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뜨거워지는 지구의 온도를 낮추는 방법!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줄이는 거예요. 개인이 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어요. 실제로 정부와 기업의 책임이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고요. 그런데, 뭐든 안하고 그냥 가만히 있을 순 없잖아요. 우리의 오늘과 내일을 결정하는 일인만큼 정확하게 이해하고, 어떤 목소리를 낼지도 정해야 해요. |
태어나서 죽는 그 날까지 우리 모두는 소비자입니다. 자급자족이 어려운 세상에서 반드시 누군가가 만든 물건을 구매하고, 쓰고, 버리게 되어있으니까요. 올해 1월 발족한 비영리단체 ‘소비자기후행동’은 모두가 소비자로 살아가는 세상이라면, 기후대응의 동력도 그들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힘을 모아서 ‘소비기한 표시제’ 도입을 위한 앵그리푸드 캠페인을 진행했고요. 멸균팩을 일반쓰레기로 바꾸려하는 환경부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이거 한다고 되겠어?’라는 의문에 보란 듯이 ‘하니까, 되더라!’라고 말할 수 있을 만한 성과도 있었습니다. 소비자기후행동 이차경 공동대표와 함께 다 같이 ‘쪽수의 힘’을 충전해봐요.
소비자 힘을 모으면, 일상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어요.
Q. 최근 기후행동을 진행하는 단체들이 참 많은데요. ‘소비자기후행동’이라는 새로운 단체를 만들고, 또 소비자와 활동을 진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지금까지 ‘새로운 단체를 설립하기보다 기존 단체에 힘을 싣는 게 낫지 않냐’는 질문을 참 많이 받았는데요.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중에 식품시스템이 차지하는 비율이 ¼ 정도예요. 소비자들이 생활의 방식을 바꾸고 생각을 바꾸면 실제로 온실가스를 바꾸는데 기여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위기의 시대를 사는 소비자들이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그래서 함께 의제를 만들고 대안을 제시하고 실천을 확산할 수 있는 단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Q. 단체 설립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요. 그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어요?
A. 충남 아산에서 아이쿱 이사장으로 일했어요. 조합원 운동을 하면서 공통의 문제를 가진 사람들과 해법을 탐구하는 경험을 많이 했죠. 임기를 마친 후에도 동료들과 함께 문제를 풀어내는 경험을 하고 싶어서 시민단체 활동가가 됐습니다. 처음에는 ‘소비자의 정원’이라는 단체를 만들어서 식품정책, 소비자의 알 권리, 플라스틱 등의 이슈를 다루는 활동을 2년 정도 했는데요. 모든 이슈의 중심에 기후위기가 있더라고요. 기후위기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데 의견이 모아지면서 단체 이름과 체계를 정비해 새롭게 출범하게 됐습니다.
당장 10년 뒤, 우리가 살아갈 세상은 지금과 달라야 해요.
Q. 설립 7개월 만에 벌써 회원 수가 3천 명으로 늘어났어요. 그간 열심히 활동하온 결과가 아닐까 하는데요. 소비기한 표시제 도입을 촉구했던 ‘앵그리푸드 캠페인’에 대해 들려주세요.
A. ‘앵그리푸드 캠페인’은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음식물을 버려야 하는 소비자들의 분노를 ‘앵그리푸드’로 표현한 캠페인이에요. SNS에 유통기한이 찍힌 물품 사진을 올리고 소비기한에 대한 메세지를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어요. 유통기한은 특정 시점으로 식품이 변질된다고 간주했을 때 6-70% 앞서 정하는 반면, 소비기한은 80~90% 앞선 수준에서 설정되거든요. 충분히 먹을 수 있는데도 유통기한 하나밖에 표기되어 있지 않으니 버려지는 게 많아요. 단순한 쓰레기 문제가 아니예요. 음식물 쓰레기는 지구온난화를 심화시키기는 원인 중 하나거든요. 음식물 쓰레기는 땅에 매립된 이후 부패하는 과정에서 메탄가스*와 같은 온실가스를 발생시켜요. 한국은 매일 14,314톤의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는데요. 그 과정에서 885만 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됩니다. 소비기한이 도입되면 음식물 쓰레기도 줄일 수 있고, 온실가스 배출도 줄일 수 있죠. *이산화탄소에 비해 온난화지수가 20배 정도 높음
Q. 캠페인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액션도 진행하셨다고 들었어요. 어떤 활동들을 진행하셨어요?
A. 올해 초부터 소비기한 표시제 도입을 촉구하는 내용의 서명을 받았어요. 1,800명이 참여했는데 큰 힘이 되더라고요. 이어서 소비기한 표시제 법안이 상정된 것을 알고 회원들과 함께 국회의원 사무실에 계속 팩스를 보내고 전화도 했어요. ‘2050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게 의지를 가지고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통과시켜달라’는 메세지였습니다. 6월 16일에 해당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했고, 6월 17일에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7월 24일에는 본회의를 통과했죠. 2023년부터는 소비기한 표시제가 도입*될 예정입니다. *우유만 8년 유예
Q. 소비기한 표시제뿐만 아니라 얼마 전 멸균팩 관련 대응도 인상깊었어요. 재활용 지식이 없다보니 좀 어렵게 느껴지더라고요. 설명을 해주신다면요?
A. 멸균팩은 종이팩에 알루미늄을 붙여서 산소나 자외선을 막아줘요. 우유나 주스 등을 실온에서 보관할 수 있다보니 생산 과정에서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들죠. 무엇보다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히기도 하고요. 지난 2월에 환경부에서 멸균팩은 여러 재질이 붙어있으니 재활용이 어렵다는 이유로 일반쓰레기로 배출하라는 내용의 행정예고를 낸거예요.
Q. 소비자들이 직접 멸균팩에 붙어있는 알루미늄을 뜯어서 버려야 하는건가요?
A. 아니요. 그냥 분리배출만 해도 충분히 재활용이 가능해요. 재활용 처리과정에서 물에 불리면 알루미늄을 쉽게 분리할 수 있어요. 마침 아이쿱 자연드림 매장에서 멸균팩을 수거하는 자원순환운동을 계속해왔기 때문에 재활용이 되는건 물론이고 휴지로도 만들 수 있는 자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환경부에 직접 찾아가서 의견서를 전달했고 멸균팩의 재활용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드렸죠.
환경부에서 하는 간담회도 몇 차례 가게 됐는데요. ‘2050년 탄소중립을 이뤄내야하는데 이렇게 저렇게 현실적 조건을 따져서 같은 결정을 내린다면 10년 후에도 똑같은 이야길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씀드렸어요. 지금은 종전과는 다른 결정을 해야하고 소비자들도 노력해야 한다고요. 다행히 환경부에서도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셨고, 앞으로 멸균팩에 분리배출표시를 해서 재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지침 개정, 확정 고시가 되었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조금씩, 함께 해봐요.
Q. 회원들이 똘똘 뭉쳐서 활동하는게 느껴져요. 저력이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A. 긴급행동이 필요할 때마다 함께 해주시는 회원들이 있어요. 상근활동가도 아닌데 팩스를 보내고 전화를 하는게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거든요. 인증하고, 독려하고, 또 다른 참여로 이어지고… 쪽수의 힘이라고나 할까요. 저와 같은 사람 3,500명이 버티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 힘이 돼요. 긴가민가했던 회원들도 2021년 상반기에 만들어낸 변화들을 보면서 ‘내가 한 게 아무것도 아닌 줄 알았는데 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신다고 하네요. 앞으로도 소비로 하는 투표를 이어간다면 기업의 혁신과 정부의 제도와 정책의 변화를 견인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Q. 주목할 만한 성과들이 있었지만 기후위기는 단기간에 해소할 수 없는 과제이기도 합니다.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차이도 있고요. 쉽지 않은 일인데도 꾸준히 기후행동을 이어갈 수 있는 동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위기에 대응하는 사람들의 태도나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면 먼저 느낀 사람들이 뭐라도 하고, 공감대를 확장시킬 수 있는 방식으로 지금이 위기라는 걸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2021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온 것처럼 기후위기의 정점이라고 말하는 2050년도 금방 우리의 내일이 될 수 있거든요. 요즘 화면 가득 불타는 숲이나 물에 잠긴 도시를 보면 남의 나라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고 위기감이나 조급함이 올라와요. 그래서 걱정만 하고,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는 무기력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움직이려 해요.
Q. 출범하시자마자 바쁘게 달려오셨는데요. 2021년 하반기에는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계신가요?
A. 올해 집중하려 했던 의제 중의 하나가 채식 위주의 식생활 실천인데요. 유엔식량농업기구 (FAO)에 따르면, 축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4.5%를 차지한다고 해요. 소수의 사람이 완벽하게 실천하려고 하면 지속적으로 하기 어려우니까, 완벽하지 않아도 다수의 사람들이 실천하는 방향을 염두하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하루 정도 채식을 시작해보는 거죠. 건강을 위해서 그리고 지구를 위해서.
Q. 기후위기 앞에서 막막해하는 소비자들에게 마지막으로 어떤 말씀을 전해주고 싶으세요?
A.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어요. 크리킨디라는 벌새의 이야기인데요. 불이 났는데 크리킨디가 부리에 물을 길어다가 날라요. 사람들은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겠냐’고 하는데 크리킨디는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걸 할 뿐이야’라고 말하죠. 크리킨디의 용기를 전해드리고 싶어요. 혼자서는 제자리걸음 같아도 같이 하니까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는 게 느껴지거든요. 얼마 전에 믹스커피 100개들이 박스 손잡이가 플라스틱에서 종이로 바뀌었어요. ‘저게 돼?’했던 게 충분히 가능하잖아요. 우리가 똑똑하게 선택하면 소비를 하는 것만으로도 바뀔 수 있습니다. ‘나부터 뭔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생각을 78억 인구가 함께 한다면 우리 아이들이 마주하게 될 미래는 정말 달라질 거예요.
사진 : 소비자기후행동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