있잖아요. 아름다운재단이 갖고 있어서 아름다운재단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기빙인덱스가 어떻게 돼야하나를 생각했을 때 예산이나 이런게 안정적이다 하면 기빙인덱스를 몇 개 기관이 같이 한다던가 기부통계연구소를 만들어서 넘겨줄 수도 있어요. 모든 기관에서 할 수는 없잖아요. 결국 연합체 형태로 키울 수 밖에 없는데 그게 가능할지…한 3년 정도 두고 봐야죠.”

에필로그

전현경 실장님은 기빙코리아에 기부문화연구소 운영, 기부문화총서 발간, 제도개선 관련 연구, 매달 비영리 뉴스레터 발간, 틈틈이 취재요청에 강의까지…빡빡하다못해 빼곡한 일정을 소화합니다. 하지만 주말은 물론 평일 퇴근 후에도 자신이 사랑하는 라틴댄스를 열심히 추고, 동호회 활동에도 열심인 그녀. 삶을 진심으로 즐기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아가는 누구보다도 ‘멋있는’ 인생 선배입니다.

전날 무리하신 가운데서도 열정적인 인터뷰를 함께 해 주신 전현경 실장님, 고맙습니다!

 

싱싱한 생선 뛰듯 펄쩍펄쩍 튀어 오른 현경 실장님의 육성을 그대로 들려드릴 수 없어서 너무 아쉽습니다. 글로 쓰는 인터뷰라 어쩔 수 없이 읽기 편하시도록 조금 정리를 했는데요, 늘 생동감이 넘치는 현경 실장님이 있어서 우리나라 기부문화도 싱싱하게 자라날거라 생각합니다 ^^   

 

 

댓글 3

  1. ‘펄쩍펄쩍 뛰는 물고기와 같이’ 라는 표현이 실감나네요. 전현경 실장님 멋지십니다.

  2. 기빙코리아와 재단의 연구 사업 때문에 아름다운재단에서 일하는 저는 뿌듯합니다. 현경 실장님 조금만 더 수고해 주세요. 다다음주 열릴 기빙코리아도 파이팅, 빠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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