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의 ‘소년소녀가정 주거지원사업‘은 자녀를 양육하지 못하는 부모 혹은 조부모와 함께 임대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실질적 소년소녀가정의 주거비를 지원합니다. 2011년부터 지원의 폭을 넓혀 임대료와 관리비를 최대 2년까지 지원하고, 밀린 주거비의 경우 긴급지원 우선순위에 따라 지원하고 있습니다. 8년차에 접어든 이 사업은 그간 650여 가구의 주거비를 지원하였으며, 매년 9월 하반기 공모를 통해 지원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재단에서는 2010년부터 꾸준히 소년소녀가정의 주거비 지원과 사례관리를 맡아주고 있는 성민종합사회복지관(http://www.smw.or.kr/) 가족복지팀 나미란 팀장을 만나 현장에서 바라 본 이 사업의 필요성과 지원가정의 변화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월 생계비의 ⅓ “주거비”
아름다운재단(재단) : 2010년부터 성민종합사회복지관(서울 관악구 신림동 소재)을 통해 주거지원을 받은 소년소녀가정이 여럿 있는 것으로 안다. 인근에 주거지원이 필요한 가정이 많은가?
성민종합사회복지관 나미란 팀장(나미란) : 지원이 필요한 가정은 여전히 많다. 복지관 인근에는 임대아파트를 비롯해 무허가주택이 많고, 주거비, 가스비 등 체납되는 가정 또한 많다. 그러나 소년소녀가정 주거지원사업의 경우 지원대상의 주거형태가 임대아파트로 한정되어 있다 보니 그 외에 거주하는 가정은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 지원이 필요한 가정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가정은 그중에 35% 정도다.
재단 : 소년소녀가정에게 주거비란 어느 정도의 부담인가?
나미란 : 일반적으로 저소득가정의 월 생계비 중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하는 것은 주거비다. 월 생계비의 1/3에 해당한다. 임대아파트의 경우 주택보다 관리비가 더 들기 때문에 월 25만원~33만원 정도가 소요된다. 수급가정과 차상위가정의 경우 매달 이 비용을 지불하기란 쉽지않다.
1년 동안 온전히 지원한다는 것
재단 : 그렇다면 아름다운재단의 주거지원사업은 어떤 강점이 있다고 보는지?
나미란 : 주거비가 어려워 찾아온 가정에 결연후원으로 10만원 지원한다해도 그 가정에 주거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같이 주거비를 대납해주는 프로그램은 없었다. 매월 주거비를 온전히 지원한다는 점에서 여타 지원프로그램 대비 강점이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단순히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지원신청을 넣지는 않는다. 기존에 부채가 있어서 주거비를 체납했다던가, 긴급의료서비스를 받아야해 주거비 납부가 어려워 진 경우 지원연계를 한다. 지원이 결정되면 주거비가 지원되는 동안 쌓인 부채를 상환한다거나 하는 목표를 함께 설정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사실 아름다운재단의 소년소녀주거지원사업의 역사는 짧지 않습니다. 여러 가지 지원 모델을 거쳐 현재 지원사업 방식을 택한 이유는 해당 가정이 그간 경제적인 이유로 시도하지 못했던 또는 해결하지 못했던 것을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함에 목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같은 목적에 부합하는 사례가 있는지 물어 보았습니다.
재단 : 주거지원을 통해 경제적 안정을 찾고, 자립기반 또는 긍정적인 변화를 겪은 가정이 있는지?
나미란 : 주거지원을 받음으로서 주거비로 지출되던 비용을 아이를 위해 교육비로 돌린 사례가 있다. 지금 지원을 받고 있는 조손가정인데, 이 가정의 아이는 학습적인 면에서 도움이 필요했다. 그런데 집안 형편이 어렵다보니 가정 내에서 특별하게 지원을 해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주거지원을 연계하면서 복지사가 주거비 절약 부분을 아이의 학습 보강을 위해 사용할 것을 설득했고, 할아버지께서도 아이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며 응해주셔서 지금 아이는 중등영수교실에 다니고 있다.
주거지원을 받았다고 이 가정이 매월 10만원씩 하는 사교육비를 내는 것이 쉬운 건 아니다. 매월 30만원 내외의 주거비가 지원이 되니 아이의 몫으로 교육비를 일부 사용하고, 나머지는 생계비로 사용하거나 적금 등에 사용할 것을 권했는데 할아버지께서 의미에 동감하시고 잘 따라주고 계신다.
재단 : 영수교실을 다니게 된 아이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나미란 :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정의 아이들은 집에 돈이 없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안다. 그래서 돈을 주고 학원이나 사교육을 받을 수 없다는 걸 아는데, 매월 할아버지가 돈을 내주셔서 자신도 영수교실을 등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친구들과 있을 때면 어딘지 모르게 당당함이 비쳐지더라. 솔직히 아이는 공부보다 운동 쪽에 더 관심이 많다. 하지만 학습적으로 부족한 점이 있으니 미래를 위해서 2년 정도는 다녀보자 설득했는데. 지금은 잘 다니고 있다.(웃음)
얼굴을 마주한다는 것
나미란 팀장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니 주거지원만 아니라 가정을 돌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이의 교육이나 그 가정의 재정을 살피며 조언과 설득을 하려면 꽤나 돈독한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해야 할 텐데, 지원가정과 관계 맺는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재단 : 지원가정의 아이들이나 어르신들과 신뢰관계는 어떻게 맺나?
나미란 : 이 사업은 실질적 소년소녀가정을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원의 주체는 아이라고 본다. 아이가 복지관을 이용하고 프로그램에 참여할 경우 촘촘한 연계를 잇기 용이하다. 아이와 대면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그 가정의 삶도 깊이 알게 되고 지원의 폭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주거지원사업의 경우 매월 고지서를 지원가정으로부터 전달받아 대납하는 시스템이 갖추고 있기 때문에 매월 정해진 날 지원가정에서 복지관을 찾아오신다. 이 때 고지서만 받아들고, “안녕히 가세요.” 하지는 않는다.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아이 양육과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주고 받을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한 달에 한번 얼굴보고 소통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확실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사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재단 : 지원연계를 하면서 꼭 챙기는 것 있는지?
나미란 : 1년 동안 주거비를 지원해 드리긴 하지만 계절에 따라 난방비, 전기료가 다르게 나와 매월 비용이 균등하지는 않다. 그리고 신청한 지원금에 물가상승분을 반영했다하지만, 실비용은 더 나온다. 그럴 경우 부족분은 자부담으로 지불하도록 하고있다. 어느 면에서 책임감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필요한 부분이라고 판단된다.
그리고 지원 7~8개월차가 되면 앞으로 남은 지원기간을 알려드리고, 지원받았던 동안 부채는 얼마나 상환하셨는지, 저축은 꾸준히 하고 계시는지 점검해드린다. 아무래도 주거비는 생계비의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대상자 가정에서 미리 준비하고 있지 않으면 지원이 종료된 후에 상대적 박탈감에 빠지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한 달에 25~30만원 정도가 끊긴다는 것은 10만원 결연후원금이 끊기는 수준과 체감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부분은 반드시 챙기고 있다.
소년소녀가정의 지원모델을 확대한다면?
재단 : 생계비 비중이 크니 연속 지원 요구가 높을 듯 한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미란 : 지원가정도 담당자도 분명히 연속 지원의 요구가 있다. 일부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주거비 전체를 대납해 주는 것이기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알기 때문이다. 반면 도움이 큰 만큼 대상자에게 의존성도 높일 수 있다. 주거비가 안정이 되면 임대료에 대한 부담이 없어져서 지원자 가정의 생활패턴이 변화한다.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가 주어지거나 재정상태가 개선되기도 하지만, 일부 소비가 늘기도 한다. 이때 스스로 책임을 지고, 자신이 조절하는 능력을 갖도록 독려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주거비 지원을 연속적으로 하기보다는 지원이 종료된 후에 기관 안에서 다른 자원을 연계해 차등지원하고 이것에 매칭해서 자신이 주거비를 납부할 수 있도록 조력하고 있다.
아름다운재단 지원사업의 특징 중 하나가 지원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지원의 사각지대를 찾아 적합한 지원 모델을 만드는 것에 주력합니다. 탄탄한 지원사업 모델을 만들기 위한 여러가지 노력이 더해지는대요. 협력기관을 비롯해 현장 실무자와 토론하고 사업모델을 검증하는 것이 그 중 하나입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주거지원사업도 실무자 워크숍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담당자들이 공통적으로 제안하고, 주요하게 다룬 주제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었는지 궁금했습니다.
재단 : 지원담당 실무자 워크숍에서 뜨겁게 오고 간 이슈가 있었나?
나미란 : 연속지원에 대한 요구, 주거비 외에 주거환경개선이나 에너지효율화사업과 같은 것들로 확장하는 것들에 대한 요구가 있었다. 또 임대아파트에서 범위를 넓혀 다른 형태의 주거도 지원하는 것에 대한 요구가 강했는데, 주택에 대한 주거비 지원이 그것이다.
비용 부담 면에서 아파트보다 주택이 임대료가 좀 더 비싸기도 하고, 일반 임대주택의 경우 주인과 월세 문제, 통상적인 관리비 산출이 어렵고, 납부처가 불분명해 예산 사용 상에 문제가 있을 수 있겠지만 실제 소년소녀가정이 거주하는 주거형태 2/3가 주택인 것을 고려하면 이에 대한 방안을 찾아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소년소녀가정 지원사업을 통해 만나게 된 나미란 팀장은 지역주민을 돌보는 사회복지사 7년차입니다. 인터뷰 내내 확신에 찬 또렷한 눈으로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실무자로 일 할 때 장애청소년들과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아이들의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봤을 때 진한 보람을 느꼈다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가족복지팀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이후 기회가 닿는다면 방과후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돌보는 일을 하고 싶다 합니다. 나미란 팀장은 긍정적 상호작용이 오고 갈 때 아이들은 변화한다고 믿습니다. 예민한 시기에 아이가 가정에서 교육과 돌봄을 불가피하게 받지 못하더라도 방과후교실에서 선생님을 통해 꾸준히 정서적 지지와 기치관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면, 아이는 살아가는 동안 마주하게 될 숫한 과제들 앞에서도 쉽사리 포기하지 않는 강인한 멘탈의 소유자로 클 수 있을꺼란 신념이 그녀를 이끄는 듯 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소통하고 그들을 돌봄에 있어 긍정의 에너지를 받기도 하지만 감정 노동으로 인한 소진 역시 만만치 않다 합니다. 그럼에도 그녀가 뜨겁게 일할 수 있는 힘은 ‘가정’이라는 작은 사회가 보내오는 변화의 신호를 최전선에서 받기 때문 아닐까 합니다. 삶의 의지를 발휘할 수 있는 안정된 환경이 한 가정에 제공되었을 때 그 구성원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아이들의 미래가 어떻게 변화할지 알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름다운재단은 사회의 안전 지수를 높이는 것은 모든 사회 구성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고 믿습니다. 때문에 사회 구성원 하나 하나가 자신의 의지를 발휘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사회적돌봄 영역사업을 통해 만들어가겠습니다. 나미란 팀장을 비롯한 수 많은 현장 실무자 분들과 이 사업이 지속될 수 있도록 나눔을 실천해 주고 계신 기부자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