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산재보상사각지대해소지원사업’은 산재보상 사각지대의 문제 그리고 그로부터 비롯되는 사회문제에 대한 인식을 확대하기 위해 토크콘서트, 토론회, 캠페인 등 다양한 사업을 기획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로 인해 기존 방식의 사업을 진행할 수 없었기에 사업 방향을 전환해서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은 늘 같은 고민을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더 직설적으로, ‘어떻게 하면 콘텐츠에 더 많은 사람들의 클릭과 라이크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여부가 늘 고민입니다.
산재, 너무 어렵나요?
이 사업에서 콘텐츠를 기획하면서 첫 번째로 마주한 문제는 ‘산업재해와 산재보험’이 생소하고 낯선데다가 어렵기 까지 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우리는 나와 가까운 사람들의 이야기에 공감합니다. 하지만 산업재해는 나와는 상관없는 어려운 이야기, 뉴스에서 나오는 큰 사고로만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 고민에 대한 답을 가까운 곳에서 찾고자 했습니다. ‘오늘 버스에서 내 옆자리에 앉아 있었던 바로 그 사람이 일하다 다칠 수 있고, 그 사람이 겪은 문제를 나도 맞닥뜨릴 수 있다’는 생각이 바로 출발점이었습니다.
먼저 2019년, 2020년 지원사업을 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봤습니다. 산업재해를 경험했던 사람들 저마다 특별한 사연이 있습니다. 하지만 산재 보상을 받는 과정에서 그들의 이야기는 ‘평범하게 흔히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 치부되어 은폐되거나 특별한 관심도, 지원도 받지 못합니다.
하나의 큰 사고가 일어나기 전 29개의 작은 사고가 있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기 전 300개의 잠재적 징후들이 일어난다는 하인리히의 법칙이 있습니다. 이미 발생한 산재사고에 무관심 할 때 더 많은, 더 큰 산재 사고를 키우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산재보험을 경험했던 사람들 ‘개인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방법을 통해 산재보험 제도, 혹은 구조의 문제를 보여주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이렇게 ‘산재보험, 더 쉬워져야 더 많이 품을 수 있다’라는 메세지를 담은 다섯 개의 동영상 시리즈 ‘산재, 그 후’가 탄생되었습니다.
1. 누구나 쉽게 신청할 수 있도록
2. 온전히 치료에만 집중할 수 있게
3. 신청부담은 줄이고 보장성은 높이고
4. 사업주가 먼저 권유하는 시대가 될 수 있게
5. 산재 종결 이후에도 인간답게 살 수 있게
인스타에 콘텐츠 태우기
두 번째 고민은 ‘산업재해’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콘텐츠를 기획하는 입장에서 이는 상당한 마이너스가 아닐 수 없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인이 산재를 경험하기 전에는 산재에 관심이 없습니다. 설령 산재를 겪더라도 산재에 대한 인식이나 정보가 없기 때문에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곤 합니다. 이 고민을 풀기 위해 우리는 젊은 직장인 구독자가 많은 인스타 채널과 함께 콘텐츠를 기획하기로 했습니다.
빠듯한 일정과 비용 등의 문제로 난항을 겪던 차에 20만 팔로워가 있는 ‘삼우실’ 팀과 논의가 시작되었고, 마침 삼우실도 산재에 대한 콘텐츠를 고민하고 있었던 터라 이후 콘텐츠 기획이 수월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직장인 팔로워가 많은 삼우실의 계정 특성을 고려해서 일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만한 ‘산업재해와 산재보험에 대한 일반 정보’를 전달하고, 이와 동시에 산업재해를 겪는 사람들이 우리 곁에 존재하는 보통의 노동자라는 점을 웹툰 3편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산재’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 본 경험이 있을법한 이야기로 만들어 인스타에 소개했을 때 많은 직장인들은 폭풍 반응을 보였습니다. 각 회마다 많은 댓글과 질문들이 달렸습니다. 이런 반응을 지켜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런 콘텐츠를 필요로 한다는 확신도 갖게 되었습니다. (참고글 : 인스타툰으로 보는 청년노동자들의 산재이야기)
콘텐츠를 통해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까요?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어려운 숙제를 푸는 일 같습니다. 전하고 싶은 말은 참 많지만 매력적으로 다듬어야 하고, 적절한 콘텐츠 채널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선보여야 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항상 강박적으로 놓치지 않는 키워드는 바로 변화입니다. 아름다운재단이 지원 사업을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니까요.
바랍니다. 산재를 겪고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산재라는 인식도 하지 못하던 분들이 ‘혹시 이것도 산업재해일까?’라는 물음표로 시작해 실질적인 보장을 받을 수 있기를, ‘산재보험은 보편적 사회보장이 되어야 한다!’는 느낌표가 모여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까지 품을 수 있도록 제도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기를. 그렇게 우리가 만든 콘텐츠가 물음표와 느낌표를 많이 만들어 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