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만 다섯인 집에 막내 딸로 태어난 나는 이미 태어났을 때, 어머니 아버지의 연세는 39세 이셨다. 

아버지는 대학 2학년 때 정년 퇴임하셧고, 그 즈음에 동갑내기 두분 동시 환갑잔치도 한 것 같다. 

현재 부모님 연세는 77세. 할머니 할아버지시다. 

 

두 분만 따로 살고 계시기 때문에 자식들은 이제나 저제나 부모님 걱정. 

매일 전화한다고 하지만 자주 잊는 터라, 4년전에 부모님께 가족회비로 스마트 폰을 장만해 드렸다.

첫번째 목적은 친구분들에게 “자랑” 하시라는 목적이었고, 두번째 목적은 “재미” 삼아 이것저것 해 보시라는 것이었다. 

 

첫번째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되었으나, 두번째 목적은 어려워 하셧다. 

그러다 소통을 위해 카톡을 깔아드리고,  반복학습. 

이제는 두분다 능수능란하게 카톡을 하신다. 

 

매일 아침, 가족카톡방에 수시로 엄마 아빠께 안부를 묻고, 

엄마 아빠는 자녀에게 필요한 것이 있으면, 

“00이 다 떨어졌다. 사와라” 하신다.

그러면, 어느 자녀 하나가 “오늘 사 갈께요” 하면 ~ 끝.  

 

때로는 전가족 대화창에 두 분이 오가는 대화를 자녀들이 엿듣기도 한다. 

 

엄마와 카톡1

 

수영장 다녀온 엄마가 아빠에게 친구집에서 점심 먹고 간다는 메세지,

아버지의 맛있게 먹고 오시오라는 답변. 

두 분의 대화 사이 두 딸의 애교. 

 

50평생을 같이 사셨는데, 여전히 존댓말이시다. 

구두로 대화 하실 때는 반말과 존댓말을 사용하시기 때문에 몰랐는데, 

문자나 문서를 보내실 때는 꼭 존댓말을 사용하셨다. 

내가 몰랐던 두 분의 모습이다.  

 

어느 날은 두 분이 투닥 거리신 것 같아, 엄마에게 한소리 했다. 

 

나 :  “엄마 또 아빠보고 뭐라 했지?” 물으며 이모티콘을 보냈다. 

그러자, 엄마의 답변…

글도 없이 삐진 이모티콘이 날라왔다. ^^

 

엄마와 카톡2

 

사무실에서 일하다  정말 “빵” 터졌다. 

이모티콘으로 그 절묘한 기분과 상황묘사를 너무 잘 사용하셨기 때문이다.

 

자녀와의 대화를 위해 수시로 물어보고, 실험하시더니.. 

놀라온 발전이다. 

“카톡”이 이렇게 나에게 재미와 효도를 하게 할 줄이야.  ~ ^^

 

나이 들어서도 끊임없이 배우고, 익히는 엄마 아빠가 자랑스럽고, 

자녀와의 대화를 위해 어려움 없이 신문물을 접하는 모습에 감사드린다.   

 

우리나라 홀로 사시는 노인 인구가 1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함께 하지 못하고, 자주 찾아 뵙지 못하지만, 

서로 즉시즉시 대화 할 수 있는 대화도구로 카톡도 좋은 것 같다. 

 

무엇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사람이 그리운 어르신께 

 “보일러” 도 깔아 드리고,

“카톡”도 깔아 드리는 것은 어떨까요?

 

 

엄마의 이모티콘에 빵 터진날

 

댓글 2

  1. 내엄마는 60대 초반

    내 엄마는 카톡할 때, 띄어쓰기를 안하십니다. 여기 어머님도 그러하시군요.^^

  2. 꼬댁

    아 정말 재밌고 훈훈해요. 우리집도 단체카톡방 하나 만들어야겠네요 ^^ 아빠는 카톡 보내면 읽기만 하고 답은 안하시지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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