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역량강화 컨퍼런스 포스터(출처 : 공익활동비타민 브이플러스, 서울시NPO지원센터)

비영리 역량강화 컨퍼런스 포스터(출처 : 공익활동비타민 브이플러스, 서울시NPO지원센터)

 

  

 

지난 금요일 오후 저는 오래간만에 외부 교육에 참여했습니다. 이름하여 ‘비영리 역량강화 컨퍼런스 즉문즉답’~~~ 이름부터 으리으리하지요?  

이 행사는 전문가 자문을 받고 싶지만 예산이 여의치 않은 활동가, 뭔가 문제인데 뭐가 문제인지도 헷갈리는 활동가들을 위한 합동 ‘미니 컨설팅’이었습니다. 현장에서 질문을 던지면 바로바로 전문가들이 답을 주시는 형식이에요. 재미있어 보이지 않나요?

‘성공적인 비영리조직에 대한 자기진단’에 대한 강의, 주제별 전문가의 즉문즉답 컨설팅이 각각 1시간 반 동안 진행됐는데요. 질문은 많고 시간은 짧아서 아쉬웠지만, 덕분에 오히려 핵심 위주로 듣게 된 것 같습니다.  

(강의는 무료였지만) 비싸고 바쁘신 전문가님들의 주옥 같고 깨알 같은 말씀, 제가 한번 (제 주관적인 기록에 근거해) 잘 정리해 옮겨보겠습니다. 일부러, 중요한 이야기를 놓칠까봐 되도록 요약없이 길게 풀어서 씁니다. 대신 읽기 어려우실까봐 2개로 글을 쪼갰습니다 

한국 비영리단체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은?

모든 일을 다 잘 할 필요는 없어요.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의 교집합을 찾아가는 거죠.  

모든 일을 다 잘 할 필요는 없어요.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의 교집합을 찾아가는 거죠.  

무엇보다 참 의외였던 것은 이 날 강연과 컨설팅이 아주 원론적이었다는 거에요. 아주 디테일한 질문이 튀어나오고 뭔가 새로운 방법론이나 팁이 등장할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거든요. 그러나 강의 내용은 예상과 달랐습니다. 

1시간 반 동안 진행된 ‘자기 진단’ 강의자료에는 무려 29가지의 NPO역량요소가 소개됐지만, 정작 강의를 맡은 조철민 (한일장신대 NGO정책연구소)박사님은 “다 잘할 필요 없다”고 하셨습니다.

“해야 하는 것(Need)”와 “할 수 있는 것(Can)”, “하고 싶은 것(Want)”의 교집합을 찾으면 된다는 것이지요. 문제에는 ‘답이 있는 문제’, ‘답이 없는 문제’, ‘답이 필요하지 않은 문제’가 있는데, 의외로 답이 필요하지 않은 문제에 시간을 많이 들이는 단체들이 많다고 하네요. 

그러면 뭘 잘해야 할까요? 30여명의 활동가들을 심층 인터뷰해본 결과, 가장 필요한 역량으로는 ‘비전’이 꼽혔다네요. 기획∙평가∙투쟁∙캠페인∙지식∙자기관리 등 구체적인 역량 분야가 쟁쟁한데 말이에요. 게다가 ‘비전’ 역량은 연차나 연령에 상관없이 1위였다고 해요. 

(그러면 2위는 무엇일까요? 조직개발입니다. 조직 구성원의 역량을 기르고, 팀을 세우고, 조직내 의사 소통을 하는 역량을 말하지요. 이 역시 연차∙연령 무관한 답변이었대요.)

사실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포기할 지를 알기 위해서도 비전은 중심이자 기준점이 되지요. 개인적으로 이 점이 비영리와 영리의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해요. 영리는 (사훈이 무엇이든) 이윤을 많이 얻으면 되지만, 비영리는 ‘이윤을 얻지 않는 것’으로 존재 근거가 성립되지 않으니까요.

중요한데 급하지 않은 것들 많죠? 부모님과 여행가기, 아이랑 놀아주기, 주말에 운동하기... 중요하지도 않고 긴급하지도 않은 일들에 치여 못하고 있지 않나요? 우리 조직에서 그렇게 '중요하고 안 긴급한 일'은 무엇일까요?

 
중요한데 급하지 않은 것들 많죠? 부모님과 여행가기, 아이랑 놀아주기, 주말에 운동하기…
중요하지도 않고 긴급하지도 않은 일들에 치여 못하고 있지 않나요?
우리 조직에서 그렇게 ‘중요하고 안 긴급한 일’은 무엇일까요?

 

 

 

“비영리조직은 활동으로 말한다”고 하지만, 왜 누구와 함께 어떤 활동을 하는지는 각자 다르지요. 이를 풀어가는 과정도 다르고요. 그래서 일반화된 기법을 도입하는 것은 별 도움도 안 된다고 합니다. 반대로 사람들의 생각이 잘 논의되고 새로운 단어로 정리된다면, 이미 기법이 필요없을 수도 있고요.

반대로 이런 과정이 없는 외부 컨설팅은 수박겉핥기이며, 이사장님 책꽂이에 꽂힌 보고서로 끝난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많은 단체들을 인터뷰해서 내놓은 결과라고 하니 무엇보다도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겠지요. 다른 분들도 “15년차 단체들 만나보면 ‘올해는 한 3개월쯤 좀 쉬면서 방향을 다시 잡겠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말씀하셨거든요.

하지만 비전∙미션, 방향에 대한 논의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보통은 술자리에서 한 3차쯤 가서야 요런 이야기가 나오고, 다음날엔 숙취와 함께 잊어버리지요? ㅎㅎㅎ) 다음 포스트에서 좀더 말씀 드릴게요.

<관련 글>
성공하는 사업기획, 아무 의미 없네 -비영리 역량강화 컨퍼런스 후기②

아름다운재단 http://www.beautifulfund.org/

글 | 박효원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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