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란 접점으로 시작된 인연, ‘레알갑농부기금’이 되었습니다.

2020년 새해, 한 게임회사가 떡국 나눔 행사를 엽니다. 초청 대상은 게임 유저들이었어요. 국산 농산물로 지은 한 끼 식사를 나누며, 우리 땅에서 난 것들을 소개하고 나누는 풍경이 펼쳐졌죠. 게임의 정체는 바로, 농사를 짓듯 밭을 가꾸고 수확하는 ‘레알팜’이었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전에는 레알팜 유저들이랑 같이 농활을 다녔거든요. 농촌에서 밭을 메거나 곡괭이질을 할 때 ‘게임에서 내가 하던 일이 이거구나’ 하면서 몇 시간 동안 숨도 안 쉬고 일하는 걸 보게 됐어요. 농업이 가진 힘을 느꼈습니다.” 네오게임즈 박동우 대표

네오게임즈 박동우 대표

네오게임즈 박동우 대표

박동우 대표만큼이나 행사에 진심이었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우리 쌀을 가공해 맛있는 떡국 떡을 만들고, 사람들과 나눈 칠갑농산 이영주 대표였죠.

“레알팜x칠갑농산 행사에 참석하신 한 참여자분의 말씀이 여전히 뇌리에 남습니다. 당시 어머님 건강이 좋지 못하셔서 외부활동이 원활치 못한데다가 야채, 과일 외에는 드실 수 없는 상태셨다고 해요. 그래서 가족들이 함께 레알팜 게임을 시작하셨다고 하더라고요. 레알팜 가상 농장에서 게임을 즐기며, 농사를 잘 일궈내면 실제 농산물이 우리집 앞에 도착하니, 참 흥미로운 게임이라 여기셨대요. 심심풀이 차원을 넘어, 직접 가상 농장을 일구고 수확해낸 싱싱한 농작물을 직접 받기위해 가족들이 전적으로 게임 서포트를 했다고 합니다. 병환을 앓으신 이래로 행사에 참여해서 거의 몇 년만에 떡국을 드셨다고 하더라고요. 칠갑농산 국산쌀로 만든 떡국을 드신 후, 속이 참 편하고 소화도 잘 되었다고 하시면서, 두 모자분께서 함께 눈물을 흘리시며 좋아하셨어요.” 칠갑농산 이영주 대표

칠갑농산 이영주 대표

칠갑농산 이영주 대표

농업의 맥을 게임으로 이어가는 ‘디지털 농부’ 네오게임즈 박동우 대표와 지난 40년간 국산 농산물을 가공해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인 칠갑농산 이영주 대표. 두 사람은 ‘농업’이란 접점으로 인연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2020년 12월, 미래 농부들을 위해 힘을 모아보자며 ‘레알갑농부기금’을 조성했는데요. 아름다운재단 권찬 사무총장, 그리고 두 기업의 대표들과 만나 기금에 담긴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시대가 변해도 농업의 가치는 유효합니다.

어느 때보다 먹거리가 풍부한 시대에 살고 있지만, 정작 생산자들의 현실에는 그늘이 드리워져 있습니다. 농촌은 텅텅 비어가고, 농부들의 현실은 고달프죠. 그 사이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뚝 떨어졌습니다. 2009년 56.2%였던 식량자급률은 2019년 45.8%로 10%가량 하락한 상황입니다.

네오게임즈 박동우 대표는 농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위기의식과 농부들의 결집된 힘을 게임 스토리로 녹였습니다.

“레알팜은 다국적 GMO 그룹, 탐욕적인 종자 기업에 의해 농업이 위기를 맞이하게 되고, 농부들이 뭉쳐서 극복해야 한다는 스토리에서 시작해요. 실제로 코로나19 확산되면서 식량문제가 대두되기도 했잖아요. 먹거리 생산이 멈추는 순간 우리 삶이 없어지는 거에요.” 박동우 대표

네오게임즈 박동우 대표(왼쪽), 칠갑농산 이영주 대표(오른쪽)

네오게임즈 박동우 대표(왼쪽), 칠갑농산 이영주 대표(오른쪽)


칠갑농산은 먹거리에 대한 곧은 신념으로 쌀 가공업을 이어왔습니다. 국산 농산물이 최대한 활용될 수 있도록 간편식부터 떡, 면, 소스 등 다양한 가공식품을 만들어왔죠. 가업을 이어받은 이영주 대표는 창업주이자 아버지인 이능구 회장의 이야기를 마음에 새겼다고 합니다.

“아버지께서 배고픈 시절을 경험하신 만큼 농업과 먹거리의 중요성에 대해 늘 말씀하셨어요. ‘가능한 좋은 재료로,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셨죠. 거래를 할 때도 5:5가 아니라 항상 4:6으로, 회사가 더 적게 가지라고 하셨어요. 실제로 칠갑농산 제품에서 객단가가 5천 원이 넘는게 없어요. 굉장히 서민적인 음식을 만들고 있고요. 원가와 소비자가의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다는 의미죠.” 이영주 대표

마음 모아 진행한 두 번째 공익 프로젝트 ‘구세농 보급상자’

박동우, 이영주 대표는 떡국 나눔 행사 이후에도 뜻 깊은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바로 ‘구세농 보급상자’인데요. 구세농은 ‘농부가 세상을 구한다’는 의미의 레알팜 게임의 슬로건입니다.

칠갑농산X네오게임즈 ‘구세농 보급상자’

칠갑농산X네오게임즈 ‘구세농 보급상자’


박동우 대표는 코로나19가 확산되던 2020년 5월, 재난에 대비한다는 의미를 담아 구세농 보급상자를 만들어 유저들과 나누었습니다. 식량자급과 생명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기획이었죠. “칠갑농산에 위기 상황에 먹을 수 있는 식품을 꾸러미로 모아 유저들에게 보내자는 제안을 했는데 이영주 대표가 흔쾌히 해보자고 했다”며 칠갑농산에 공을 돌렸습니다. 이영주 대표 역시 “구세농 보급상자라는 기획 자체가 참 좋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좋은 기획, 프로젝트는 호응하는 유저들이 있어야 완성되겠죠? 권찬 사무총장은 게임의 유저들의 진정성에 놀랐다며 후기를 전했습니다.

“레알갑 게임 댓글을 제가 다 봤는데 유저들의 대화망이 굉장히 탄탄합니다. 서로 칭찬하고, 게임 속에서 서로 돕기도 하고요. 비난이 아니라 게임에 대한 기대를 표출하는 것을 보면서 유저들의 진정성이 느껴졌습니다. 따뜻한 유저들이 만드는 게임이기에 10년이란 시간 동안 이어올 수 있었고, 또 청년 농부를 지원할 수 있는 사업도 가능했던게 아닐까 싶습니다.” 권찬 사무총장

아름다운재단 권찬 사무총장

아름다운재단 권찬 사무총장

청년농부들을 위한 품앗이 정신, 농업의 미래가 됩니다.

프로젝트로 의기투합해본 박동우, 이영주 대표는 나눔의 판을 더 키우기로 했습니다. ‘레알갑농부기금’을 ’만들어 청년 농부를 지원하기로 마음을 모은 거죠!

레알갑농부기금 협약식

레알갑농부기금 협약식

“이 시대에 농부가 된다는 건 쉬운 선택이 아니에요. 벤처농업대학을 다니다보니 청년 농부들을 알고 있는데요. 농사를 지어서 판매까지 가기가 너무 어렵더라고요. 칠갑농산이 농산물을 이용해서 가공식품을 만들고 소비자 니즈에 맞추는 제품을 만들면서 부가가치를 만들어온 회사잖아요. 장기적으로는 청년농부들도 농산물을 통해서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었으면 해요. 칠갑농산이 거기에 좀 더 보탬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영주 대표

박동우 대표는 농부만 수익이 낮은 현실에 대해 문제의식을 늘 가지고 있었다며 구조를 변화시키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레알갑농부기금으로 농업, 농촌, 청년농부를 더 많이 지원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얼마전 칠갑농산과 콜라보레이션으로 국물떡볶이(클릭)를 만들었는데요. 판매 수익금 일부를 레알갑농부기금에 적립하면서 기금의 지속가능성을 늘리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기업을 운영하면서 칠갑농산 같은 기업과 협업하고, 이를 통해 농부들의 삶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박동우 대표

아름다운재단은 ‘레알갑농부기금’을 통해 지리산 권역의 새싹농부들을 지원합니다. 지리산 권역의 공익활동을 지원하는 지리산작은변화지원센터도 든든한 파트너로 함께 하고 있는데요. 얼마전 첫 번째 프로젝트인 ‘논밭생활백과’ 운영을 시작했어요. 농사 지식과 경험, 농부들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공유하는 웹페이지랍니다. 먼저 농사를 지어본 사람들의 생생한 경험담, 귀농하며 겪을 수 있는 현실적 어려움 등을 아낌없이 나누어줄 예정입니다.

“박동우 대표님, 이영주 대표님 두 분 모두 청년농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만큼 아름다운재단 역시 진정성있게 사업을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지리산에 방문하면서 이야기를 듣고, 또 미래를 그려보고 있는 과정을 이어가고 있고요. 단순히 농업에 기계적으로 접근하는게 아니라, 땅의 가치나 먹거리의 가치 등 근본에 대해 좀 더 듣고 만나면서 청년농부들을 지원하겠습니다.” 권찬 사무총장

한국 농촌의 맥을 잇는 중요한 정신, 품앗이입니다. 힘든 일을 서로 거들며 위기를 이겨낸다는 뜻이죠. 농촌의 푸른 미래가 시들지 않도록, 청년 농부들의 어깨가 축 쳐지지 않도록 마음을 모은 ‘레알갑농부기금’에 담은 마음 또한 품앗이 정신일 거예요. 그 마음의 무게와 밀도를 알기에, 앞으로 꾸준히 청년농부들을 응원하며 나아가겠습니다. 앞으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사진 : 임다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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