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아름다운재단의 특별하고 반가운 기부자를 소개합니다. 대학생이 되어 생애 처음으로 혼자 번 돈, 전액을 선뜻 기부한 수연님입니다. 2014년 겨울 즈음이었습니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수연님은 스스로 사회문제를 찾고, 동참할 수 있도록 구성된 ‘나눔교육 반디’에 참여하고 싶다며 재단에 문을 두드렸습니다. 이후 ‘우리는 꿈의 항해사’라는 모둠을 만들어 친구들과 함께 나눔을 실천했어요. 그때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나눔이라는 꿈의 항해를 이렇게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는 수연님을요. 초등학생때는 나눔 활동가로, 중, 고등학교 때는 아름다운재단의 기금 배분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청소년 배분위원회 1기 위원으로, 재단과 처음 만난 지 7년 지난 지금은 기부자로! 자신만의 나눔의 항로를 확장해 가고 있는 수연님을 10월의 어느 날 재단에서 재회했습니다. |
Q.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해요.
A. 안녕하세요. 박수연이고 나이는 20살이에요. 현재 대학교에서 간호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Q.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A. 학교를 다니고 있기는 한데, 다른 전공을 생각하고 있어서 다시 입시도 준비하고 있어요. 다들 대학 입시 때문에 학교 공부까지 어떻게 하냐고 하는데, 학력 기준만 맞추면 되어서 입시보다 전공을 더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웃음). 현재 학교에 크게 불만족하는 것은 없지만 코로나로 애교심이 잘 생기지는 않아요. 특히 제 전공 간호학과가 많은 학생이 수강을 하다 보니 대면 수업을 못했어요. 오프라인에서 교수님, 친구들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기대하던 대학 생활을 충분히 경험해 보지 못해 좀 많은 아쉬움이 있어요.
Q. 간호학을 전공으로 선택하게 된 계기와 새로 입시를 준비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A. 간호학 선택은 특별한 계기가 있던 것은 아니고, 정해진 성적 기준이 있었어요. 제가 선택할 수 있는 분야는 경제경영학과 간호학이 있었는데, 경제경영학 보다는 간호학이 매우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학문이잖아요. 경제경영학은 책도 읽고 하면 어느 정도는 스스로 알 수 있는데, 간호학 같은 의학 전문 분야는 혼자서 섭렵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어서 도전해 보게 되었어요, 그런데 지금 엄청 고생중이에요(웃음). 입시를 다시 준비하는 이유는 저는 원래 사회학을 공부하고 싶었어요. 작년에 아쉽게도 지원을 못해서 올해는 다시 그쪽으로 지원을 해보려고 해요.
Q. 아름다운재단과 인연이 깊어요. 청소년 시절에 재단에서 여러 활동을 했는데 어떤 활동을 했는지, 혹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들이 있다면요?
A. 반디를 2번 했었고, 청소년배분위원회 활동을 했었어요. 반디는 6학년 때, 중학교 1학년 때 했었는데 사회문제를 생각해보고 이야기하는 과정이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린 나이에 사회문제라고 이야기하는 것들이 너무 터무니가 없었던 것 같거든요. 그런데 우리가 그냥 나누는 이야기들이 구체적으로 현실화되고 실천과제가 되는 굉장히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고쳐보고 싶은 것들이 있어도 스스로 실천하기 어려운데 계획이 세워지고, 직접 실천도 할 수 있게 된 것이 아직도 신기하고 기억에 남아요.
청소년배분위원회는 중학교 3학년 중간에 시작해서 고등학교 1학년 중반까지 했어요. 반디보다는 최근이기도 하고 장기 프로젝트로 해서 반디보다 더 기억이 생생해요. 그리고 반디보다도 더 저희가 주체적으로 활동을 할 수 있었어요. 활동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저희가 배분을 해드릴 기관을 직접 면접했을 때에요. 평소 면접에 대해 가졌던 생각은 면접관이 면접 보는 사람을 압박해야할 것 같고, 분위기 자체가 엄청 권위적인 그런 이미지였어요. 막상 지원 서류를 받고 배분위 심사 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많이 되었어요. 그런데 준비하는 과정에서 재단이 진행하는 방식의 면접 방식을 배웠어요. 갑을 관계일 수 있는 면접이 아니라 면접 보시는 분을 동반자로 존중하는 전혀 새로운 분위기, 느낌이 있는 면접을 직접 진행하고 경험해 보게 되었어요. 이 외에도 가장 즐거웠던 경험은 워크숍이었어요. 함께 활동했던 언니, 오빠들과 친하긴 했었는데, 그전보다 훨씬 더 친밀해질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좋으면서도 슬픈 감정이 들었던 순간도 기억이 나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마지막 발표회 날이었어요. 지원 받은 청소년 한 팀이 연락도 안 받고 결과 발표회도 안 왔었거든요. 그 순간 아쉽고 너무 슬펐어요. 그렇지만 발표회에서 저희가 배분해 드린 돈으로 결과를 말씀해 주실 때 어떻게 보면 우리는 금전적인 지원만 해드렸는데, 기대 이상으로 알찬 사업들을 진행해 주신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Q. 여러 활동을 통해 가까이서 지켜 본 아름다운재단은 어떤 곳이었어요?
A. 초등학교 때는 재단에 대한 개념이 없으니까 만나는 선생님들, 간사님을 통해서 재단을 알고 느낄 수 있었어요.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는 수직적일 수밖에 없는데 재단의 선생님들은 조력자, 잡아주시고 다듬어주시는 분 그런 느낌으로 저희를 대해주셨어요. 기존의 선생님과 제자의 관계와 반대여서 신기했고, 무엇을 하든 저희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해주셨어요. 그런 관계를 통해서 재단은 뭔가 선입견을 깨는 곳으로 느껴졌어요.
Q. 돈을 벌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첫 월급을 받았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A. 부모님이 용돈을 주시기 때문에 그렇게 돈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어요. 고등학교 때 국어 학원 선생님이 저를 많이 아껴주셨어요. 국어 과목을 좋아하기도 했고, 국어를 잘했어요. 선생님께서 도와줄 학생이 필요하다고 해서 처음에는 단기적으로 일을 했어요. 그러다가 조금씩 더 비중이 커지면서 월급을 받게 되었어요. 일하면서 나 진짜 힘들게 일한다 이런 생각을 했어요. 근데 제가 힘든 것에 비해 받는 돈이 얼마 안되더라구요(웃음).
Q. 첫 수입으로 사고 싶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을텐데… 그리고 학생으로서는 큰돈인데 어떻게 월급 전액을 기부하게 되었어요?
A. 고등학교 3학년 때 공부를 하다가 지치고 짜증이 나면, 버킷리스트를 작성했어요. 그 중에 ‘첫 알바비를 기부하기’가 있었어요. 막상 처음 돈을 받고는 그냥 아무생각 없이 놔두었어요. 좀 지나서 어떻게 할까 그러고 있었는데 우연히 버킷리스트를 보게 된 거에요. 본 순간 바로 기부할 수밖에 없더라구요. 어떻게 보면 버킷리스트는 상상이잖아요. 실제로 하니까 너무 재미있었어요.
Q. 가족이나 친구들이 수연님의 기부 소식을 알고 있나요? 반응이 어땠어요?
A. 부모님이랑 가족들한테는 먼저 이야기를 했어요. 부모님은 잘 생각했다고 의미 있게 쓰는 것도 좋다고 말씀하셨어요. 아빠가 장난식으로 ‘아빠 선물은 안 사줘?’라고 하시긴 했지만 매우 좋아해 주시는 것이 느껴졌어요. 친구들한테는 재단에서 기부 증서를 보내주셔서 SNS에 공개했어요. 친구들은 제가 봉사, 나눔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미지가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당연한 것을 했네’ 하는 반응이었어요. 쑥스러워서 24시간 이후에 지웠어요.
Q. 아름다운재단에 기부를 결정한 이유가 있을까요?
A. 활동할 때 제가 느낀 재단은 기존의 선입견을 깨는 곳이기도 했고, 경험을 통해서 신뢰할 수 있는 부분에서는 최고인 것 같아요. 저는 청소년 시기를 재단과 함께 했고, 청소년 시기가 멀어지는 것이 아쉬워서 재단에 기부를 했어요. 재단에서 활동했던 것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청소년에게 남다른 애착이 있어요. 그래서 청소년의 시기에 더 가까이 있는 지금 첫 알바비를 기부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Q. 기부자로서 재단으로부터 감사 전화를 받으니까 어땠어요?
A. 기부를 하면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기부 증서를 받고, 또 전화까지 받고 해서 너무 감동했어요. 제가 한 일이 다시 상기가 되고, 나중에 또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Q. 기부에 대한 확신이 없어 망설이고 주저하시는 분들께 해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A. 어떤 분이 기부금 영수증을 잘 발행하는 곳을 보라고 했던 것 같아요. 그런 곳에는 망설이지 않고 기부해도 되지 않을까… 그런데 그것보다 본인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공감이 되는 분야에 기부를 하면 좋겠어요. 자기가 생각할 때 이 부분은 의미가 있고, 필요가 있다는 게 분명해지면 기부를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제가 청소년을 생각하는 것 처럼요.
Q. 기부를 통해 좀 더 나은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기대를 가질 텐데요, 수연님이 꿈꾸는 사회는 어떤 모습이에요? 그것을 위해 개개인은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A. 제가 활동했던 청소년배분위원회와 같은 프로젝트가 많은 사회이면 좋겠어요. 저는 청소년들이 사회문제 관심을 가지고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가 좋다고 생각해요. 20살이 되면서 조금 아쉬웠던 것은 청소년들의 사회참여활동, 캠페인은 관심 갖고 볼 수 있겠지만 청소년으로서 제가 활동할 수 있는 일은 이제 앞으로 없다는 점이었어. 지금 보니까 청소년 시기는 중요한데 그 시기가 짧은 것 같아요. 그만큼 청소년들 스스로가 문제의식을 느끼고 활동할 기회가 더 많아져야할 것 같아요. 그리고 청소년들 개개인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누군가는 저를 따라서 기부하는 경험도 많이 가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제가 자원봉사활동을 소개할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는 나도 데려가줘 하는 반응이 많은데 기부를 했을 때는 ‘나도 해보고 싶다. 어떻게 했어?’하는 반응이 별로 없어요. 비영리단체들이 청소년을 위해서 하는 프로그램도 매우 중요하지만, 청소년들 스스로 기부에 관심을 더 많이 가지면 어떨까 해요.
Q. 청소년들이 참여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사회적으로 어떤 도움이 있으면 좋을까요?
A. 이건 매우 1차원적이어서 조심스럽기는 해요. 생기부에 이 부분을 더 강요해서 기재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했어요. 사회적 도움을 위해서 반디처럼 단기적인 나눔교육들도 많아지면 좋겠어요. 배분위원회 때 보니까 봉사시간, 생기부에 올리려고 온 친구들이 있었는데, 장기로 활동을 해야하니까 금방 흥미를 잃고 그만둔 사례도 보았어요. 더 많은 청소년들이 먼저 가벼운 활동들부터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게 되면, 거기서 더 심화시키고 발전시킬 수 있는 청소년들도 더 많아지게 되지 않을까요?
Q. 청소년 시기에 그런 나눔 활동이 지금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아요?
A. 우선은 청소년에 대해 남다른 애착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엄마는 저를 보면서 가치관을 형성하는데 영향을 준 것 같다고 하셨어요. 제가 어릴 때 좋은 사람으로 살아야지, 착한 사람으로 살아야지 하면 동네 쓰레기를 줍거나 경비 아저씨에게 인사를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반디를 하면서는 쓰레기 문제에 대해서 예를 들자면 쓰레기통을 놓아주면 되지 않을까하는 문제 해결의 시각이 넓어졌어요. 그리고 제 성격자체가 줏대가 없고, 물렁물렁하고 팔랑귀 같은 면이 있는데, 사회문제를 보거나 뉴스를 볼 때 나름의 줏대를 가지고 보려고 노력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배분위 활동을 통해서 연습했던 것이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Q. 요즈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회문제나 나눔 활동이 있을까요?
A. 청소년배분위 활동 이후에 다른 활동을 하기 쉽지 않았지만, 기회를 봐서 친구들을 데리고 연탄봉사를 했어요. 막상 관심 없을 거 같은 친구에게도 제안하면 흔쾌히 수락하고, 현장에서 열심히 참여해서 정말 뿌듯했어요. 연탄봉사가 정말 힘들거든요. 옷, 신발, 얼굴이 다 더러워져서 친구들이 싫다, 힘들다 할까봐 걱정 많이 했는데 친구들이 좋아해줘서 보람이 있었어요. 앞으로도 친구들에게 봉사할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계속 하고 싶어요. 그리고 최근에는 동생과 유기묘 카페에 다니고 있어요. 동생이 이 부분에 관심이 있었는데, 제가 적극적으로 해보라고 했을 때 동생이 절대 못한다고 했어요. 동생이 잘해볼 수 있도록 제가 같이 해주게 되었고 그러면서 저도 동생 따라 유기묘 봉사도 하고 있고, 유기견 보호소에도 가고 있어요. 또 소아암 환자분들을 위해서 머리카락을 잘라서 기부하기도 했어요. 20살이 되면 염색이나 파마를 많이 하잖아요. 저도 할까 말까 엄청 고민했어요. 머릿결이 좋아야 하기 때문에 고등학교 때 이왕 참은 거 좀 더 참고 버티다가 최근에 잘라서 기부했어요.
Q. 수연님에게 ‘나눔이란’ 무엇인가요? 나의 나눔을 이미지나 모양, 색깔로 표현한다면 어떤 게 떠오르나요?
A. 저 이거 반디하면서 많이 했던 건데(웃음), 그때는 그냥 했거든요. ‘나눔은 OOO이다. 왜나하면 나눔은 □□□ 이니까’ 이런 비유를 담아서 했어요. 그런데 지금 다시 말하려니까 너무 어려운 질문인거에요. 생각해보니 저에게 나눔은 따뜻한 햇살, 잔잔한 물결 같은 그냥 생각하면 이유 없이 좋은 거에요. 떠올렸을 때 좋고, 그냥 끌리는 그 무언가요.
Q. 마지막으로 기부자로서 아름다운재단에 바라는 점,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편하게 해주세요.
A. 저는 아직 20살 밖에 안 되었고 앞으로 삶의 여러 부분에서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현재까지 아름다운재단이 청소년이었던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었어요. 그래서 재단이 청소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간사님의 추천으로 서울시 정책 제안에도 잠시 참여한 적이 있었어요. 거기서 참여했던 분들을 모아서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거든요. 대학생 한 분이 ‘청소년의 나눔, 사회참여활동은 자기 효능감을 얻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내가 무언가 사회를 위해 제안을 했을 때 가시적으로 보이는 것이 자기효능감에 큰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했어요. 그때 서울시 홈페이지를 통해서 정책 제안서 쓰는 활동이었는데 제안한 사항이 어떤 절차와 과정을 통해 실현되는지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았어요. 그런 면에서 반디나 청소년배분위원회는 일단 해보면 단순히 홈페이지에 제안서 쓰는 것보다 자기 효능감을 얻는 데에 엄청난 경험을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청소년들을 위해서 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만들어 주시면 좋겠어요.
앞으로 수연님은 어떤 나눔의 항해사를 계속 써나가게 될까요? 기대하고 응원하게 됩니다. 인터뷰를 위해 소중한 시간을 나눔 해주신 수연님 참, 고맙습니다!
글 | 길영인
사진 | 임다윤
▪ 나눔교육 반디 : 나눔이 가진 변화의 힘과 즐거움을 배우고, 우리 동네(사회)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탐색해보며, 친구들과 함께 힘을 모아 문제해결과정에 참여하고 실천해 보는 활동 *2020년부터 나눔교육 반디는 청소년공익활동지원사업 ‘유스펀치’와 통합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청소년들이 사회참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