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름다운재단으로 유산기부 문의를 하시는 분들이 늘었습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예전에 비해 1인 가구와 비혼, 다양한 가족 구성형태가 늘어났음을 체감할 수 있고, 그 외에도 현재의 나이, 건강상태, 재산 규모 등 각자의 상황이 무척 다양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유산기부를 위해 ‘나에게 가장 적합한 유언의 방법은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미리 준비하려는 분들이 많았고요. 그래서 이번 <서 간사와 계획기부 알아보기>에서는 이런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나누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오늘은 <기부컨설팅위원회> 법률 분과 황예영 위원님과 함께 ‘민법에서 정한 유언의 다섯 가지 방법’, 그리고 유언방법마다 주요한 특징이나 주의할 점을 알아봅니다. 나의 상황에 맞는 최선의 유언 방법을 법률 전문가와 함께 준비해보실까요?

아름다운 음악 같은 유언 vs 법적으로 힘을 가진 유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시네마 천국’, ‘러브 어페어’. 이 영화들을 떠올릴 때면 익숙한 선율이 어디선가 흘러 나옵니다.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이 담긴 영화들입니다. 엔니오 모리꼬네는 안타깝게도 1년 전쯤 작고했습니다. 그는 이런 유언을 남겼다고 합니다. “엔니오 모리꼬네는 죽습니다. 내 곁에 있거나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들에게 알립니다. 이런 방식으로 작별 인사를 대신하고 비공개 장례를 치르는 이유는, 방해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 그는 아내에게 “나는 당신에게 매일 새로운 사랑을 느꼈습니다. 이 사랑은 우리를 하나로 묶었습니다. 이제 이를 단념할 수밖에 없어 정말 미안합니다. 당신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작별을 고합니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엔니오 모리꼬네의 유언은 그의 음악만큼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법적인 의미에서의 유언은 그가 남긴 유언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마지막으로 남기는 말이라는 일상적 의미의 유언과는 달리, 법률은 법적으로 효력을 갖는 유언을 엄격히 정해 놓았습니다. 법률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유언은 무효입니다. 민법은 유언의 방식을 5가지로 정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자필증서와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입니다. 그 밖에 녹음, 비밀증서에 의한 유언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4가지 방식의 유언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만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을 할 수 있습니다.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간사들과 회의하는 기부컨설팅위원회 황예영 위원

하나. 손으로 직접 쓰는 방법 –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

30대 김나눔 씨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기회로 삼고자 유언장을 쓰기로 했습니다. 유언 내용을 직접 손으로 쓰고, ‘2021년 8월, 서울 종로구 옥인동에서 김나눔’이라고 자필로 썼습니다. 이 유언장은 효력이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이 유언은 무효입니다.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직접 손으로 쓰는 방식을 말합니다. 유언자는 유언 내용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모두 직접 손글씨로 작성하고, 도장을 찍어야 합니다. 도장은 지장을 찍어도 무방합니다.

김나눔 씨가 쓴 유언은 정확한 날짜와 주소가 없기 때문에 무효입니다. ‘2021년 8월’까지만 작성한 경우 정확한 작성연월일을 알 수 없습니다. 유언에서 작성일자는 유언능력이 있는지, 유언의 선후 등을 판단할 때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에 반드시 정확히 써야 합니다. 또 유언자의 주소도 정확히 작성해야 합니다. 실제로 어느 자산가가 150억대의 재산에 대한 자필 유언장을 남겼지만, 유언자의 주소가 빠졌기 때문에 무효가 된 사례도 있습니다.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가장 간편한 방법이지만, 유언자가 사망한 후에 유언이 진정으로 작성된 것인지 쉽게 판명되지 않을 수 있고, 위조·변조의 위험이 있습니다.

둘. 공증인 앞에서 말하는 방법 –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

가장 확실한 유언을 하고 싶다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을 기억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공증인 앞에서 유언 내용을 말하면, 공증인이 유언장을 대신 작성하는 방식입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이긴 하지만, 비용이 들고 유언 내용이 누설될 수 있습니다. 이 유언에는 증인 2명이 필요합니다. 유언자가 공증인 앞에서 유언 내용을 직접 말합니다. 공증인은 유언자가 한 말을 필기한 다음, 필기한 내용을 유언자와 증인에게 낭독합니다. 유언자와 증인이 공증인의 필기가 정확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각자 서명이나 기명날인합니다. 만약 김나눔 씨가 말을 못하는 상태여서 공증인에게 유언 내용을 말하지 못하고, 공증인의 물음에 고개만 끄덕거렸다면 어떻게 될까요. 법원은 이런 경우 유언자가 직접 말한 것으로 볼 수 없어 무효라고 하였습니다.

셋. 녹음하는 방법 – 녹음에 의한 유언

알고 보니 유튜버였던 김나눔 씨는 요즘 시대에 무슨 손글씨냐며, 유언을 콘텐츠로 하는 영상을 촬영하기로 했습니다. 유언 내용과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 이번에는 2021년 8월 1일이라고 연월일도 정확하게 말했습니다. 과연 이번에는 유언으로 효력이 있을까요. 유언 방식 중에는 녹음에 의한 유언이 있는데, 김나눔 씨의 영상이 이 유언의 요건을 갖췄는지 살펴봐야겠습니다. 녹음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유언 내용, 성명, 연월일을 직접 말하면 되는데, 한 가지가 더 필요합니다. 증인이 유언이 정확하다는 것과 자신의 이름을 직접 말해야 합니다. 증인은 1명이어도 괜찮습니다. 김나눔 씨의 영상에는 증인이 없었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이번에도 효력이 없습니다. 이 방법은 문자를 모르는 사람도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녹음으로만 남기는 경우 위조·변조가 쉽고 녹음된 유언자의 음성으로 동일성을 확인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넷. 비밀로 작성하는 방법 – 비밀증서에 의한 유언

김나눔 씨는 유언장을 썼다는 사실은 밝히고 싶지만, 유언 내용은 비밀에 부쳐두고 싶습니다. 이럴 때는 비밀증서에 의한 유언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우선 유언 내용과 성명을 유언서에 적습니다. 유언서는 꼭 자필로 쓰지 않아도 됩니다. 유언서를 봉투에 넣어 밀봉하고 밀봉한 부분에 도장을 찍습니다. 밀봉된 유언서를 증인 2명에게 보여주면서 자신의 유언서임을 확인 받습니다. 봉투 표면에 제출연월일을 쓰고, 유언자와 증인이 각자 서명이나 기명날인합니다. 표면에 기재된 날부터 5일 내에 확정일자를 받으면 유언이 성립합니다. 유언내용을 비밀로 하고 싶을 때 유용하게 쓸 수 있기는 하지만, 유언의 성립이나 효력에 다툼이 생길 수 있고 분실·훼손의 위험이 있는 것이 단점입니다.

다섯. 다른 사람이 유언을 대신 받아 적는 방법 –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

질병이나 급박한 사정으로 앞에 살펴본 유언들을 할 수 없는 경우에 예외적으로만 인정되는 유언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유언을 대신 받아 적게 하는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입니다. 증인 2명이 참여하는 곳에서 유언자가 유언 내용을 말하면, 증인 중 1명이 그 내용을 필기하고 낭독합니다. 유언자와 증인이 낭독한 내용이 정확하다는 것을 승인한 후에 각자 서명이나 기명날인합니다. 마지막으로 증인이나 이해관계인이 급박한 사유가 종료한 날(유언 작성일)부터 7일 내에 법원에 검인 신청을 하면 됩니다.

유언 방법, 한 눈에 요약!

 

나의 신념과 가치가 담긴 주체적인 글쓰기, 유언장 작성 

1인 가구가 늘고, 다양한 모습의 가족이 생기고 있습니다. 혈연이나 법으로 묶이지 않더라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에게 유산을 남기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평소 가치를 두고 있던 곳에 유산을 기부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습니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도 유산이 자신의 뜻에 맞게 쓰이도록 주체적으로 유산의 쓰임을 계획하기도 합니다. 최근 유언장을 작성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고 합니다.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 의미 있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유언은 쉽고 유용한 도구입니다. 오늘 소개한 유언의 다섯 가지 방법이 이런 의미 있는 과정에 나에게 적합한 유언의 방법은 무엇일지를 고민해보고, 법적 효력을 갖출 수 있도록 꼼꼼하게 준비하는 데 작게나마 보탬이 되면 좋겠습니다.

기부컨설팅위원회 법률 분과 황예영 위원

아름다운재단 기부컨설팅위원회는 기부자의 상황에 가장 적합한 유언 방식을 제안하고, 발생 가능한 여러 상황을 검토합니다. 법률은 유언의 종류와 요건을 엄격히 정하고 있습니다. 유언서 작성과 공증 등 전 과정에서 기부컨설팅위원회가 법적 도움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기부자의 소중한 가치를 고스란히 담을 수 있도록 기부컨설팅위원회가 조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글 |  기부컨설팅위원회 황예영 위원  

#서 간사 Talk

황예영 위원님과 함께 알아 본 유언의 다섯 가지 방법. 나에게는 어떤 유언이 가장 적합할지 조금은 그림이 그려지시나요? 언제든 상황은 바뀔 수 있고, 그에 맞는 유언의 방법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한 번쯤 나의 인생을 돌아보며 남기고 싶은 것들을 정리해보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소중할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제 생일을 맞아 그동안 종종 진지하게 생각해왔던 사후 장기기증을 서약했어요. 지금 당장 벌어지는 일이 아님에도 꽤 오랫동안 진지하게 숙고했고, 한편으로는 마음이 조금 이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마음먹고 서약을 하고 나니 뿌듯하고, 오히려 나중에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데 꼭 보탬이 되도록 더 건강하게 내 몸을 잘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언장 준비도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요? 유언장을 쓰기 전에는 괜히 무겁게 다가오지만 막상 쓰고 나면 오히려 ‘앞으로의 삶을 더 잘 살아내야겠다’하는 의지를 다지게 되는 것. 다가오는 올 연말에는 저도 처음으로 유언장 쓰기에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여러분도 언젠가 나만의 유언장 준비를 계획하신다면, 이 콘텐츠를 한번 떠올려주세요~ 😀

법률/세무·회계/부동산 각 분야 전문가 5인으로 구성된 <아름다운재단 기부컨설팅위원회>는 나눔으로 우리 사회에 작은변화를 만들고자 하는 뜻을 가진 분들이 어렵지 않게 그 뜻을 실현하실 수 있도록 전문 자문을 바탕으로 그 과정을 돕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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