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광중(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권광중(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부를 축적하며 보람있게 살았으면 보람있게 남기는 방법을 준비하는 것도 도리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기부컨설팅위원회는 결국 이런 사람들에게 나눔을 준비할 것을 권하고, 또 ‘어떻게 잘’ 나눌까를 조언하는 구실을 하는 셈이죠.”  

법조계 원로이자 아름다운재단 기부컨설팅위원회 고문을 맡고있는 권광중 전 사법연수원장(법무법인 광장 변호사)이 생각하는 나눔의 철학은 간단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가진 자들이 존경받지 못하는 이유는 상당 부분 부를 축적한 과정이 정당치 않고 그나마 베풀지도 않기 때문이라며, 자신이 쌓은 부와 명예의 존엄을 세우려면 그만큼 베풀면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북유럽 아이들이 1인당 얼마씩 갹출해 파티를 열면서 일단 모인 돈의 일부는 반드시 지역의 사회단체 등에 기부하는 걸 보고 놀랐다며 나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습니다. 사법연수원장 시절 700여명의 예비 법조인들에게 ‘자신의 묘비에 어떤 내용을 새길건가’를 물어 ‘아름다운 약속’이란 제목의 책으로 펴낸 적이 있다는 권광중 님, “아름다워지고 싶어서” 유산 나눔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권광중 고문은 판사 시절 돈 좀 있는 사람들이 유언도 없이 덜컥 가버리는 바람에 그 재산을 두고 형제끼리 송사를 벌이는 일을 다반사로 겪었다고 합니다. 법적 효력이 있는 유언은 당사자가 직접 글로 쓰거나 녹음하는 등 5가지 방식의 유언에 대해서만 인정한다고 합니다. 상속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전 재산을 100% 기부할 수도 없는 등 이래저래 따져볼 게 적지 않다는 것이죠. 유산 기부 방식에 대해서는 “수백억원대의 재산가라면 자기 이름으로 재단을 만들 수도 있고, 그렇지 않다면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춘 재단 등에 위탁하는 게 나은 것 같다”고 말씀하십니다. 

아름다운재단 기부컨설팅위원회는 전문가들의 참여로 기부 전반에 관한 자문을 제공하고, 기부계획을 실천하도록 도와드립니다. 아래 글은 위원회 고문 권광중 님의 칼럼으로 법이 정한 요건에 따라 증거를 남기는 일의 중요성에 대한 내용입니다. 유산나눔에 뜻이 있는 분이라면 의미있는 제언과 정보가 될 것입니다.

권광중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기부컨설팅위원회 고문

재판이란 무엇인가?

三段論法(삼단논법)이란 예를 들면 ‘모든 동물은 반드시 죽는다.’라는 대전제를 ‘사람은 동물이다.’라는 소전제에 대입하여 ‘모든 사람은 반드시 죽는다.’는 결론을 이끌어 내는 논리법칙입니다.

재판이란 이 三段論法(삼단논법)의 논리법칙에 따라 실체법이 정하는 구성요건인 법률사실의 존부를 확정하여 이를 소전제로 하고, 여기에 대전제인 法令을 적용하여 결론으로써 그 법령이 정하고 있는 법률효과의 존부 및 내용을 판단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판사는 대전제인 법의 의미와 내용에 대하여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민사사건에 있어서는 원고와 피고의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를 그들이 제출한 증거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그리고 형사사건에 있어서는 검사가 기소한 대로 피고인이 범죄를 범하였는지의 여부를 검사의 입증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합니다.

사실확정의 어려움  

법관에게 있어서는 법률해석 적용도 어려운 문제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어려운 과제가 사실인정의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봅니다.

A가 여관에 투숙하면서 귀중품을 보관하라는 여관 주인의 권유에 따라 도난을 염려하여 가지고 있던 현금 300만 원을 보관하였습니다. 그러나 보관증을 받지 않았습니다. 그 다음날 그 여관을 떠나면서 여관 주인에게 보관시킨 돈 300만 원의 반환을 요구하였던바, 여관 주인은 그런 돈을 보관 받은 적이 없다고 반환을 거절하므로 A는 여관 주인을 상대로 법원에 보관금 300만 원의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여관 주인은 담당판사 앞에서도 그런 돈을 보관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하였고, A는 판사의 촉구에도 불구하고 돈 300만 원을 보관시킨 사실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러자 판사는 A가 여관 주인에게 돈 300만 원을 보관시킨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A에게 패소판결(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는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A는 그 후 다시 그 여관에 투숙하면서 여관 주인에게 보관증을 받고 현금 300만 원을 보관시켰습니다. 그 다음날 그 여관을 떠나면서 현금 300만 원을 반환받았으나 영수증도 써주지 않았고 보관증도 반환하지 아니하였습니다.

얼마 후 A는 다시 여관 주인을 상대로 보관금 300만 원의 반환청구소송을 법원에 제기하였습니다. 여관 주인은 보관 받은 사실은 있으나(여관 주인으로서는 보관증까지 써 주었다가 보관증을 회수하지 아니한 사실이 있으니 보관 받은 사실까지를 부인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다음날 A가 여관을 떠날 때 반환하였다고 항변하였으나 A에게 반환하면서 영수증도 받지 아니하였고 목격자도 없어 반환하였다는 증거를 대지 못하였습니다. 담당판사는 여관 주인이 돈 300만원을 반환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여관 주인은 A에게 돈 300만원을 반환하라”는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위의 두 판결이 인정한 사실은 모두 진실과는 정반대입니다. 결과적으로 위의 두 판결은 오판입니다. 그러나 위의 두 판결들은 법률상(소송법적)으로는 아무런 흠이 없습니다.

A가 돈 300만 원을 보관시킬 때에 여관 주인으로부터 보관증을 받았거나, 여관 주인이 A에게 돈을 반환할 때에 영수증을 써 받았다면 판사로 하여금 위와 같이 진실과 다른 판결을 하게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장래 있을지도 모르는 법적 분쟁에 대비하여 법률생활을 함에 있어서 그 내용을 사실대로 문서(예컨대, 계약서, 영수증, 합의서, 차용증 등등)로 작성 보관할 필요가 있으며, 더욱 법률관계가 복잡하거나 이해관계가 큰 경우에는 그 문서를 법률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작성할 것이 요청되는 것입니다. 이를 豫防醫學(예방의학)에 견주어 豫防法學(예방법학)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국민들의 기록 보관하는 습관은 어떠한가요? 대부분의 우리 국민들은 일반적으로는 기록 보관하기를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 기록하여 놓았다는 것도 믿을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1990. 10. 14.자 일본 朝日(조일)신문에서 아래와 같은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1985. 8. 12. 羽田(도교)발 大坂(오사카)행 日航(JAL:일본항공) 점보여객기가 산중에 추락하여 승무원과 승객 520명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후 경찰관이 추락현장에 떨어져 있는 카메라 1대를 주워 그 속에 끼어 있는 필름을 현상 인화하여 보았더니 사고 비행기의 압력 격벽의 파열 직후에 비행기 천정으로부터 산소마스크가 내려와 있고 여자 승무원이 산소마스크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는 장면의 사진 등 사고 직전에 기내에서 촬영한 사진 6매를 얻을 수 있었다” 이 얼마나 놀라운 기록 습관인가요?

결론을 맺는다면, 분쟁을 예방하기 위하여, 또 분쟁이 생긴 경우 재판에서 승소하기 위해서는 미리 증거를, 그것도 법률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문서를 작성하고 이를 보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유언서 같은 문서는 그 종류(5종)와 요건을 법률에서 엄격히 정하고 있으므로 이런 문서의 작성에는 꼭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작성하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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