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후레터는 세상을 바꾸고 있는 사람들이 숨을 후~후 불며 쉴 수 있도록, 변화의 증거를 전해드리는 뉴스레터입니다. 매달 주목할 만한, 또 시의성 있는 이슈에 맞춰,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소개해드릴 거예요. 첫 번째 레터에서는 ‘지금’ 필요한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
플라스틱이 밀려온다, 방앗간을 짓자!
집 앞에 쓰레기를 내다버리러 갈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요. 줄인다고 줄여도, 어마어마하게 쌓인 ‘플라스틱 산’을 마주하거든요. 플라스틱은 같은 소재끼리 모아 선별해야만 재활용이 되기 때문에, 실제 재활용 비율은 낮은 편이예요.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 대부분은 매립되거나 소각된다는 거죠.
‘아 그럼 재활용이 다 무슨 소용이냐!’ 하실 수 있지만 세상은 조금씩 바뀌고 있어요. 제품이나 포장재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에 대한 재활용 의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률이 개정되고 있죠. 단번에 찾아온 변화는 아닙니다.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제로웨이스트, 리사이클링으로 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들이 이뤄지고 있죠. 그 가운데에는 서울환경운동연합 이동이 팀장이 있습니다.
‘컵라면은 재활용이 되나요?’ ‘집에서 버리는 테이크아웃컵을 버리면 재활용이 되나요?’와 같은 일상 속 재활용에 대한 의문점을 해소해주는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고, 환경 이슈만을 다루는 뉴스레터 ‘위클리어스’, 플라스틱을 재가공해서 제품으로 만드는 ‘플라스틱 방앗간’도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매년, 지치지도 않고 도전하세요?’라고 묻자 ‘재밌는 일이 생기면 너무 해보고 싶어요!’라고 답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6,000명의 참새가 신청한 방앗간의 저력은 무엇일까요?
Q. 언제나처럼 바쁘시죠? 홍대 입구에서 ‘플라스틱 방앗간’ 전시를 하시던데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해요.
A. 서울 홍대에 있는 ‘오브젝트’라는 공간에서 작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업사이클 제품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드리게 됐어요. 우연한 기회에 오브젝트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오프라인으로 전시를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제안을 주셨거든요. 그동안 플라스틱 재활용 작업장에서만 볼 수 있었던 리사이클링 과정을 시민들과 공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요.
Q. 플라스틱 방앗간은 시즌 1, 2에 이미 4,000여명 정도가 참여한 대형 프로젝트잖아요. 시즌3도 열리자마자 마감됐다고 들었는데요. 프로젝트를 만들면서 고려한게 있다면 무엇이었을까요?
A. 두 그룹의 시민들을 염두하고 시작했거든요. 한 그룹은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있지만, 세상이 바뀌는게 있나 싶어 무력감을 느끼는 시민들이었어요. 플라스틱 방앗간을 같이 참여하면서 조금씩 뭔가 바뀐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고요. 두 번째는 플라스틱이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지만 선뜻 뭔가를 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들을 생각했어요. 병뚜껑 모으는 것부터 시작해보는 제안을 해보고 싶었죠. 리워드로 치약짜개를 드리다보니 환경 이슈에 관심이 없던 분들도 모아서 보내주시기 시작했고, 후원회원이 되시기도 했어요.
Q. 시즌3는 도대체 몇 명이 모인건가요?
A. 2천 명 제한을 뒀는데 삽시간에 다 찼거든요. 그래서 추가로 2천 명씩 두 번을 더 모집했어요. 처음 생각한 것보다 3배나 많은 인원이죠. 참여하고 싶은 시민들이 정말 많아지니 감사하기도 하지만, 인력이나 장소, 비용에 한계가 있어서 더 많은 분들과 함께할 수 없어 아쉬운 마음이 들죠.
Q. 세상에, 은근히 스며들고, 가까워지는 전략이네요. 실제로 후원회원이 많이 늘었나요?
A. 정말 많이 늘었어요. 후원은 사실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메세지라고 생각하거든요. 활동을 응원하고 의미에 공감해주는 분들이 많아졌다는 점에서, 프로젝트가 주효했다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
환경 문제에 목소리 내는 시민들, 덕분에 멈추지 않을 힘을 얻어요.
Q. 사람들이 쓰레기 문제에 예전보다 더욱 신경쓰는 이유는 뭘까요?
A. 불편하기 때문일거예요. 본격적으로 쓰레기 문제가 대두된게 2018년인데요. 중국에서 재활용 쓰레기를 수입하지 않으면서 집안에 쓰레기가 쌓이기 시작했어요. 자연스럽게 내가 버리는 쓰레기의 총량을 보게 된거죠. 그때 플라스틱 자원순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게 느껴지더라고요. 최근에는 코로나19 여파로 배달음식을 많이 시켜먹으면서 쓰레기가 부쩍 많아지기도 했고요. 다른 환경이슈보다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해요.
Q. <도와줘요 쓰레기 박사>, <위클리어스>, <제비클럽>까지 끊임없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이어가는 힘이 궁금해요.
A. ‘플라스틱 방앗간’ 캠페인의 실무를 맡고 있는 김자연 활동가도, 저도 일을 만드는 걸 좋아해요. ‘더 이상 일을 만들지 말자’해놓고 재밌는 프로젝트가 들어오면 또 하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일을 하는 기준이 있어요. 처음에 가졌던 목표와 메세지를 훼손하지 않는 거죠. 플라스틱 방앗간이 잘 되면서 진짜 많은 기업들에게 ‘후원하겠다’, ‘협업하고 싶다’는 제안이 많이 들어왔는데, 플라스틱을 너무 많이 소비하는 경우에는 함께 할 수 없더라고요. 가장 중요한건 결국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는 거니까요.
Q. 시민이나 기업 관심이 집중되면서 조금씩 변화하는 현실이 느껴지시나요?
A. 2020년 12월부터 환경부랑 서울시에서 투명페트병 분리배출제를 시작했어요.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에서는 생수병과 같은 투명페트병은 라벨을 떼고, 압축해서, 병뚜껑을 닫아 버려야 하죠. 사실 병뚜껑은 별도로 모아서 버리는게 가장 좋아요. 개별로 분리해서 버릴때는 다른 쓰레기에 섞이게 되고, 재활용 선별장에서 따로 골라내기가 어렵거든요. 이번 정책으로 병뚜껑을 닫아서 페트병과 함께 버리게 됐으니, 재활용 비율이 상대적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눈치보게 만들고, 움직이게 만드는 힘, 바로 시민입니다.
Q. 유의미한 변화들이 반갑기는 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을 것 같아요.
A. 활동을 해보니까 지역 간 불평등이 문제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서울의 환경문제는 서울에 사람이 많이 살아서 생긴 문제거든요. 수도권의 쓰레기를 처리하는 인천 소재의 쓰레기매립지가 2025년이면 포화상태가 돼요. 서울 근교에 또다른 매립지나 소각지를 다시 찾아야 하는거죠. 에너지도 마찬가지예요. 서울이 에너지 소비량은 많지만, 정작 서울 안에서 생산하지는 않아요. 지역에서 에너지를 끌어다써야하죠. 제가 지역에 있다 와서 크게 체감하는게 있는 것 같아요. 그나마 다행이라고 보는건 코로나19로 인해서 비대면 회의나 재택근무를 하면서 서울이 아닌 다양한 지역에서 살 수 있는 기반이 갖춰지고 있다는 점이예요.
Q. 지역 불평등이나 플라스틱 포화상태는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기도 해요. 단박에 무언가 바뀌지 않으니 무력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지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어디에서 얻으시나요?
A. 시민들의 움직임을 보면서 큰 힘을 얻어요. 2016년에 미세먼지가 이슈가 되면서 온라인 카페 등에 시민들이 몰리고, 집회나 토론회도 하시더라고요. 보통 시민단체를 통해서 해야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했던 일을, 스스로 하시는거죠. 처음에는 위기의식이 느껴지기도 했어요. 시민들이 단체가 해야 할 일을 해내고 있다면, 앞으로 단체는 어떤 방향을 가지고 가야 할 지 고민도 되고요. 하지만 시민참여가 있어야 같이 힘있게 목소리를 낼 수 있잖아요. 시민들의 활동 방식을 보면서 긍정적인 자극도 얻고요. 이 또한 하나의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Q. 그 힘을 모아 더 큰 변화로 가야할텐데요. 정책이든 제도든 무언가 바뀌려면 이 글을 본 우리가 무엇을 해야할까요?
A. 무언가가 바뀌려면 시민들의 눈치를 보게 해야돼요. ‘이렇게는 안된다’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서, 눈치보게 하는 거죠. 그럴때 세상은 조금씩 바뀔 거예요.
플라스틱 제로의 염원을 담아, 후후 붑니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후후레터의 의미를 담아 풍선을 ‘후후’ 불어달라고 말씀드렸어요. 아니, 물풍선도 아닌데 정말 불어도 불어도 커지지 않더라고요. 어찌나 민망하고 죄송하던지요! 결국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풍선을 꺼내 불어 주셨습니다. 열정 가득한 이동이 팀장이 정성껏 불어주신 풍선처럼, 플라스틱 문제가 더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닿을 거라 믿어요. 우리 함께 나아가요,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