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증거를 담는 후후레터! 여섯 번째 주제는 장애인 교육권입니다. 교육 현장의 변화를 만들기 위해 달리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가야 할 길을 찾아봤어요. 장애, 비장애아동의 통합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한사랑어린이집, 문경자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
한사랑어린이집은 1998년 장애아동들을 돌보는 어린이집으로 시작한 곳입니다. 장애아동의 통합교육을 위해 2003년부터는 비장애아동도 함께 보육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장애아동이 소수인 보통의 통합어린이집과는 달리 장애아동이 비장애아동보다 훨씬 많습니다. 교사 1인이 소수의 아이들을 밀착해서 돌보는데다 부모들과 함께 교육과정을 상의하고 운영하다보니 비장애아동의 양육자들에게도 인기가 높아졌죠.
한사랑어린이집이 위치한 곳은 대구의 ‘안심마을’입니다. 이 마을은 한사랑어린이집이 생겨난 후 점차 방과 후 교육기관, 주간보호센터, 그룹홈, 발달장애인자립지원센터가 생겨났죠. 장애인들이 불편하거나 어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는 마을이 되어가고 있는건데요. 변화의 시작이 된 한사랑어린이집을 통해 통합교육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지역주민이 반대했던 어린이집, 변화의 구심점이 되다.
Q. 비장애, 장애 아동의 통합교육을 진행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와닿지 않는데요. 좀 더 쉽게 설명해주세요.
A. 같은 공간에서, 서로를 보고 이해하고 배우는 과정이 통합교육이라고 생각해요.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개개인 하나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게 당연한 세상을 지향하는거죠. 한사랑어린이집은 등원부터 수업, 하원까지 장애, 비장애 아동이 함께하고 있어요. 수업을 할 때 얘기를 하고 호응해주는건 사실 비장애아동입니다. 지금 어린이집에 등원하는 장애아동 중에서 선생님과 직접 소통이 가능한 아이가 소수고요. 그렇다고 상호작용이 전혀 안되는 것은 아니에요. 자칫 장애아동들은 소외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같은 환경 속에서 수업 현장을 관찰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는 거예요. 차츰 호기심을 보이면서 다가오거나, 멀리서 지켜보는 경우도 있어요. 아이들의 곁에는 선생님들이 계속 같이 있고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서로의 존재를 받아들이게 되고 어우러져서 통합교육이 가능한 것 같습니다. 사실 처음에 주택가 안에 어린이집을 만들 때는 집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반대가 많았다고 해요. 그런데 차츰 지역주민들과 관계가 좋아지면서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도 한사랑어린이집이라고 인정해주세요.
Q. 밀착해서 아이들을 돌보려면 아무래도 많은 선생님들이 필요할 것 같은데 어떤가요?
A. 다른 어린이집들과는 다르게 2-3명의 담임선생님이 한 반을 돌보는 구조예요. 상대적으로 아이를 볼 수 있는 여력이 조금은 더 구축되어 있는 셈이죠. 장애아동뿐만 아니라 비장애 아이들도 섬세하게 볼 수 있으니 인기가 높아졌어요. 또 교사들이 어린이집 운영안을 짜고 예산을 잡고 나면 양육자들과 공유하고, 운영방안을 논의해요. 어린이집-교사-학부모가 수평구조로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셈이죠. 점점 우리 어린이집이 소문이 나다보니 비장애아동들의 경우에는 대기를 해야만 들어올 수 있는 상황입니다. 13년 전에 입사했을 때는 7세 아이 3명 밖에 없었는데 꾸준히 원장님이나 선배 선생님들이 지인들에게 비장애아동을 보내 보시라고 설득하는 과정도 있었다고 알고 있어요.
Q.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은 각각 자신과 타인의 장애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있나요? 또 서로를 어떻게 대하고 배워가는지 궁금합니다.
A. 처음에 같은 반이 되고 나면 서로의 다름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관찰해요. 쉽게 다가가지 못하기도 하고, 피하기도하고요. 교사들이 나서서 섣불리 아이들에게 설명하지 않아요. 기다려주고, 똑같이 대합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빠르게 적응하고 받아들이더라고요. 어른보다 더 빨리요. 몇 년 전 일화가 생각나는데요. 계속 울기만 하는 아이가 있었어요. 대부분의 아이들이 ‘저 아이는 하루종일 우는 아이’라고만 생각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어느 날 우리반 비장애 아이가 저를 막 부르는거예요. ‘선생님 OO이가 찾잖아요! 왜 모른척해요!’라고 하더라고요.(아이들의 말투 그대로예요)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묵묵히 보고 있다가 아이가 어떤 행동을 하면 ‘지금 뭘 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교사보다 더 빨리 알고 반응하더라고요. 같이,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를 알아가는 아이들을 통해서 교사들이 배우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을 넘나드는 등하원 차량…. 모두의 교육권을 위해 필요한 것은?
Q. 한사랑어린이집처럼 장애아동을 돌보는 보육기관이 아직까지는 굉장히 적다고 들었어요. 어떤가요?
A. 전국에서 어린이집의 규모는 전국적으로 4만 개가 조금 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 중에서도 장애아동만을 보육하는 전담어린이집은 180개가 조금 안되고요. 우리 지역에서도 장애전담어린이집은 겨우 제가 근무중인 시설 단 한 곳밖에 없습니다. 한사랑어린이집의 경우에도 등하원 차량이 3대인데, 통학시간이 길고 오래 걸려요. 경산, 영천 등 타 시군에서 오는 경우도 있거든요. 직접 등하원시키는 양육자들의 경우에는 힘든 상황인거죠. 장애통합어린이집도 시설이 너무 적어 일반어린이집에서 보육하는 교사들의 하소연이 늘고 있어요. 반에 장애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이 있는데도 전문적으로 보육을 할 수 없어서 힘들다는 상담을 많이 받고 있어요.
Q. 장애아동을 마음 놓고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이 달라져야 할까요?
A. 수십년 간 보육정책은 비장애아동, 운영자 중심으로 움직였어요. 교사 대 아동 비율마저도 지금까지 비장애아동 기준으로 되어있고, 장애아동만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이 거의 없었죠. 간혹 생기더라도 교육현장에서 반영하기 어려웠어요. 장애보육 예산은 복지부에서 집행하는데, 교육부에서 지원하는 특수학교 예산의 절반도 못 미치는 수준이거든요. 어린이집의 경우에도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보육정책과 예산마련이 지금 보다는 더 많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어디를 다니든 교육은 평등하게 받아야 하는 거잖아요.
Q. 보육기관인 어린이집에서 초등학생 아이도 돌보고 계신다고 하셨어요. 오랜 기간 아이를 지켜보다보면 교육 과정에서 필요한 것들이 더 잘 보이실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A. 장애전담어린이집은 초등학생 방과 후 수업도 해요. 그래서 장기간 성장기간을 지켜보게 되는데요. 제가 입사했을 때 만난 아이가 작년에 졸업을 했어요. 오래 함께하다보니 졸업식마다 얼마나 우는지 몰라요. 그때가 되면 어머니들 표정도 어두워져요. 다른 곳에서 새롭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준비를 해야 하니까 불안하고 두려우신거죠. 교사들은 ‘양육자가 모든 것을 책임지려고 하지 마라’, ‘사회에 연계해서 같이 해야 하는 거니까 부담을 갖지 말라’고 이야기하지만 쉽지 않아요. 아직까지는 양육자 몫으로 남겨진 부분이 많으니까요.
마음 놓고 배우고, 일하며 살아가는 것, 통합의 의미 아닐까요?
Q. 그래서 더욱 안심마을의 사례를 주목하는게 아닐까 싶어요. 한사랑어린이집을 시작으로 굉장히 많은 장애 관련 기관들이 생기고, 또 운영 중인데요. 어떻게 가능했던 일인가요?
A.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양육자와의 관계가 굉장히 끈끈하거든요. 입학하고 난 뒤 한 달 정도 되면 양육자들과 상담을 해서 교육관을 맞춰가는 시간을 보내는데요. 그때 서로 합의와 동의를 구하고, 부모들끼리 연결고리도 만들어줘요. 어린이집에서 뭔가를 정했을 때 양육자들과도 의견을 조율해서 결정하고요. 그러다 보면 어린이집 운영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는 거죠. 서로 네트워크가 강해지면서 어린이집 근처로 이사오는 경우가 늘어나다보니 점점 다양한 모임과 사업을 만드시더라고요. 방과 후 학교도 만들고, 마을 치료기관도 만들고, 그렇게 일자리가 생겨나고요. 마을 전체가 서로 연계된거죠.
Q. 어린이집을 졸업한 아이들이 마을에서도 잘 지내고 있나요?
A. 어디 가서 자랑하고 싶은데요. 졸업한 아이 중에 마을 안에 유기농 매장의 느림배송팀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배송 시간은 물론 오래 걸리죠. 차로 오면 10분 거리인데 3시간 걸린 적도 있고요. 그래도 기다립니다. 자신의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거예요. 이 외에도 마을에서 공부하고, 또 졸업해서 마을 연계기관으로 취업과 자립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룹홈에서도 함께 먹고, 만들고, 지내고요. 그게 결국은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간다는 의미 아닐까요?
Q. 우리 사회에서 통합교육의 의의가 좀 더 구체적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A. 통합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사회 속에서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거 아닐까요? 외모, 성격, 조건, 능력 등 모두 다르지만, 보통 사람들과 똑같은 삶을 살아야한다고 생각해요. 교육에서 배제되거나 분리되지 않고 교육받으면서 비장애인들과 어울려서 살아가야 한다는 거죠. 어린이집, 유치원은 그나마 통합을 지향하며 나아가려 하지만 학교로 가면 분리되거나 부분 통합이 되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그 문턱은 더 높아져요. 학교교육이 입시 위주이다 보니 장애학생들 기준의 교육환경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죠. 물리적 환경도 중요하고, 인력풀도 있어야겠지만 기본적으로 통합교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일어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진 : 한사랑어린이집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