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이유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하는 사람은 참 많습니다. 그 중 갑은 뭐니 뭐니 해도 10만 기부자. 그리고 늘 우리 곁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엉 엮듯 이어주는 공익단체가 연간 1천여 개나 있습니다. 어느 날 문득 이들이 아름다운재단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해 졌습니다. 그래서 기부자를, 단체를 찾아가 물었지요. 그러자 돌아오는 답은 ‘투명함’.
놀라워라. 아름다운재단의 핵심가치인 ‘투명성’을 꿰뚫고 있다니. 헌데 아직 아름다운재단을 접해 본 적 없는 사람이라면 이 추상적인 단어가 손에 잡힐까.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투명성이 적용된 것들을 보여주자 마음 먹었지요.
시민들의 신뢰와 지지를 기반으로 설립한 아름다운재단은 그 믿음을 견고히 이어 가기 위해 각 운영사항에 투명성을 녹이고 있습니다. 이를 반영한 것이 위원회 운영인데요. 우리 사회 다양한 시각을 활동에 반영하기 위하여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아 이들을 통해 전문적이고 투명한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그 중 배분위원회는 기부금 사용에 있어 방향을 잡고, 지원자 선정의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의 배분위원회는 무슨 일을 어떻게 할까. 그 구체적인 답을 듣기 위해 박경태 위원장을 찾았습니다.
아름다운재단과의 인연
박경태 위원장(이하 박 위원장)님은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에서 학생들에게 사회학을 가르치고, 소수자연구를 하는 교수님입니다. 사회과학부는 신영복, 김수행 석좌교수를 비롯해 2014 지방선거의 서울시 교육감 후보로 출마하고, 아름다운재단에 ‘아시아민주주의와인권기금’을 출연하기도 한 조희연 교수가 속한 곳이기도 합니다.
박 위원장님의 연구실에서 그를 처음 마주했을 때 첫인상은 문화예술계 인사 또는 공익활동가 느낌이 물씬. 재단과 인연은 김동노 전임 배분위원장의 추천으로 시작하였다 합니다. 예전부터 아름다운재단을 알고 있었고, 그 간 재단의 활동들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기뻤다고 합니다. 다만 역할을 잘 해 낼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잠시 시간을 두어 고려한 뒤 배분위원직을 수락했다 하네요.
배분위원으로 시작해 현재는 배분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어떻게 위원장이 되었는지, 배분위원회 구성과 역할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물어보았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의 주요활동은 모금, 지원사업, 연구교육 크게 3개 파트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중 저는 지원사업 파트의 공익영역 배분심사위원으로 몇 년간 활동해 왔었어요. 그러다 김동노 전임 위원장께서 임기를 마쳐 후임을 선정할 때 당시 배분위원 중 제가 배분위 활동 기간이 제일 길고, 연장자라서 호선되었습니다.”
배분위원회는 아름다운재단의 이사회로부터 권한과 책임을 위임 받아 배분사업의 방향과 정책을 수립하고, 배분단체를 심사, 선정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따라서 배분위원 또는 위원장을 선임함에 있어 이사회의 승인과 임명 과정을 거칩니다. 참말로 촘촘하지요.
가치를 담은 인선
“배분위는 공익 영역 <변화의시나리오>, 아동청소년 영역 <꿈꾸는다음세대>, 사회적약자 영역 <사회적돌봄>으로 구성되어 있고, 저는 위원장직과 동시에 공익영역 심사를 맡고 있습니다.
배분위는 영역별로 위원 구성도 특화되어 있는데, 해당 영역의 베테랑 현장활동가 그리고 그 영역의 학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현장활동이란 것이 공공기관, 사회복지기관에서 일하면 민간보다 상대적으로 편하거든요. 어째 건 예산이 있으니까. 그런데 풀뿌리, 민간에서 일하는 분들은 정말 힘들게 활동합니다. 놀라운 점은 현장활동가 위원들 면면을 살펴보면 민간에서 대안적 활동을 꾸준히 해온 분들이 있더라구요.”
우리 사회 다양한 시각을 반영하기 위한 위원회, 특히 배분위원회는 어려운 이웃에게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대안적 활동을 찾아 선정하는 과업이 있습니다. 때문에 아름다운재단은 이 같은 기조와 가치를 담아 역할을 가장 잘 수행해 주실 분들로 배분위원회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차별점
“다른 배분기관과 아름다운재단 배분위원회의 차별점은 위원회가 잘 역할 할 수 있도록 보완해 주는 장치가 여럿 있다는 점입니다.
제가 경험한 다른 기관에서는 단절적으로 해당 건만 심사하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거든요. 그런데 아름다운재단은 임명장을 전달하고,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 지속적인 관계는 배분위원회가 멀리 보는 사업을 설계할 수 있는 장치가 됩니다. 배분위원들이 모여서 내년에는 어떤 사업을 할 것인지, 무엇에 초점을 맞추고 어떤 기준을 가지고 갈 것인지 정책 결정합니다. 때문에 책임에 대한 부담도 사실 큽니다.
마지막으로 아름다운재단은 배분위의 전문성을 인정해주고, 투명하게 운영합니다. 배분위원들이 심사 한 건에 대해 재단으로부터 이의제기 받은 적 한 번도 없었으며, 외압이나 가이드라인을 제시 받은 적 또한 없었습니다. 배분위원회가 결정하는 것이 최종 판단이라는 것을 모두 다 알고있기에 공정하게 심사하려 더 노력합니다.”
박 위원장님은 배분위원회 역할이 이렇게 막중한지 몰랐다고 합니다. ‘야~ 여기는 배분위 권한이 강하구나. 그리고 믿고 맡기는구나. 허투루 할 수 없겠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네요.
배분 심사는 어떻게?
간혹 재단을 상대로 음해하는 이들이 있지만, 저희가 당당할 수 있는 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공정한 심사를 거쳐서 지원단체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배분위의 심사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물어보았습니다.
“심사는 사업에 따라서 프리젠테이션 또는 인터뷰를 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서류만 가지고 심사합니다. 배분위원 각자가 점수를 매기고, 이를 평균 내 지원단체를 결정합니다. 그러면 끝. 여기에는 추가 고려도 없고, 위원들 간에 상의하는 바도 없습니다.
현장전문가들이야 단체를 알고 심사할지 모르겠지만, 저 처럼 학교에 있는 사람은 오로지 서류만 보고 심사를 합니다. 그런데 배분팀 실무자의 말에 의하면 심사 완료 후 각 위원들의 점수를 집계해 보았을 때 현장전문가나, 교수나 각 신청사업의 평가는 비슷하다 합니다. 단체를 알고 있었건, 모르고 있었건 심사기준에 따라 신청서만 보고 평가하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가 아닐까 합니다. 이것이 바로 공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죠.”
아름다운재단의 배분위원장이라면 지원 청탁을 받을 법도 한데, 여태 청탁 받은 적이 한 건도 없다 합니다. 본인이 배분위원장인걸 아무도 모르는 거 같다며 웃으셨지만, 만약 청탁이 들어온다면 ‘좋은 계획서를 냈다면 될 것이고, 아니면 안 될 터인데, 이렇게 청탁을 하는 걸 보니 뭐가 부족한가 보군.’ 하는 생각이 들 것 같다 하시네요.
이해당사자 심사권 제외 규정
그리고 아름다운재단의 공정성을 지키려는 노력에 또 한 번 놀란 적이 있는데, 바로 ‘이해당사자 심사권 제외’ 규정이라고 합니다.
“재단은 배분 심사의 공정성을 위하여 위원이 속한 단체 또는 연관된 곳에서 사업신청을 할 경우에 그 위원을 해당 심사에서 제외 시킵니다. 어떨 때는 욕심이 날 때도 있잖아요. 그런데 이 같은 규정이 있으면 객관적이고 공정한 심사를 할 수 밖에 없는 거죠. 저도 이 규정 보고 깜짝 놀랐다니까. 제도 정말 잘 만들어 놨어요. 진짜로.”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사업은 정기공모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요, 그 취지와 순기능을 여쭤 보았습니다. 배분위는 지원단체가 사업을 계획함에 있어 호흡을 길고 짧게 또는 굵직하고, 순발력있게 가려할 경우 강약을 조절하고 세분화해서 지원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현재의 지원형태는 이를 반영한 것으로 지원단체에게 맞춰 효율적으로 변화시킨 것입니다.
지원단체는 기획력을 갖추고, 굵직한 사업을 이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재단이 정기공모를 하는 이유는 지원단체가 공모 신청을 통해 이를 준비하길 원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관계자를 통한 밀어 넣기식이 아닌, 누구나 일정에 맞춰 사업신청을 한다는 것 또한 투명성을 지키는 장치가 됩니다.
가슴을 울린 사업
배분위원으로 신청사업을 검토하며 정말 이런 건 당연히 해야지, 우리가 여태까지 안했구나 싶었던 것이 ‘국가폭력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치유하는 프로그램’이었다 합니다.
“국가폭력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어렵게 사시는 분들을 위한 치유프로그램을 볼 때 솔직히 슬픔과 더불어 분노가 일었습니다.
왜냐하면 이건 민간이 할 일이 아니거든요. 당연히 국가가 할 일이지요. 어째건 재단이 지원하기로 한 이상 잘 키워서 국가가 이어받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은 우리 사회에 이로운 공익사업을 발굴하는 안테나로, 이를 키우는 인큐베이터로 그리고 실험을 통해 대안을 제시하는 파일럿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박 위원장님의 기억에 남는 지원 사례도 그런 맥락과 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가폭력 피해자 분들의 상처를 잘 치유할 수 있도록 재단이 지원하고, 이를 통해 단체가 가능성 있는 사업모델을 만들어 낸다면, 이후 더 많은 피해자들이 제도권 안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을 테니까요.
소수자의 삶에서 사회를 반추하다
그렇다면 아름다운재단이 더욱 힘써야 할 것은 무엇일까?
“아름다운재단은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 단체’를 지원하는 재단입니다. 이건 특별한 것이거든요. 말하자면 간접지원인 것인데, 사각지대에 놓여 지원을 받지 못해 도움이 필요한 이를 ‘돕는 단체’가 성장할 수 있도록 키워내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아름다운재단이 한국 사회에서 밤을 밝히는 촛불의 역할을 하고 있긴 하지만, 바라건데 더 밝고 넓게 불을 밝힐 수 있도록 횃불과 같은 역할을 했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정말 없거든요. 이렇게 이웃이 이웃을 돕는 형태의 지원을 하는 곳은 아름다운재단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어요.”
그리고 박 위원장님은 자신의 연구 주제인 ‘소수자 연구’에 비추어 소수자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보면 우리사회를 읽어 낼 수 있다고 합니다. 그 사회에서 가장 차별받는 사람들이 꽤 잘살고 있다면, 그 사회의 차별받지 않는 사람들은 훨씬 더 잘 살고 있다고. 그래서 소수자의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가 평균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사회, 우리가 지향하는 인권과 시민권이 보장되는 사회라고 집어 주셨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은 그런 소수자의 권리를, 인권을 지켜주는 곳이어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찰진 인터뷰를 마무리 해 갈 즈음 박 위원장님의 나눔 철학, 생활 속 1%나눔은 무엇인지 여쭈었는데요. 성공회대의 학풍과 박경태 위원장님의 연구 분야 때문인지는 몰라도 박 위원장님의 지인 중에는 시민사회단체 활동가가 많다고 합니다. 때문에 가을이면 단체 후원회 요청이나, 챙길 단체가 많다 합니다. 하지만 외면하지 않고 ‘필요한 곳이라면 열심히 기부하자!’ 라는 생각에 몇몇 곳 정기 기부를 하고 있다 합니다. 박 위원장님의 실천은 소수자의 인권을 지켜주는 1%나눔이 되었으리라 믿습니다.
2014년 6월은 상반기 정기공모 심사를 마무리하고, 지원선정 단체들이 가열차게 활동을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배분팀에서 그 생생한 현장을 <아름다운재단 지원사업 블로그>를 통해 전하고 있는데요. 지원사업 포스트 중 ‘변화의시나리오 인큐베이팅 지원사업’ 3년차에 접어 들어 지원 종료를 앞두고 있는 ‘AMC(아시아 미디어 컬쳐) 팩토리의 자립이야기’ 시리즈를 권해 봅니다. 관심과 지지 보내주세요.
– 인큐베이팅 단체 1호, AMC 팩토리 지원을 갈무리 하며 (글.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지원담당 박혜윤
아름다운재단의 배분위원회는 이사회의 위임을 받아 지원사업의 방향과 정책을 수립하고, 배분단체를 심사, 선정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지나가다가
자유로운 교수님이신듯~ 아름다운재단의 지원 시스템을 알 수 있어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