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춧가루 없는 세상, 상상이 되나요?

김장철이 오긴 왔나 봐요. 엄마는 올해도 좋은 고춧가루를 구하겠다며 고향 언니들에게 전화를 돌렸어요. 갓김치, 열무김치, 고구마순김치… 세상 온갖 김치를 사랑하는 엄마에게는 좋은 고춧가루를 구하는 게 한 해 과제거든요. 요즘 SNS에서도 빛깔 곱고, 냄새도 향긋한, 좋은 고춧가루 구하려면 ‘고춧가루 커넥션’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돌더라고요. 좋은 토양에서 병충해 없이 고추를 잘 재배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말일 거예요.

‘올해도 농사가 쉽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후일담처럼 전해 듣곤 했는데 갈수록 더 어려워질 것 같아 걱정이 되더라고요. 농부들도 줄어들고, 농산물 소비량도 줄어들고 있는 마당에 기후 위기까지 덮쳤기 때문이죠. 지금처럼 계속 더워지면 고추와 배추 생산량도 급감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고춧가루 없는 김장이라니 상상하고 싶지 않아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농업의 맥을 잇고, 그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많아져야만 식탁 위 풍경을 유지할 수 있을 거예요. 이번 후후레터에서는 농업을 각자의 방식으로 유지하고 지켜나가는 사람들을 만났어요.

#1. 농부, 과학자, 대표 세 가지 커리어로 농촌 살립니다.
미실란, 이동현 대표

쌀은 오랜기간 한국 밥상의 기본값이었어요. 쌀 한 톨도 허투루 버리면 안된다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왔고요. 그런데 어느새, 상에서 쌀이 차지하는 비율이 많이 줄었어요. 쌀 농가도 수익보전이 어려운 상황이고요. 쌀이 자취를 감추지 않으려면 수많은 식품 대열에서 밀리지 않을 경쟁력이 있어야 할 거예요. 또 그 가치를 알아주는 소비자들도 있어야 하고요.

미실란 이동현 대표는 쌀을 바라보는 시각을 전환했어요. 쌀이 씨앗으로써 딱 한 번 싹을 틔우는 시기, 그래서 에너지가 가득한 때에 주목해 ‘발아현미’를 개발한 거예요. 섬진강가에 위치한 곡성에 가족들과 정착한 후, 공동체를 만드는 공익활동도 함께하고 있죠. UN식량농업기구의 모범 농민상을 수상한 농부, 품종별로 발아현미를 연구한 과학자, 건강한 식품을 만드는 대표. 세 가지 정체성으로 농촌을 살리고 있는 이동현 대표를 만났습니다.

#2. 언니들이 이어온 토종 농산물, 꾸러미에 담아 소비자에게!
언니네텃밭, 박점옥 이사장

토종씨앗, 들어보셨나요? 우리 땅에 토착화된 씨앗으로 세대를 거쳐 전승되어 온 씨앗을 뜻하는데요. 토종씨앗은 우리 땅에 최적화되어 있고, 다시 심을 수 있는 큰 장점이 있지만 글로벌 종자 회사가 시장을 독점하고, 씨앗에 로열티를 부여하면서 설 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언니네텃밭은 토종씨앗 보유 현황을 파악하고, 토종씨앗을 받기 위한 채종포를 운영하는 등 토종씨앗을 지키기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여성농민 생산자 공동체가 만든 농산물 꾸러미를 정기배송하고 있죠. 언니네텃밭에서 움트고 있는 변화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2081년, 우리 식탁은 어떻게 변할까요?

‘예전엔 진짜 자주 먹었는데’ 하는 음식, 저는 있어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꼭 사먹던 반건조 오징어인데요. 수확량이 줄어서 한동안은 팔지도 않더니 지금은 부쩍 많이 잡힌다고 해요. 제철 음식이 정해져있던 시대, 그래서 철따라 음식을 소비하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어요. 급격한 기후변화로 논밭, 바다에서 서식할 수 있는 생물들이 달라지고 있으니까요.

기후에 따라 미래의 식탁 풍경도 바뀌게 될 텐데요. 좀 더 쉬운 이해를 위해 가상으로 일기를 써봤습니다. 2081년, 1년 동안 마주하게 될 식탁은 어떤 모습일까요?

 
지금 우리가 농업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말하는 콘텐츠