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시작이다.”
“우리동네지역아동센터 어린이 작가들 파이팅!”
“결과공유회에 참여한 모든 기관 축하드려요.”
지난 12월 12일, <2020 아동청소년 문화지원사업 “문화와 룰루라라” 결과공유회>가 온라인에서 열렸다. 유튜브 화면에 박혜진 아나운서가 나와 시작을 알리자 실시간 채팅창이 활발해졌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직접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온라인으로 달래려는 듯 반가운 인사가 쏟아졌다.
지난 1년간, <아동청소년 문화지원사업 “문화와 룰루라라”>를 통해 전국에서 문화 활동을 펼쳐온 아동복지시설은 40개 소. 파티플랜, 다듬이, 의상 디자인, 어반 스케치, 천 아트 등 올해도 다양한 장르의 활동이 펼쳐졌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단순히 문화 활동을 즐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역 사회와 나누는 일을 적극적으로 해왔다는 점이다. 이번 공유회에서는 이러한 1년의 과정을 영상으로 담아 공유했다. 덕분에 활동 현장의 모습과 참여 아동, 청소년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만날 수 있었다.
영상으로 만난 2020년의 “문화와 룰루라라”
발표의 시작을 연 경기도 안산의 “우리동네지역아동센터”는 작가가 된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줬다. 블라블라, 엘프, 당근맨 등 아이들이 직접 필명을 정하고, 만들고 싶은 책을 기획하고 작업했다. 함께 활동했던 한어진 씨(12, 우리동네지역아동센터)는 “인터넷에 치면 제 이름이 나올까봐 너무 재밌고 좋다”며 작가가 된 설렘을 전했다.
이들은 지금 출판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도 준비 중이다. 책을 창작하는 과정은 글쓰기, 그림, 편집 등 그 자체로 종합 예술을 습득하는 과정이었지만, 무엇보다 남은 건 누군가와 내가 창작품을 나눈다는 감각이다. 차무연 씨(13, 우리동네지역아동센터)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쌀의 일상에 관한 책을 창작했는데, 자신보다 어린 “유치원 아이들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요리를 통해 나눔 활동을 한 팀도 있다. 경기도 안양의 만안종합사회복지관 ‘식토리’ 팀은 건강한 식습관을 배우기 위해 직접 식재료를 만지고 먹을 음식을 만들었다. 함께 만든 레몬청을 지역의 어르신들과 나누는 활동도 했다. 서미현 복지사는 “그동안 친구들이 바우처 카드로 주로 편의점에서 인스턴트를 사 먹는데, 야채를 직접 만지고 조리하며 다른 선택지가 있다는 걸 배우는 계기가 되었다”고 전했다. 코로나의 여파로 계획했던 산촌 체험은 못 했지만, 지역 사회에서 나눔을 경험하며 더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제주의 해바라기 지역아동센터는 어반 스케치를 통해 살던 동네의 모습을 재발견하는 시간을 가졌다. 박미란 센터장은 “진로 때문에 육지로 떠나는 아이들이 많다”라며 그림을 통해 자연스럽게 지역에 대한 추억을 만들고 자부심을 키우는 활동을 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그린 제주 풍경은 2021년 달력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마지막 발표는 충청지역아동센터의 다듬이 소리로 채워졌다. “87세 어르신과 최연소 9살 어린이가 78세의 나이 차를 극복하고 음악으로 하나 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고성용 센터장은 “아이들이 할머니 정을 느끼는 기회”였다며 문화예술이 단순히 기술 연마하는 과정이 아니라 관계 맺는 새로운 방식임을 말했다.
랜선으로 보낸 응원과 지지
발표에 이어 투표가 시작됐다. 참여한 사람들이 직접 가장 마음에 와닿은 기관의 발표를 투표를 통해 뽑았다. 투표 결과가 집계되는 동안 이벤트도 진행됐다. 그중에서도 아름다운재단, 문화와룰루라라로 진행된 다행시 짓기 이벤트는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참여자들은 그간 활동의 의미를 담은 다행시를 채팅창에 올렸다.
“아: 름다운 동행이었어요
름: 늠름한 아동들이 동행했어요.
다: 같이 힘을 모았어요
운: 좋게 날씨도 좋았습니다.
동: 행하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알게 됐습니다.
행: 복한 문화와 룰루라라로 아동들이 성장했습니다.”
“아: 이들과 함께 하는
름: (음)식을 통해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었고
다: 문화가정 비다문화가정 모두가 함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운: 명처럼 만난 친구들이
재: 잘재잘 소통하며
단: 단해질 수 있었던 우리의 좌충우돌 식토리 파이팅”
시상은 유튜브 생중계와 동시에 ZOOM 화상채팅으로 진행됐다. 취향저격상, 베스트팀워크상, 소확행상, 위기극복상 등 독창적인 이름이 돋보이는 상들이 전해졌다. 마스크를 쓰고 한자리에 모인 해바라기아동센터 참여자들은 다른 기관이 수상할 때마다 책상 위로 올라가 다 같이 춤을 추며 기쁨을 표현했다. 다른 참여자들도 시상할 때마다 손을 흔들며 축하 인사를 전했다. 채팅창에도 축하의 인사가 올라왔다. 각자의 자리에서 지지와 응원으로 연결되는 순간이었다.
2020년 코로나의 여파로 활동에 제약이 생겼지만, 많은 기관이 그 어려움을 새로운 기회로 만들었다. 그 기회 속에서 올해도 참여 아동, 청소년들은 배우고 자랐다. 이를 증명하듯 랜선 결과 공유회에 참가한 아동, 청소년들의 표정이 한껏 밝았다. 2021년 이들의 문화 활동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글 ㅣ 우민정, 사진 ㅣ 크레파스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