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단체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은 시민사회의 성장을 돕기 위해 아름다운재단이 2012년부터 진행해오고 있는 사업입니다. 해마다 공모를 통해 예비 공익단체를 선정하고 이후 3년 동안 단체설립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역과 사회 각 분야에서 발생하는 이슈가 일시적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될 수 있게 하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2021년 공익단체 인큐베이팅 지원사업 공모를 통해서 ‘부산인권플랫폼 파랑(波浪)’이 새로운 지원단체로 선정되었습니다. 앞으로 3년간 활동을 통해 공익단체로 발돋움하고자 하는데요. 현재 본격적인 활동에 앞서 준비기간 중에 있는 ‘파랑’의 구성원을 만나고 왔습니다. |
여럿이 함께, 더 힘차게, 오래 멀리 갈 수 있는 인권운동을 위한 부산인권플랫폼 ‘파랑(波浪)’입니다. 활동가가 하고자 하는 일에 집중하고 그 일을 통해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활동가와 함께하며 파랑이 채워주고 싶습니다. 파랑은 지역 인권 이슈를 해결하고 확산할 공론의 장을 만들며 활동가들의 흩어진 운동역량을 아우르고 모아내는 거점이 될 것입니다.
사람이 남지 않는 운동에는 미래가 없기에, 파랑(波浪)을 꿈꿉니다.
부산지역에서 청년활동을 하는 90년대생 활동가부터 40년간 노동운동과 이주민인권운동을 하는 중견활동가까지, ‘부산인권플랫폼 파랑(波浪)’을 만들어나갈 세 명의 활동가들은 파랑의 뜻처럼 지역 인권현장에 ‘작고 큰 물결’을 일으키기 위해 ‘파랑’이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아름다운재단 공익단체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에 지원을 하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파랑과 같은 단체를 생각한지는 오래됐어요. 활동가들이 공익활동, 인권활동을 이어나가려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많이 지켜봤죠. 활동을 시작하면 필요한 것들이 너무 많은데, 여러 어려움이 많은 거에요. 가령, 후원 등을 통해서 재원을 마련하는 게 활동가들 대부분에게 어렵더라고요. 제게도 어려운 일이었어요. 지역을 떠나 많은 활동가가 겪는 어려움이기는 하지만, 또 수도권에 비해 지역은 활동가에게 힘이 될 정보와 기회가 훨씬 열악하죠. 그러다 2004년, 파랑의 단초가 될 민들레기금이 탄생했습니다.”
파랑을 만들기 위한 잔물결들
“2004년, 부산에서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활동을 열심히 해온 치과의사 부부가 치과를 정리하면서 수익을 의미있게 쓰고 싶다고 하셔서 지역 활동가들의 쉼과 성장을 위한 기금 조성을 제안드렸어요. 흔쾌히 좋다고 하셔서 부산지역 활동가 지원을 위한 ‘민들레기금’이 형성되었어요. 설문조사를 통해 활동가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의견을 모았고 이를 토대로 쉼과 교육 등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처음에는 3년만 운영하면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많은 분이 응원해주셔서 2017년까지 기금을 통해 활동가들을 지원할 수 있었습니다.”
10여 년 간 지역 활동가들의 쉼과 성장을 위한 기금 지원이 있었지만, 단기적인 지원방식을 넘어야 한다는 고민과 활동가 개인의 성장뿐 아니라 조직과 지역활동 차원에서의 지속가능한 활동이 필요하다는 고민이 들었다고 합니다.
“지속가능한 인권활동, 인권활동가를 위한 단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계속 가지고 있었죠. 그런데 엄두가 사실 안 났었어요. 그러다 ‘지속가능한 인권운동을 위한 지역 활동가 간담회’ 등 프로그램을 하면서 부산지역에 활동가들을 위한 단체이면서 동시에 활동가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인권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지역 활동가들의 쉼과 성장을 위한 지원뿐 아니라, 보편적 인권 관점에서의 지역 활동역량을 모을 단체가 필요하다는 고민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부산지역 인권현장에서 활동역량이 모여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나 활동들이 있었는지도 궁금해졌습니다.
“부산은 여성, 장애인, 이주민, 홈리스 등 부문별 인권운동은 활발하지만 각 부문을 넘어 전체 인권적 관점에서의 활동하는 단체가 있나하고 생각해보면 없어요. 지역차원에서 함께 모여 연대하거나 활동했던 장면을 생각하면 크게 ‘차별금지법제정부산연대’가 있고 저희가 작년 12월에 발족한 네트워크인 ‘부산인권정책포럼’과 노동운동도 있죠. 경우에 따라 공동대책위원회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같이 네트워크 조직이 연결하기는 하지만 집중된 힘과 보편적 인권의 관점을 두고 확장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속과 확장을 위한 지지기반, 인권플랫폼
단체이름에 인권플랫폼이 있어서, 파랑이 공익단체로서 플랫폼을 지향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지가 궁금했습니다.
“플랫폼이라는 단어는 ‘그다음’을 지향하고 준비하고 있는 조직의 상황에서 적합한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정체성을 잘 표현하는 의미를 갖고 있기도 하죠. 지역 인권활동가들의 쉼과 성장을 돕는 울타리가 되고, 새로 시작하거나 작은 인권단체의 어려움을 지원하는 기반이 되고, 현장과 가까운 연구자 그룹을 만들고 공론장을 이끄는 것. 활동가와 단체의 ‘그다음’을 함께 만들어가는 역할을 갖고 있어요.”
“플랫폼으로서의 파랑은 활동가들을 서로 만나게 하는 역할을 할 거예요. 활동가들끼리 만나 책도 같이 읽고 생각을 나누고 인권활동의 다양한 선택지를 고민해볼 수도 있을 것이고요. 성장의 기회가 될 거예요. 하나의 참여의 장으로서 시민들이 다가오기도 쉬워야 해요. 지금은 시민들에게 ‘인권’은 조금 멀리 있다고 생각해요. ‘인권’은 사실 가장 가깝게 있는데 말이에요. 이 부분은 플랫폼 파랑의 과제이기도 해요.”
“우리가 바라는 새로운 사람들은 우리다”라는 생각으로
‘파랑’을 준비하면서 주변의 동료 활동가들이 많은 응원과 기대를 전했다고 합니다. 심사과정에서 동료 활동가들의 응원 영상을 함께 보내주기도 했는데요. 동료 활동가들의 당부와 동시에 파랑으로서의 포부를 마지막으로 물었습니다.
공익단체인큐베이팅지원사업 심사당시 동료 활동가 응원영상
출처 : 부산인권플랫폼 파랑
“파랑이 만들어진다고 하니 주변 활동가들은 너무 기대하면서도 농담삼아 ‘하지마’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웃음) ‘자기 자신부터 챙겨야 하는데, 활동가가 활동가들을 지원한다고 하니 일이 너무 많을 것 같다’면서요. 하지만 저는 ‘우리가 바라는 새로운 사람들은 우리다’라는 생각으로, ‘파랑’이 구심점이 되어 활동가에게 필요하고 스스로 바라왔던 것들을 이룬다는 생각에 신나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는 보편적인 인권의 관점에서 개별 단체들이 하기 어려운 것들을 서로 힘이 되어가며 지지할 수 있으니까요. 그것이 파랑의 역할이니까요.”
“내년인 1차연도에는 2004년 민들레기금 설문조사처럼,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들에게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단체와 인권 이슈들이 있는지 현황을 살펴보는 게 먼저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조사를 통해 활동가 교육과 지원, 집중할 의제를 확인할 계획이에요. 단체의 성장뿐만 아니라 활동가들의 성장도 중요하기에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에요. 활동가들이 지치지 않고 성장하며, 자기의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민사회 활동에서 하나의 이슈가 생기고 커져서 열매를 맺기 위해선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는데, 그때까지 가기도 전에 지치기도 하거든요. 젊은 활동가들과 새로운 활동가들은 더 금방 지치기도 하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파랑이 3년 안에 부산에 뿌리를 튼튼하게 내리는 것이에요. 3년 안에 기반을 잘 다지면 다음 10년, 20년도 잘 버텨낼 수 있으니까요.”
지역을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인권운동 환경을 만들려는 파랑, 어쩌면 많은 시민에게 ‘인권’은 내 삶과는 상관없는 일들로 느껴지기도 할텐데요. 지역 인권활동가와 단체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고, 인권이 특별한 일이나 일부 사람들의 것이 아닌 시민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본격적인 활동을 막 시작했습니다. 잔물결이 큰 파도가 될 수 있도록 파랑을 함께 응원해주세요.
부산지역 인권현장의 활동가와 작은 인권단체들의 지속가능한 활동을 돕고, 부문별 운동, 현장과 이론, 시민의 연대를 참여로 견인해 인권의 가치를 확산하고 인권의 경계를 확장해갑니다. |
이규희
가슴뛰게하는 일들을 기획하고 계시군요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